'비치로드', 눈 맛은 상쾌하고 솔향은 진하다.

경남 창원 저도 트레킹

by 박상준

경남 창원 진해만으로 돌출한 구산 반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달리면 저도(猪島)라고 불리는 섬에 들어갈 수 있는 다리 두 개가 나란히 서있다.

하나는 자동차로 섬에 들어갈 수 있는 흰색 연륙교이고 또 하나는 빨간색 '콰이강의 다리'다. 콰이강의 다리'는 제2차 세계대전중 일본군에 붙잡힌 영국군 포로들이 칸차나부리 밀림 속 콰이강 계곡에 건설한 태국과 미얀마를 잇는 철교다. 우리에겐 거장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1981 개봉)로 더 유명하다.

제목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포로들이 부르는 휘파람 소리 행진곡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20여 년 전 태국에 갔다가 콰이강 다리를 걸어서 건넌 적 있다. 뭐 대단한 다리는 아니다. 그저 1940년대에 건설된 검은색의 낡고 허름한 철교다.

(바다구경길 전망대)


하지만 창원 저도의 다리는 철구조물로 설치된 산뜻한 빨간색 인도교다.

다리 가운데는 '스카이워크'라고 불리는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강화유리를 깔아놓았다. 이 다리는 저도의 랜드마크다.

요즘 자치단체마다 길게 이어진 출렁다리(현수교)를 경쟁적으로 조성하고 있지만 '길이'로 승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너무 흔해 신선도가 떨어진다.

차라리 저도 '콰이강 다리'처럼 차별화되고 특색 있는 다리가 오래도록 사랑을 받을지 모른다. 다만 '바다'위에 섬을 연결하는 인도교를 설치해놓고 '콰이강 다리'라고 이름 붙인 것은 다소 뜬금없다.


(비치로드로 들어가는 콰이강의 다리)


이번 트레킹은 정 코스 대신 역코스를 선택했다. 산을 넘는 다소 힘든 구간을 소화하면 이후엔 평탄한 바닷길로 느긋하게 걸을 수 있다.

'비치로드'의 들머리는 섬의 포구인 하포마을이지만 실제로는 콰이강 다리에서 시작한다. 독특한 모양의 빨간색 다리를 걷지 않고 버스를 타고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다. 그래서 거의 모든 '도보꾼'들은 이 다리 주차장에서 하차해 다리를 건넌 뒤 곧바로 하포마을로 해서 비치로드로 향하게 된다.

(다만 콰이강 다리에서 하포마을 비치로드 들머리까지 이정표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 구간에서 도보여행자들이 우왕좌앙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하포마을에서 용두산(해발 202m)까지 완만한 오르막길을 산행하고 섬 건너편으로 내려가 제 3바다구경길에서 제4 전망대까지 오른쪽으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숲 속 오솔길을 걸었다.


창원 비치로드 팔.jpg

(용두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숲길)


'저도'는 아름답지만 이름은 돼지 저(猪) 자를 써서 '돼지 섬'으로 불린다. 관광안내소 앞에 꽂아놓은 팸플릿에 항공사진으로 찍어놓은 저도 사진을 보니 금방 알아봤다. 마치 돼지가 바다 위를 헤엄치는 형상이다. 꼬리처럼 돌출된 부분도 보이고 입을 벌린 모습이 숨을 헐떡이는 것 같다.

저도의 숲 속에 해풍이 불었다. 전날 내린 비로 그늘진 숲길은 푹신푹신하고 은은한 솔향이 코 끝을 스쳤다. 제4 전망대부터는 해안데크길로 접어든다. 눈 맛이 상쾌하고 바람도 늦 봄처럼 시원스럽다.

데크길을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면 심신이 정화시키는 잘 그린 수채화가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데크길의 끝에선 파도가 출렁이는 해변길을 걸을 수도 있고 다시 오솔길을 택할 수도 있다.


창원비치로드 오.jpg

(바다구경길에 접한 데크길)


어느 길을 걷든 즐거운 선택이 된다. 그게 바로 비치로드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매력이다. 산길, 숲길, 해안데크길등 3종 세트가 조화롭게 이어져 있는 비치로드는 작은 포구인 하포마을에서 시작해 하포마을에서 끝난다.

저도는 연륙교가 건설되고 비치로드가 조성되면서 섬의 운명이 바뀌었다. 고작 2.2평방 킬로미터의 섬에 90명의 주민이 살고 있을 뿐이지만 섬의 유일한 포구인 하포마을은 활기가 넘쳤다.

섬 주변에서 낙지, 도다리, 노래미가 많이 잡히고 홍합, 굴 양식이 활발하기 때문이 아니다. 비치로드라는 명품 트레킹 코스를 걸으려는 사람들이 연륙교를 통해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길 속에 보석처럼 숨어있는 다채로운 풍광을 마음속에 담은 채 그곳을 떠난다.


*코스 / 구복리 버스정류장 ~하포길 ~용두산 정상~바다구경길~사각정자~제 1,2전망대~구복리 버스정류장.(6.6km의 원점 희귀 코스)



*Tip / 비치로드는 2구간으로 나눠졌다. 1구간은 3.7km로 코스도 짧고 쉬운 편이지만 1구간을 포함해 풀코스를 걷는 2구간은 용두산 정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소 힘들다. 그래서 시간과 체력에 맞춰서 코스를 정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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