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기후 위기에 관심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가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을 집필한 것을 알고 나서였다. 마침 도서관에서 주최한 북콘서트에서 타일러 라쉬가 강연자로 나온다고 하여 직접 저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기후위기 문제는 더 이상 혼자서 해결할 수 없으며, 기존에 산정한 데이터들을 맹신하지 말라고 입을 열었다. "경제를 추산할 때 생태계에 입히는 손해까지 계산해야 하지만, 기존에 산정한 데이터는 그런 것을 전혀 포함하지 않았죠. 제가 기후와 환경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절박한 상황이 되어버린 지구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라며 탄식했다. 타일러의강연과 책 내용을 토대로 그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타일러 라쉬는 미국 동북부의 버몬트 주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가 자란 버몬트 숲에서, 자연 속에서 뛰어놀았던 경험은 기후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말한다. "제 고향인 버몬트 주는 지난 50년 동안 산림이 20%나 줄어들었었어요. 20세기 초에 산림청을 만들어 갖은 노력으로 그나마 지금은 산림을 75%로 회복시킬 수 있었어요. 자연재해만이 아니라 인간에 의한 생태계 파괴와 산림 훼손의 결과는 결국 고스란히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경제마저도 무너지게 되고요." 그의 말속에서는 계속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은 화석 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발생이다. 그는 기후 위기로 인한 문제를 몇 가지로 설명했다. "기후 위기 문제는 습도와 수증기를 높여서 균 발생량이 많아지고, 이는 결국 식량 문제로 이어지게 돼요. WWF의 2020년 보고서 '지구의 미래'에서는 기후 위기로 인해 매년 세계총생산 중 최소 4,790억 달러의 손실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지구 온난화는 바다의 수온을 상승시켜 태풍의 피해를 키운다. 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수면의 상승으로 세계 많은 지역이 침수될 거라고 전망한다. 2050년에 베트남 남부 전역과, 중국 상하이, 인도 뭄바이의 상당 부분이 바다에 잠길 거라고 한다. "혹시 대한민국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송도, 인천항, 인천 공항 등이 모두 잠기게 될 겁니다. 또한, 해수면의 상승은 세계 경제 무역의 판도를 바꾸게 됩니다. 러시아와 같이 북극해를 점령한 나라들은 북극에 해상로가 열리고 부동항이 생기면 앞으로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 자명하죠."
타일러는 기후 위기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과학이 발전하면 기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를 하지만, 그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과학이 발전해서 만든 인공 산림보다 자연 산림이 34배 이상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한다는 사례를 들었다. 책에서도 그는 석유기업과 정치인, 기술 기업과 군비 업체 등 특정한 국가 세력은 기후위기의 이면에서 이익을 보장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어떤 국가, 어떤 정치 세력은 기후위기를 외면하고, 기후위기를 말하는 이들을 오히려 비난하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자연 산림을 지키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게 좋을까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나을까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자연 산림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판다나 오랑우탄, 바다거북, 반달곰, 삵 등 멸종위기종을 지켜 생물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생태계의 균형이 지켜지고, 결국 인간의 생존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더 넓은 차원에서 생태계를 바라보고 파괴된 동물 서식지를 살리는 데 힘써야 합니다."
<북콘서트라서 강연 전에 어느 그룹의 공연이 있었고, 강연 후에 그 가수가 타일러와 질의응답을 함께 했다. 오른쪽에 걸어나가는 사람이 타일러 라쉬.>
그는 기후위기는 다음 세대의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무엇보다 구체적인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강조한 세 가지 실천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리더를 뽑을 때 투표를 신중하게 하기.
그는 책에서도 투표할 때 환경을 생각하는 리더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전 트럼프 정부의 사례를 들었다. 트럼프 정부는 파리기후변화 협약을 탈퇴하고, 환경청의 수장으로 반환경주의자를 앉혀 최악의 반환경 정부를 완성했다고 비판했다. "소비자가 탄소 배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서 얼마의 탄소를 배출하는지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야 하고, 소비자가 탄소 배출량에 관심을 가지게 해야 해요. 그게 가능하려면 환경 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 중요합니다."
둘째, 소비할 때 친환경적 기업이나 친환경이 인증된 제품을 사기.
"기후위기에 관해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친환경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소비의 기준치를 올려야 합니다. 가장 저렴한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소비해야 합니다. 몇 번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은 미세 플라스틱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높여 그만큼 환경을 더 오염시키죠. 비싸더라도 좋은 품질의 옷을 오래 입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일입니다."
셋째, 기후위기에 대해 많이 말하기.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생활 습관이 정말 중요해요. 하지만 텀블러 쓰기, 분리수거 잘하기, 대중교통 타기 등의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부족해요. 기후를 생각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고 친환경적 소비 습관을 갖는 것만이 아니라, 늘 기후에 대해 생각하고 기후에 대해 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그는 삶에서 늘 기후위기를 인식하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쓴 책의 도입부에는 "이 책은 이렇게 만들었습니다"라는 설명이 덧붙여 있다.
이 책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인쇄하였습니다. 표지와 본문에 FSC 인증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FSC 인증은 산림자원 보존과 환경 보호를 위해 국제산림관리협의회에서 만든 산림 관련 친환경 국제 인증입니다. 환경, 사회,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보증하여 책임 있는 관리를 촉구하고 난개발을 방지합니다. FSC 인증 라벨 제품을 사용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해 숲과 야생 동물을 모두 보전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책을 처음 손에 들고 펼쳤을 때, 종이의 누리끼리한 색을 보고 헌 책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꼭 외국 원서 같은 누르스름한 색과 종이의 질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책의 표지도 단출했다. 흰색 바탕에 제목 외에 파란색으로 된 곡선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책의 도입부를 읽어보니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제작비가 더 들고 번거롭더라도,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 산림 파괴를 막는 데 기여하고자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였다는 것. 환경을 위해 책의 디자인에 있어 잉크 사용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종이 낭비를 막기 위해 종이 손실이 덜한 판형을 선택하고 띠지를 생략하였다는 편집자의 설명이었다.
타일러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WWF(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활동을 통해 환경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출판사의 책 미팅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가 책 출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건,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해 책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면 합법적으로 벌목하고 다시 나무를 심어 그만큼의 숲이 보전되기 때문에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출판사에서 FSC 인증 종이로 책을 찍어내는 것을 거절했다. 국내 판매 책에서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제작비가 더 들고 번거로우며, 사용자가 FSC 인증 종이를 요구하지 않고 업계에서도 그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였다고 한다. 그는 이 책 출간을 통해 FSC 인증 종이를 쓰는 책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 앞으로도 FSC 인증 종이를 쓰지 않는 책이라면 계약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그의 진심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 몇 년 전부터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적게나마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틈나는 대로 기후문제에 대한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도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해 인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주로 개개인의 생활 습관 변화와 친환경적인 소비, 친환경 기업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활동을 했는데, 강연을 들으니 소비자의 구매권만이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투표권을 더 강조하는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환경적인 정책을 만들고 정치를 하는지 늘 염두하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