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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Feb 11. 2022

당신은 누구와 포옹을 하나요

체온이 전하는 위로

  이 글은 앞서 발행한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법'의 속편이 될 것 같다.


  K작가를 통해 체온이 전해 준 온기가 힘겨운 마음을 얼마나 보듬어주고 평안하게 해 주었는지 느끼게 되었다. 그 뒤로도 마음이 힘들 때면, 가끔 누군가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극히 동양적인 문화 속에서 다소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우리 가족들과 일상에서 포옹할 일은 거의 없다. 나와 엄마는 서로에게 애정 표현을 별로 하지 않는다. 나이 들어가는 딸이 노년의 엄마와 포옹을 하기란 참으로 어색하고 쑥스러운 일이다. 


  일 년에 몇번 밖에 안 오는 오빠네 초등학생 조카들은 자주 만나지 못해 나와 친근하지도 않고, 애교가 많은 편도 아니었다. 어쩌다가 우리집에 들렀다갈 때 내가 "고모 한 번 안아주고 가."라고 말하면, 마지못해 다가오지만 조카들은 아주 뻣뻣한 인형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올해 5살 된 남동생네 조카도 마찬가지였다. 남자 아이라서 여자 아이들처럼 안아달라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한 번은 조카의 귀여운 손을 한 번 잡으려고 했더니 어찌나 튕기는지, 공놀이를 하면서 재미있게 해주고 시선을 딴 데로 돌리고서야 살짝 스치듯 손을 잡아볼 수 있었다. 어찌보면 일 년에 두 세번 보는 고모와 유대감이 없으니 당연한 모습일 것도 같다. 


  내 친구 K는 중학생 외동딸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하루에도 수만번 화가 솟구친다고 한다. 딸에게 애정을 쏟는만큼 딸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도 큰 것 같다. 그럼에도 K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때는 아주 딸이 아니라 웬수가 따로 없어. 그러다가도 또 어느새 나한테 애교를 부리고 찰싹 붙어서 안기면 또 그게 그렇게 좋아서 화났던 감정이 사르르 녹아. 나는 딸이랑 그렇게 가끔씩 안으면서 감정이 정화가 되고 위로를 받는 것 같아."  


  이래서 가정을 이루나 보다. 그런데 나처럼 연애를 하지 않는 싱글 여성은 어디에서 누구와 포옹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프리허그를 하는가 싶기도 하다. 프리허그의 본래적 의미를 위키백과에서는 '포옹을 통해 파편화된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한다. 프리허그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예전에는 약간은 의아하게 여겼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포옹을 왜 하지, 낯선 사람과 잠깐 포옹하는 것이 어떤 위로가 되나 싶었었다. 이제서야 상대가 누구든지 포옹을 통해 전해지는 따스한 체온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내 주변에는 아주 좋은 사람들이 있다. 마음이 무너지고 힘들 때에는 H언니에게 말한다. "언니, 나 좀 안아줘요." H 언니의 부드러운 품 안에 있으면 마음이 다소 평안해진다. 가끔 만나는 B언니는 만날 때마다 반갑게 안아준다. 나를 토닥여주고 따스하게 안아주는 지인들 덕분에 프리허그를 굳이 찾지 않아도 되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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