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향 Oct 13. 2022

다시 마음먹기

마음 먹기의 어려움

  그림책 <마음 먹기>에서 작가는 '마음'을 달걀로 비유하여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 상태를 요리하는 상황으로 참신하게 표현하였다. 요리할 때 다양한 조리 과정을 겪듯이 우리는 매순간 처해지는 상황에 따라 마음을 확 뒤집거나 바싹 졸이거나 들들 볶거나 새카맣게 태우거나 뜨겁게 데우거나 차갑게 얼리는 등 한시도 마음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이리저리 뒤흔든다. 


  내 '마음'도 다양한 형태로 매순간 시달리고 있다. 어느 날은 어떤 이의 생각없는 한 마디에 뜨겁게 확 열이 올랐다가 정신없는 상황에 이리저리 볶였다가, 괜히 혼자서 생각의 꼬리를 물고물어 우주까지 가는 바람에 배배 꼬였다가 어느 날은 모든 것을 소진한 듯 확 타버리곤 한다. 


  요즘 나의 마음은 갈팡질팡 뒤죽박죽 뒤섞여 정체를 모르는 요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든든한 밑반찬인 감자 볶음을 만들다가 잘못 들어간 소스로 맛이 이상해진 요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허둥지둥 헤매고 있다. 물을 조금 붓고나서 다른 양념을 넣어 심폐소생술하듯 감자 볶음을 다시 살려야 하는지, 냉장고 안을 뒤져가며 찾을 수 있는 다른 채소를 추가하여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시켜야 하는지, 어떤 채소와 양념을 넣으면 더 맛있게 감자 요리를 만들 수 있는지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마음 먹기>의 작가는 망친 요리를 버리고 새롭게 만들듯이, 마음을 새카맣게 태웠을 때는 미련없이 버리라고 말한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작가의 말처럼 지금까지 만든 감자 볶음을 확 버리고, 다시 다른 요리를 만들어보면 되는 걸까. 그럼, 어떤 재료로 어떤 요리를 하는 것이 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입맛에도 맞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인 걸까. 


토닥토닥 메뉴판의 마음 정식 세트를 먹으면 이 복잡한 마음이 무언가 정리가 될까.

   



 출판사에서 남긴 <마음 먹기>의 서평글의 일부 내용이다.

 

 '먹는다'의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며, 스스로 의지를 갖고 행동할 때 '먹는다'는 표현이 성립된다.  즉, 마음 먹기는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롯이 나의 생각으로 인해 결정하고 바꿀 수 있다.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지고 일의 결과가 바뀔 수도 있으며, 나아가 인생이 변화할 수 있다. 


  '마음 먹기'가 참 힘들다. 힘들게 먹은 마음도 수시로 흔들리고 사르르 녹아버리기 십상이며, 그렇게 마음과 달리 허탈하게 보낸 하루에 대한 죄책감에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한다. 하루하루 끈기있게 일 년 넘게 쌓아 온 좋은 습관을 잃는 것은 이삼일도 안 걸린다. 집중력도 끈기도 없는 자신을 마주하며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현재 상황에서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마음 먹고 행한 일의 결과에 따라 자책하며 후회하게 될까봐 무섭고,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기회 비용에 미련이 남기도 하고, 순전히 혼자 책임져야 하는 결정이 두렵고 불안하다. 내 마음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들여다보아도 정확하게 모를 때도 많다. 오롯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의지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용기와 자신감도 필요하다.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작가는 이렇게 묻는다.

  "오늘은 어떤 마음을 먹었나요?"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세상 사는 맛이 달라진대요."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마음 먹기가 아닐까.


  이제 더 늦기 전에 다시 마음을 먹어야 할 때가 왔다. 언제까지 현실을 핑계삼아 게으름을 피울 수도 없고, 대책없이 고민만 하며 우물쭈물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 온 일들이 나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주었듯이,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하게 실천하고 싶다.


   오늘은 가볍게 마음을 활짝 펴고 '마음 피자'를 먹어야겠다.

이전 03화 우리들의 작은 냄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