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매니아가 지켜야 할 것

온라인 커뮤니티의 핵심 블록

by 누리장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제 정보 교환의 장을 넘어섰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중 하나쯤은 늘 지니고 다니는 요즘 세상에 코로나 시국을 넘어서며 어찌 보면 오프라인보다 더 궁극적인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게 그곳은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담기고, 공통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때론 열렬히 지지하는 삶의 공간으로 확장해 나갔다.


특히 NBA 매니아처럼 20년 넘게 한 분야의 마니아들이 모여 지식을 공유하고,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며 토론하는 곳은 웹사이트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곳은 '농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이 각종 담론을 쌓으며 함께 기뻐하고 좌절하며 성장을 일궈온 소중한 커뮤니티다.


다른 커뮤니티는 몰라도 이곳은 익명성 뒤에 숨은 도피처가 아닌 오히려 자신을 드러냄과 동시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회의 장이기도 했다. NBA 매니아 유저들은 양질의 정보와 분석을 통해 지적 만족감을 얻었고, 진실과 적극성을 동반한 토론을 통해 비판적 사고 역시 길렀을 것이다. 게다가 존댓말과 배려를 기본으로 하는 문화는 서로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건강한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때로는 다투기도 할 테지만 칭찬과 격려가 오가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유저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이끌었고, 이는 커뮤니티 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NBA매니아를 통해서 바라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가치는 고립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소속감을 느끼고, 때로는 타인과 유의미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중요한 빛이 되기도 한다. 철학자 하버마스가 말한 공론장 이론에서 강조했듯,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 모여 논의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민주주의 토대와도 연결될 수 있으니 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바로 그 작은 공론장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1. 욕설은 트렌드라는 위험한 착각

NBA 매니아 운영진들은 욕설과 비속어 허용을 '시대의 흐름'이라 말하며 2030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언어라고 주장한다. 과연 정말 그럴까? 2030세대는 모두 욕설을 달고 사는 이들이며, 그것이 소위 유행이자 더 나아가 트렌드인 것인가? 일부 2030세대 유저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욕 달고 사는 저급한 애들'로 취급하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라도 그럴 것이다. 그들 역시 존중받는 소통을 원할텐데 말이다. 이러한 전제만 보더라도 운영진들은 상당히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욕이나 하며 간결하고 빠른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욕설과 비속어가 이러한 소통의 형태를 구축한다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다. 만약 그것이 시대를 이끄는 방식이라 한다면 그거 참 정말 아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변화에 민감하고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긴 하지만, 동시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기도 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특정 세대를 일반화하여 '욕설을 쓰는 세대'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세대 갈라치기이자 편견에 기반한 사고방식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존중과 배려가 바탕이 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욕설은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력성을 내포하고 상대방을 압박하거나 상처 주기 위한 도구로서 작용하기 십상이다.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욕설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분위기'는 엄연히 다르다.


오늘날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마주한 딜레마는 본질적 가치와 실용적 이익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NBA 매니아 운영진이 내세우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명분 뒤에는 종종 더 복잡한 동기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한 저급한 용어를 허용하는 방향 자체가 본인들의 실질적 이익을 노린 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지며, 지금 언급할 해당 이유가 가장 유력하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욕설 개방 방침으로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할 커뮤니티는 트래픽과 체류시간을 높이고, 격렬한 논쟁과 감정적 충돌은 더 많은 게시글과 댓글을 유도한다. 이는 곧 광고 수익, 후원, 해당 사이트 활성도와 직결되는 수치로 볼 수 있다. 유저의 정서적인 만족감이나 커뮤니티의 건설적인 측면보다, 숫자와 수익을 우선시하는 동기가 우선순위에 놓인 셈이다.


삼국지의 유비가 덕(德)으로 관우와 장비를 얻고, 제갈량과 같은 현명한 인재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인품과 일관된 원칙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커뮤니티도 구성원들의 진정한 참여와 애정을 얻으려면 자극적인 콘텐츠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존중과 배려가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시대의 흐름'을 증명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인데 말이다.


2. 언어는 생각과 문화를 품는 그릇

욕설과 비속어는 그냥 듣기 거북한 말 정도가 아니다. 우리 개인과 드넓은 사회에 치명적인 독이 된다. 심리학적, 인지적, 사회적 측면에서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알듯 그 폐해는 명확하다.


첫째, 개인에게 미치는 타격은 정말 상상 이상이다. 욕설은 순간적인 해방감을 안겨줄지 모르지만, 뇌의 변연계를 자극시켜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습관적 욕설은 어휘력을 가난하게 만들고, 지능을 저하시키며, 문제 해결 능력까지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심지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분비를 늘려 감정을 메마르게 하고 신체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열등감을 표출하는 수단이 될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욕설을 따라 할 경우 인성과 대인 관계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청소년의 경우 심각한 우울증, 자해, 자살 충동까지 이어질 위험까지 있으니 말이다.


둘째, 공동체의 결속력을 파괴한다. 욕설은 듣는 이에게 불쾌감을 주고, 대인 관계를 악화시키며, 결국 사회생활 전반에 독소를 퍼뜨린다. NBA 매니아 사례에서 보듯, 욕설 및 비속어 허용은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쓰레기통'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기존에 갖고 있던 '배려와 존중' 문화는 사라질 테며, '고품질의 글'을 작성하고자 하는 의욕은 저하되며, 결국 갈등만 심화될 뿐이다. 팬덤 간의 싸움, 다수의 소수 의견 억압, '마녀사냥'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전한 토론과 합의를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공론장의 기능이 마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욕설과 비속어는 언어를 빈곤하게 하고, 지적인 깊이에 도달하는 것을 현저히 어렵게 한다. 언어는 의사 전전달 도구를 넘어, 인간의 생각과 문화를 품는 그릇이다. 천박함에 젖은 언어는 사고를 획일화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을 방해하며, 결국 개인의 매력과 민족의 언어적 힘을 저하시킨다. 삼국지의 조조가 인재를 등용할 때 능력 중심주의를 고수했지만, 소통의 부재로 적벽대전에서 큰 화를 입었듯, 언어의 격조는 집단의 건전성과 연관되는 핵심 요소다. 그렇게 품격을 잃은 언어는 결국 공동체 해체와 몰락을 가져온다.


이에 대해 자세한 건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3. NBA 매니아, 왜 그토록 특별했는가?

NBA 매니아는 20년간 그저 농구 커뮤니티로서의 기능만 하지 않았다. 농구 팬들에게 정보를 주고받는 곳을 넘어선 의미 있는 온라인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고품질 칼럼과 전문성이 돋보이는 포스팅 그리고 정중함을 바탕으로 한 토론 문화는 NBA매니아를 다른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공간으로 보이게 했다.


다른 대형 커뮤니티들이 비난과 헐뜯는 문화에 찌들어 있을 때, 이곳은 나름의 격조 있는 소통 방식을 지켜가며 차별화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를 통해 수많은 유저들이 이러한 문화에 매료되어 유입되었다. 즉, NBA 매니아의 개성은 통상적인 웹사이트라면 당연히 가지는 뭐 그러한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서 관계를 맺고 가치 있는 소통을 이어가는 유저들의 담백한 유희와 밝은 정서가 깊숙이 연결되어 있었다.


4. 커뮤니티 정체성을 지키는 것

NBA 매니아 운영진은 활성화를 위해 기존의 '배려와 존중'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자극적인 소통'에만 의의를 두려고 한다. 이는 커뮤니티의 본질적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위험한 도전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문화를 구태의연하거나 딱딱한 문화로 치부하며 젊은 세대의 유입을 막는다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닐까?


자고로 정체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곧 본인만이 그곳만이 보유한 특별함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일부 다른 대형 커뮤니티들이 이미 욕설, 비속어, 반말로 난무하는 '오물통'으로 변하고 있는 걸 보아, 한창때의 NBA 매니아는 오히려 그들과의 차별점을 더욱 공고히 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는 것이 대단할 따름이다. 모든 커뮤니티가 똑같은 모습이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독창적인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그들이 우려한 '갈라파고스화'를 막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는 길일 수 있기에 NBA 매니아는 특이하면서 특별했다.


작가이자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가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 있어 '공동체 내 규율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듯, 커뮤니티의 정체성은 그저 규칙으로 치부할 것이 아닌 공동체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커뮤니티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삼국지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통해 맺은 튼튼한 유대처럼, NBA 매니아 유저들은 공유된 가치와 소통 방식을 통해 서로 신뢰하고 연대해 왔다. NBA매니아는 다시금 과거로 돌아가 덕정으로 민심을 사로잡았던 유비처럼, 커뮤니티 관리 역시 공평하고 일관된 철학으로 번복해서라도 유저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5. 온라인 커뮤니티의 미래, '돈벌이'인가 '공동체'인가?

NBA 매니아 운영진은 커뮤니티의 '온라인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고 존속을 위함이라고 정책 변화를 설명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많은 유저는 이를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만 의심할 뿐이다. 이는 운영진의 생각과 방식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 커뮤니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게다가 운영진은 "수익이 목적이었다면 현상 유지를 택했을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이는 경제학적인 면에 따져 봤을 때 표면 수익과 구조 수익을 혼동한 것이라 본다. 자극적 표현 및 언어를 용인한다는 것은 유저 간의 갈등을 촉발시키고, 체류 시간 증가로 이어져 페이지뷰 증가, 결국 광고 노출 증가와 사이트 가치 상승으로 귀결된다는 공식은 이미 많은 커뮤니티에서 입증된 전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운영진은 "광고로 도배하지 않았다"라고 말하지만, 오늘날 플랫폼의 수익 모델은 직접적인 광고 노출보다 '활성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하는 간접 수익 모델이 일반적이기에 역시나 신뢰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극적 표현 및 언어 즉 욕설과 비속어 허용은 직접적인 금전적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 규모 유지를 통한 '지속가능한 수익 생태계'를 목표로 한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국지 촉나라의 책략가 제갈량이 후손들에게 학문의 정수와 인생의 지혜를 담은 '계자서(誡子書)'를 남겼듯, 커뮤니티 운영진은 단기적인 이익을 넘어 커뮤니티가 멀리 봤을 때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어떤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조조가 출신과 배경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발탁했듯, 지금이라도 유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근본적 아이덴티티와 상호 존중의 가치를 포기해서도 안되며 말이다.


욕설과 비속어가 횡행하는 환경에서는 '퀄리티 높은 글'을 쓰는 이들이 떠나고, 결국 '어그로'와 '똥글'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 물론, 이러한 자극적인 논쟁이 오가는 커뮤니티에서 앞서 말한 소위 '퀄리티 높은 글'이 올라오기는 하지만, 드물게 수준 높은 글이 올라온다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반응들이 과연 건설적이고 품격 있는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는 콘텐츠 퀄리티 하락을 넘어 커뮤니티의 존재 이유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미래는 '사업 모델'의 성공이 아니라, 건전한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로서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느냐에 달려있다. NBA 매니아가 이 격변의 시기에 독자적인 정체성을 확립하여 특별한 소통의 장으로 부상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와 적응'이라는 구실 아래 여타 다소 폭력적인 온라인 공간들과 다를 바 없는 곳으로 전락할 것인가? 이들의 결정은 앞으로 온라인 공동체 문화 전반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큰 예시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커뮤니티의 미래는 변화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지키며' 변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앞서 발행한 <창의성을 지키는 저작권>에서 나는 이런 말을 했다.


"그렇다면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흔히 창의성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영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뇌과학자들은 창의성이 우리 뇌가 기존에 알던 것들을 새롭게 조합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마치 레고 블록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 듯, 우리의 경험, 지식, 감정 등을 융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배열하며 작동하는 것이다."


이 말은 커뮤니티 진화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가치를 지킨다는 것은 기존의 정체성과 문화, 철학을 의미한다. 그리고 변화란, 그것들을 파괴를 일삼는 게 아닌, 기존 구성원들에게는 신선함을 새로운 유저들과는 접점을 넓히기 과정에 있다. 핵심은 기존 구성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아야 하며, 그리고 새로운 유저들이 자극보다는 공감으로 유입되도록 만드는 방식에 있다.


그런 점에서 NBA 매니아가 20년 간 쌓아온 그들만의 정체성은 '핵심 블록'이었다. 그러나 욕설, 비속어, 반말을 허용하면서 본인들의 중요한 블록을 제거해 버렸다.


변화는 필요한 것이 맞다. 하지만 가치를 훼손하는 변화는 진화가 아니라 퇴보다. NBA 매니아는 이제 스스로에게 그리고 유저들에게 다시 묻고 판단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말이다.





*만약 바뀌지 않는다면 핵심 유저들이 모여 새로운 블록을 형성해 보는 건 어떨까?







첨부 이미지 : AI 활용


참고 자료 :


https://namu.wiki/w/%EB%A7%A4%EB%8B%88%EC%95%84(%EC%BB%A4%EB%AE%A4%EB%8B%88%ED%8B%B0)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28577.html

https://namu.wiki/w/%ED%95%9C%EB%82%98%20%EC%95%84%EB%A0%8C%ED%8A%B8

https://www.youtube.com/watch?v=2sgsog4YGWU

https://www.youtube.com/watch?v=vGEv55HP4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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