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알겠어요? 당신도 이 길에 빠질지.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 있다면, 이제 나는 고백을 하나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이다. 별일 없다면 대부분 사람들이 12년간 보게 되는 직업, 바로 그 속에 있는 누군가가 나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글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물일 뿐이다. 대단한 철학도, 극적인 감동도 담겨 있지 않다.
그래서 독자들이 있다면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시간 낭비였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불쏘시개처럼 던져버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분들은 분명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잠시 숨 돌리고, 각자의 멋진 일상을 계속 이어나가시길 바란다.
하지만 만약,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독자가 있다면 그렇게 생각해 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분명 당신은 나보다 오천 배는 잠재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아직 못 다 핀 봉오리처럼, 이제는 피어날 일만 남은 사람. 그렇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더 이상 불안해할 필요 없다.
사실, 왜 이런 글을 쓰고 싶어졌는지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어느 날, 버스 안에서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딱히 이유 없이 여기까지 왔다.”
내 인생을 요약하면 이 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문장이 왠지 책 제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번 써볼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글이 이렇게 끝까지 왔다. 참 단순한 계기였고, 별 기대도 없었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
이 글을 완성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무언가 확 바뀔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내일도 평소처럼 수업 준비를 하고, 학생들과 씨름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마무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지금 충분히 만족한다. 남들이 뭐라하든 내가 만족하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이 글엔 대단한 철학도 없고, 세상을 바꿀 충격도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시작’의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살면서 누군가의 아주 작은 변환점이 될 수도 있다면,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도 한번 해볼까?”
그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의 다음 걸음은 이미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