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주세요.
가오리는 당황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대답을 해주지 안 해줄지 고민하는 듯 입을 떼지 못했다.
눈을 크게 뜨고 주먹은 꽉 쥐었다.
‘떨리는 것처럼 보이면 안 돼.’
떨리는 모습을 보이면 가오리가 나를 만만하게 보여서 해칠 수도 있어.
가오리는 단호한 몸짓으로 지느러미를 위로 들어 올렸다.
화난 듯한 몸짓으로 내 주변을 헤엄쳤다.
강한 파도를 만들어내며 거센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바다의 외로움에서 이제 겨우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막연히 바다는 무서운 곳이 아니라고 믿었다.
가오리를 만나자 믿음이 창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내 몸에 난 상처가 보이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이곳의 바다에게 공격받았어.
무시무시한 일들을 너도 곧 겪게 될 거야. 감당할 수 있으면 있어.”
깊은 상처가 가득한 몸통을 보여주며 떨림이 느껴졌다. 오래된 상처는 아물어서 자국만 남아있었고, 눈 주변에는 얼마 전에 다친 것처럼 피가 맺혀있었다.
가오리의 붉은 눈에서 몰래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