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치 Mar 28. 2024

세상에 하나뿐인 내편

계속해서 바뀌는 직업

그가 거짓말하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의 말의 반정도만 믿었다.

본인이 헤드헌터로서 월에 2천만 원을 버느니 1억을 버느니 이런 말을 했다. 세금을 떼고 얼마가 들어온다 어쩐다 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럴 때면 "와~ 그 돈 다 벌어서 어디다가 쓰려고?"라고 물어보았다.


 그는 매번 거의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했다. 본인의 부모님 중 아버지가 당구장을 운영하시는데 그 안에서 도박을 하신다고 했다. 낮에는 당구장을 하고 밤에는 지인들을 불러서 포카를 쳤다고 했다. 그렇게 도박빚 때문에 당구장을 날릴뻔했다고 했다. 그러나 할머니께서 아버지의 당구장만큼은 날리지 않게 돈을 주셔서 지켜주고 계시는 중이고, 요즘도 빚을 계속 만들어 오셔서 자기가 버는 돈을 빚을 메꾸는데 쓰고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 들으면 정말 적당한 시나리오 한편이지 않나? 사실 그의 부모님이 진짜 도박을 하셨고, 빚을 메꾸는데 돈을 썼고 어쩌고 저쩌고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가 돈을 2천을 벌고 1억을 벌었다는 것은 명백히 거짓말이었으니 아마도 추측한데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그는 직업을 바꿨다. 헤드헌터를 그만두고 정수기 판매업으로 직업을 변경했다. 내게는 이렇게 설명했다.


"아, 그거 나 정수기업체 이사가 나를 인사팀으로 들어와 달라고 했는데, 내 학교가 그렇게 좋지 못하니까 아랫사람들이 반대를 했나 봐. 그래서 영업하는 거 잘하는 것부터 해서 성과 인정받으면 인사과로 올려주기로 했어."


그는 그저 프리랜서 정수기영업직사원이었다. 이사를 아느니, 인사팀이니 하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는 뭐 지역의 한 부서로 들어갔고, 나름 열심히 지역을 맡아서 영업을 했던 것 같다. 그에게 영업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로 성과를 얻은 것은 단 한건이었다. 어떤 술집의 좋은 사장님을 만나 한건의 정수기를 판매한 썰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는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다. 단 한건 이후로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정수기를 계약하면 선금으로 영업사원이 돈을 10만 원 정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자기는 이번에 성과를 한 번에 올리고 싶어서 100만 원에 40,50만 원씩 돈을 얹어서 줬다고 했다.


"그러면 손해잖아. 괜찮아?"


그는 성과를 위해서라면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수십 건의 성과를 올렸다고 했다.

'그래? 또 거짓말하네.' 생각했다.


역시나 거짓말이었다.


그 정도 했으면 이제 인사팀으로 올려줄 때 되지 않았어?


그는 회사에 가서 말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회사랑 말이 안 통해서 그만둔다고 했다.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는 듯했다. 그러면서 헤드헌터 일은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종종 면접관으로 간다는 등의 말을 했다. 이때쯤에는 이미 습관화가 되어있던 것 같다.


그는 교육관련학과를 졸업했었고, 교육전문 영업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바이럴마케팅도 잠깐 했던 것 같은데 얼마 하지 못했다. 그후 방문 과외선생님으로 전향했다. 자기는 이 회사에서 교재를 만들 거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을 방문해서 과외를 하는 일이었다.


말과 다른 그의 행동에 또 거짓말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계속해서 헤드헌터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헤드헌터 일을 하고 있기에 핸드폰을 보여 줄 수 없다고 했다. 중요한 개인정보가 많아서 안된다고 했다.


이때부터 그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어떻게든 그의 핸드폰 속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종종 그에게서 수상한 전화가 왔다.


[세상에 하나뿐인 내편]


전화 속 주인공은 [세상에 하나뿐인 내편]이었다. 처음에는 엄마인가? 생각했다. 그리고 물어봤다.


"누구야?"


"내가 힘들 때 많이 도와주신 스승님이야."라고 말했다.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그 스승님의 존재는 퍼스트 여자친구였다.

이전 02화 그의 직업은 거짓말쟁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