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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r 29. 2024

판도라의 상자

진실은 핸드폰 속에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내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이다.


 그는 헤드헌터이기 때문에 절대 핸드폰을 공유하지 않았다. 변명은 중요한 개인정보가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수상한 그의 행동에 의심을 했지만 보여달라고 해도 그는 절대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핸드폰이 고장이 났다. 그는 쓰던 아이폰이 고장이 나자 새 핸드폰을 샀고, 고장 난 핸드폰은 항상 차에 두고 다녔다. 그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여러 번 직업을 바꿨고, 그날도 새로운 직장을 얻고자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종종 데이트를 하다가 중간에 면접을 보러 갔었다. 그가 면접을 보러 간 사이에 나는 차에서 공부를 하거나 그를 기다렸다. 그날은 그의 고장 난 핸드폰이 눈에 보였다.


좌석 밑에 어딘가에 박혀있는 고장 난 아이폰. 어쩐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가 면접을 보러 간 사이 핸드폰을 켰다. 켜지지 않았다. 나쁜 짓을 하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창문을 괜스레 쳐다보고, 핸드폰을 들었다가 놨다가 온갖 생각을 했다.


'충전기를 꽂아보자.'


충전기를 꽂았고, 어느 정도 충전이 되자 핸드폰이 켜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리고 화면이 켜지자 비밀번호 창이 떴다. 또 한 번의 고비.


어쩌지? 뭘까? 여러 번 틀리고, 걸리면? 어쩌지?


그가 자주 누르던 번호를 생각했다. 어렵지 않았던 숫자였다.


첫 번째 시도 실패.

두 번째 시도 실패.

세 번째가 되자 멈칫하게 됐다. 이번까지만 해보고 안되면 미련을 버리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운명처럼 세 번째 시도에 비밀번호가 풀렸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당장에 사진첩을 눌렀다. 나랑 찍은 사진을 제외하고 어떤 사진들이 있을까? 그는 진짜 어떤 사람 일까? 궁금증에 사진첩을 제일 먼저 들어갔다. 그 안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담겨있었다. 극한의 분노로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의 사진들이었다.


진실은 나와 사귄 다음 달부터 시작되었다.

다른 여자와 그의 사진, 그 여자와 강아지 두 마리... 그리고 집안의 사진들.

둘의 데이트 장면, 그리고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여자가 무릎을 꿇고 남자를 맞이하는 장면.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의 모습과 그 여자의 행동들이 담겨있었다.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 볼수록 이게 맞나? 내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인가? 현실을 부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할까? 이걸 증거를 남겨야 하나... 혼란스러웠다. 사진첩을 보고 이미 나는 이성을 반쯤 잃고, 그의 가방을 보았다. 가방 안에서 나오는 그의 우편. 전기요금 같은 우편물이었다. 거기에 적혀있는 다른 사람의 이름 본인 집이라고 했지만 그 여자의 이름인 듯했다.


충격에 머리가 띵했다. 헤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어떻게 이 새끼를 죽일까.

생각했다. 여태 나에게 피해만 오지 않는다면 어떤 거짓말을 해도 넘어가주었던 내 어리석음에 화가 났다.


면접이 끝나고 그가 돌아왔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 체 돌아왔고, 차에 타자 마자 면접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중간에 말을 끊고, 아이폰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음을 고백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사진만큼 충격적이었다.

"사실 일부로 보라고 두고 간 거야. 더 이상 거짓말 할 수가 없어서 그랬어. 네가 속이는 게 있으면 말하라고 말했잖아. 근데 도저히 말하기가 힘들었어."


욕이 절로 나왔다. 지금 나를 가지고 놀아도 한참을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지 입으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니.


"너 제정신이야? 뭐 하자는 거야? 그 여자는 알아?"

"응.. 그렇지만 그 여자랑 사귀는 건 아니야. 그냥 같이 살기만 하는 거야. 진짜야."

"내가 병신이야? 그 말을 믿게? 너 미쳤니?"


그는 끝이 보이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버렸고, 입 다물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는 계속해서 변명했다.


"그 여자랑은 잠은 안 잤어. 우리는 끝난 사이야. 그 여자가 사이코야."

"됐고, 듣기 싫으니까 닥쳐."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말하지 말라고 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 이 새끼가 나를 만나면서 진실된 게 뭘까? 아니 몇 가지를 거짓말했을까? 수백까지는 되겠지?'




" 너 나한테 한 거짓말 다 적어서 가져와. 그리고 우리는 당연히 헤어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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