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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r 22. 2024

그의 직업은 거짓말쟁이

헤드헌터가 언제부터 거짓말쟁이였어?

그의 차는 말리부였다. 당시 나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이었다.굉장히 다정한 편이었는데,

가끔 장미꽃다발을 사다 주거나 공부를 할 때 몰래 찾아와서 맛있는 걸 사다 주는 사람이었다.

힘들다고 하면 드라이브도 시켜주는 내게는 꽤 괜찮은 남자친구 역할을 했다.


그렇게 그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고, 여의도 벚꽃 축제를 보러 갔었다. 여기저기를 함께 열심히 다녔다.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다녔다.


물론, 그 자동차가 현 여자 친구(퍼스트)께서 사주신 거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그중 가장 많이 간 곳은 여의도였다. 그의 직업은 헤드헌터라고 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가 졸업 후, 어떤 경로를 통해 헤드헌터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의도에 헤드헌터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한 번은 그가 야근을 하니 본인의 사무실에 놀러 오라고 했다.


취준생이었던 때라 시간이 남아돌았고, 남자친구가 일하는 곳이니 너무 궁금했다.

그는 정말로 여의도에 빌딩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피스텔 형식이었던 것 같다. 5,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책상과 사무용품들이 있었다.


그는 헤드헌터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번다고 했다. 한번 성사하게 되면 작게는 몇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의 수익이 생긴다고 했다.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무엇을 하는지는 알았지만 수익구조는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속는 게 바보이고 천치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유독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믿고, 또 믿는다고 해서 나한테 크게 손해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돈도 아닌데? 나한테 피해오는 것도 아닌데?"


그가 거짓말을 하든 말든, 그저 어린 남자의 허세정도라고 넘겼다. 그렇게 내가 한 번 두 번 그의 거짓말에 속아 주었다. 그는 정말 내가 거짓말을 믿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나를 시험하는 것인지 더 거짓말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적당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대기업에서 대기업. 다음은 대기업에서 해외취업.

점점 스케일이 커졌다. 자기가 대기업의 임원들을 만났다거나, 면접관으로 대신 갔다는 말을 했다.


그가 한 헤드헌터로서 한 거짓말 중 단연 제일 큰 것은 바로 이것이다. 자신에게 메일이 왔는데,  


미국의 애플 본사에서 이사급을 뽑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제안한 금액은 백지 수표라고 했다.


 어느 정도 거짓말을 할 때는 진짜인가? 하고 속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애플의 백지수표이야기는 정말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정말 진지했다. 내게 미국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호기심에 정말 그가 미국에 갈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 꼭 가서 100억 불러!"


물론, 그는 미국에 가지도 애플본사의 이사급을 뽑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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