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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Apr 02. 2024

지하철 자판기 우유와 할아버지

그 시절

 어렸을 때 나는 한 1년 정도 외할머니 댁에서 자랐다. 5살에서 6살쯤이었다. 할머니네는 서울이라 한강이나 서울대공원, 잠실, 여의도 등을 할아버지가 자주 데리고 다니셨다.  그럴 때마다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지하철 역내에 커피자판기가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자판기에는 커피랑 우유만 있었다. 지금은 과자도 있고, 음료수도 있지만 200원, 300원짜리 커피가 전부였다.  할아버지는 어린 나를 위해 따뜻한 우유를 매번 사주셨다.


따뜻하고 뽀얀 우유가  또로록- 하고 나오면 빨간불이 켜진다.

빨간불이 꺼질 때까지 뚫어져라 자판기를 쳐다보고 기다렸다가 할아버지가 건네주는 따듯한 우유.

차가운 공기를 만나 하얀 김이 올라오고, 호호 불면서 우유를 마셨다.


"아뜨, 할아버지 여기가 뜨거워!"


목에서부터 가슴으로 내려가는 우유의 뜨끈함을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할아버지는 나의 반응이 귀여웠는지 매번 지하철역을 가실 때면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손녀, 아뜨우유 마셔야지."


라고 웃으며 놀리셨다. 자판기 우유에 따뜻함은 할아버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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