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고양이 메인쿤이라고요?

by 세미한 소리

지난 6월 가족들과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기 위해 동물보호소에 갔습니다. 그리고 해와 달을 만났지요. 보호소 직원은 해와 달을 페르시안 고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동물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는 페르시안 고양이가 맞지만, 달이는 페르시안은 아니고 노르웨이숲 같은데요?”


살짝 당황했지만, 어차피 보호소에서 만나는 아기 고양이를 입양할 생각이었으니까 상관없었습니다. 문제는 지난주 토요일에 생겼습니다. 심장사상충 백신을 접종하러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청소년 고양이가 된 달이를 한참 보시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 달이는 노르웨이숲도 아니네요. 아마 메인쿤 같습니다.”


페르시안도 괜찮고, 노르웨이숲도 괜찮은데, 메인쿤은 왜 문제냐고요? 메인쿤은 세상에게 가장 큰 고양이이고, 그에 반해 이미 4명의 사람이 살고 있는 저희 집은 12평으로 작기 때문이죠. 그날 저녁 온 가족이 핸드폰으로 메인쿤 사진 한 번 보고 달이 얼굴 한 번 보고, 메인쿤 성향 검색하고 달이가 지내는 모습 한 번 떠올려보고 그랬습니다.


KakaoTalk_20211023_214522769_04.jpg 메인쿤 사진.. 설마 달이도???
KakaoTalk_20211023_214522769_02.jpg 달이 얼굴.. 메인쿤 같은가요??


그러다 문득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자신이 아닌 것을 내려놓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을 알아가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그렇다면 달이가 페르시안이 아니고, 노르웨이숲도 아닌 것을 알았으니, 그만큼 저는 달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달이가 메인쿤인지, 정확히 어떤 품종인지 조차 상관없어지겠지요. 왜냐하면 고양이 품종이 달이라는 한 존재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죠. 오히려 달이를 특정 모습으로만 바라보게 만들어서 달이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방해할 뿐입니다.


물론 달이가 웬만한 강아지보다 커진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러나 40대 남자의 메인쿤처럼 180cm와 80kg가 넘는 거대한? 저도 작은 집에서 한 자리 잡고 살고 있는데, 강아지보다 큰 고양이라고 함께 못살겠습니까? 그리고 해와 달이 확장시켜 준 마음과 생각의 널따란 공간에 비하면 그 정도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달이를 고양이 품종이 아닌 달이라는 고유한 존재로 바라보면서, 나 자신도, 다른 이들도 모두 고유한 존재로 여겨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사실 많은 경우 우리는 고양이 품종처럼 성별, 나이, 직업, 사는 장소, 외모처럼 드러난 것들로 자신과 남을 너무 쉽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을 쉽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 따위는 없습니다. 남자는 울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잘 웁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도 울고, 넷플릭스로 드라마 볼 때도 울고, 심지어 가족들과 예능인 유퀴즈를 보다가도 종종 웁니다. 남자답지 못하다고요? 아닙니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일 뿐입니다. 제 딸 한별이는 조신하지 않고, 조곤조곤 말하지도 않고, 정리정돈을 잘하지도 않습니다. 목소리도 크고, 호기심도 많고, 활동적이지요. 여자답지 않다고요? 상관없습니다. 저는 여자답지 않아도 용감하고 씩씩한 한별이가 참 좋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입니까?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겠지요. 그렇다면 여러분에게 잘못 얹어진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것은 어떨까요? 남자가 말이야~ 여자는 이래야지~ 어떻게 아빠가, 엄마가, 학생이, 목사가, 직원이 그럴 수 있어~ 그 나이에는~ 남들은~ 이렇게 시작하며 우리를 가두는 엉터리 말들을 털어내고, 그만큼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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