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해와 달의 중성화 수술 두 번째 이야기

고양이다움을잃지 않고, 우리가족다움을얻는 일이 되길 바라며...

by 세미한 소리

예정대로 해와 달은 중성화 수술을 받았습니다. 우연히 같은 날 저는 코로나 1차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접종 후 몸살 기운이 있어서 이불을 펴고 누웠는데, 창문 옆에서 자고 있던 달이가 어느새 곁으로 와서 누웠습니다. 마치 저를 위로하듯이, 동시에 제게 위로를 요구하듯이, 같이 쉬고 같이 회복하자고 말하듯이 슬며시 다가왔습니다. 그런 달이가 사랑스럽고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둘이 누워 넷플릭스를 보고 있는데, 문득 고양이와 제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같은 날 수술을 받고,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고양이가 사람과 같이 살기 위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중성화 수술을 받은 것처럼, 저도 제 마음과 상관없이 해야 했던 그리고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랬겠지만요.


아직 아이였을 때 호기심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주변 어른들은 위험하다고 지저분해진다고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학생이 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려고 하면, 학생은 일단 공부해야 한다며 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이제야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하면, 그것은 돈이 안 된다, 성공하기 어렵다, 사회적인 인식이 안 좋다고 말하며 안정적이고 연봉이 높고, 그럴듯한 직업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더 나이가 들고 독립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마로, 아빠로, 아내로, 남편으로, 해야 하는 일들로 살아가다 보면 자기 마음대로 살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어쩌면 우리도 고양이처럼 어쩔 수 없이 자신만의 중성화 수술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자기 마음대로 살면서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람은 없겠지요.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당장의 욕구를 포기해야 할 때도 있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서 희생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포기와 희생이 자신의 동의 없이 타인에 의해서 억지로 행해져서는 안 됩니다. 개인의 마음은 무시하고 사회의 기준에 따라 강제로 일어나서도 안 됩니다. 우리의 마음과 의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 따위는 없습니다.


잠시 시간을 만들어 생각해봅시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억지로 하는 일이 있습니까? 하고 싶지만 남들이 정한 여러 가지 방어로 하지 못하는 일은 없습니까? 만약 그러한 일들이 있다면, 그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마음과 의사는 무엇인지 물어보세요. 그다음에 포기하고 희생해도 늦지 않으니까 말이죠.


그리고 이에 대하여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함께 살기 위해 희생하는 일이 한쪽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고양이와 사람이 같이 사는데 고양이만 자신의 삶의 방식을 포기해서는 안 되겠지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사는데 여자만 자신의 욕구와 꿈을 버려서도 안 됩니다. 사장과 직원이 함께 일할 때, 직원만 자신을 갈아 넣고 희생해서도 안 됩니다. 내가 다 포기하고 희생해서 자신의 마음을 망가뜨려도 안 되지만, 자신의 몫까지 다 넘겨서 남의 인생을 망가뜨려도 안 되겠지요. 알지 못해서 혹은 알면서도 남에게 떠넘긴 포기와 희생의 몫이 있다면 용기 내어 다시 찾아옵시다.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지라도, 보람되고 뿌듯해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나’ 답게 사는 일은 ‘우리’ 답게 사는 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중성화 수술이 해와 달이 고양이다움을 잃어버린 아픈 경험이 되지 않고 우리 가족다움을 얻는 기쁜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나머지 가족들도 자신의 몫의 배려와 희생을 잘 감당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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