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내 털을 털어 버릴 시도를 한다고? 어이가 없네~ / 고양이 생각
외출하기 위해 옷을 바닥에 깔고, 돌돌이 테이프로 고양이 털을 제거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고양이들이 달려와 옷 위에 앉아 버립니다. 저를 골탕 먹이려고 하는 것은 아닐 텐데,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고양이는 털만 아니면 완벽한 반려동물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고양이 털이 함께 사는 이들을 어렵게 만든다는 의미겠지요. 저희 가족이 고양이 입양에 대해 고민할 때에도, 많은 분들이 고양이 털이 많이 날릴 거라며 말렸습니다. 그러나 저는 고양이 털에 대해서 별 걱정이 없었습니다. 차에 새똥이 묻어도, 구두에 진흙이 묻어도, 정장이나 코트에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묻어도 신경 쓰지 않는 편이거든요. 옷에 고양이 털이 묻어도 괜찮을 것 같았고, 심하면 털면 될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예상대로 괜찮았습니다. 고양이 털이 날렸지만, 심하지 않아서 청소하고 환기시키면 깨끗해졌습니다. 옷에도 많이 붙지 않아서 털지 않고 그냥 외출했었습니다. 속으로 고양이 털이 문제라던 이들을 비웃었습니다. ‘뭐 이 정도 가지고 요란을 떨었어. 참을성 없는 사람들이구먼.’ 아~! 그런데 고양이 털이 많지 않았던 것은 해와 달이 아직 어려서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해와 달이 생후 9개월이 되고, 겨울철 털갈이가 시작되자, 털이 정말 우와~! 심지어 겨울이라서 환기도 어려워, 집 안에 날아다니는 털이 훤하게 보였습니다. 입는 옷도 여름과 가을처럼 면 재질이 아니라 어두운 색 스웨터나 코트 따위라, 아무리 제가 둔감해도 옷에 붙은 털을 털지 않고 그냥 외출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돌돌이 테이프를 사용하는데, 이 녀석들이 그걸 또 방해합니다.
무던하게 고양이 털과도 잘 지낼 줄 알았던 제 예상은 틀렸습니다. 고양이 털이 예상보다 많아서? 아닙니다. 고양이 털이 많이 날리는 점은 충분히 예상했었습니다. 제가 잘못 판단한 것은 고양이 털 양이 아니라, 고양이 털에 대한 저의 면역력(?)입니다. 많이 날리는 고양이 털에도 제가 무던할 줄 알았는데, 과대평가한 것이죠. 속으로 비웃었던 분들께 다시 속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고양이 털 면역력처럼, 제가 스스로에 대해 잘못 판단한 점은 또 없는지 점검해 봅니다. 나 자신을 과도하게 이상화시키지 않는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거대한 사람으로 착각하지 않는지, 좋은 역할을 다 자신에게 돌리고, 악역은 다 주변 이들에게 떠넘기지 않는지, 헛된 망상을 꿈이라고 착각하지 않는지 말이죠. 물론 반대로 제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는지도 살펴봅니다. 과대평가한 예상이 얼마든지 틀릴 수 있는 것처럼, 과소평가한 예상 역시 얼마든지 틀릴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틀리는 경험을 지나치게 무서워하거나,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늘 자신이 옳고 맞기를 바라지요. 그러나 우리는 틀릴 수 있고, 틀려도 괜찮습니다. 틀려도 큰일 나지 않고 별일 없습니다. 오히려 틀리는 경험은 축복입니다. 틀려서 다른 길을 발견할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길을 걸어서 또 다른 나와 너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고양이 털에 무던하리란 제 예상은 벗어났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돌돌이 테이프를 들고 고양이들과 숨바꼭질하는 재미가 쏠쏠하니까요. 예상보다 고양이 털에 약한 저를 발견했지만 동시에 예상보다 고양이를 더 사랑하는 제 모습도 발견했으니까요. 부디 여러분들도 틀리는 실패 속에서 다른 성공을 맛보고, 길을 잃어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나길 바랍니다.
소로('월든'의 저자)의 말은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영혼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성경 말씀을 빗댄 것이다. 소로는 말한다. 온 세상을 잃으라. 그 속에서 길을 잃으라. 그리하여 네 영혼을 찾으라.
(길 잃기 안내서 / 리베카 솔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