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똥 실수를 한다고?

by 세미한 소리

얼마 전 유기동물 사설보호소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집으로 데리고 왔고, 그렇게 고양이 ‘해’와 ‘달’의 집사가 되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 본 적이 없던 저는 고양이 키우는 일이 겁났습니다. 그러나 가족들 모두가 고양이를 키우기 원했고, 주변 사람들도 고양이가 강아지보다 키우기 쉽고, 무엇보다 화장실은 알아서 잘 간다고 해서 용기를 냈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달이라고 이름 지은 고양이가 화장실이 아닌 곳에 똥을 싸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처음에는 아기 고양이가 낯선 환경에 와서 그런 줄 알았는데,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 계속 화장실 밖에 싸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새벽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고양이가 싼 똥을 찾아서 치우는 일입니다. 마치 적군이 몰래 설치한 지뢰를 제거하는 심정으로 말이죠.


강아지도 아니고 고양이가 똥을 막 싼다? 이건 정말 반칙 아닙니까? 솔직히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고양이는 한 번도 용변 처리를 자신의 장점이라고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천적에 들키지 않기 위해서 용변 처리를 말끔히 해왔던 본능이 남아 있었던 것뿐이지요. 사람을 위해서 한 행동도, 사람을 위한 장점도 아닙니다. 그러니 제가 배신감 느낄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너희 집에는 내 천적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편하게 똥을 쌀 거야’라고 한다고 해도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고양이가 그런 것뿐인데 말이죠. 그리고 지금 우리 집 고양이가 똥을 화장실이 아닌 곳에 싸는 것이 저를 골탕 먹이고 괴롭히기 위해 그런 것도 아니겠지요. 건강상태, 화장실 위치와 청결상태, 함께 사는 다른 고양이와 관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인데, 제 입장만 생각하고 배신감을 느끼다니, 저도 참 오만한 놈입니다.


그때 문득 제가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실수를 한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네가 어떻게 감히 나에게 이럴 수 있어?’ 그런데 그 상대방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고양이를 통해서 배웁니다. 고양이가 자기 습성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상대방도 자신의 성향과 자라온 환경, 그리고 지금 처한 상황에 따라서 행동할 수밖에 없겠지요. 저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요. 따라서 ‘감히 네가’라고 말하며 상대방을 원망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너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하며 그러려니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더 현명한 태도입니다.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볼까 합니다. 아기 고양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똥을 밖에 싸는지, 유튜브와 인터넷에 검색도 하고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고 있는데, 해결할 때까지는 그러려니 하며 고양이 똥을 치우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주변 사람들에 대해 그러려니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 ‘네가 감히’라고 말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마치 여러분을 일부러 골탕 먹이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아니면 장점이었던 것이 갑자기 단점으로 느껴지기도 하실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결혼 전에는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는데, 지금은 먹는 소리만 들어도 입맛이 떨어져요. 차분하고 신중한 성격이 믿음직스러워서 결혼했는데, 느려도 너무 느려, 답답해 죽겠어요.’라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여러분을 골탕 먹이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저 자기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다 이해하고 받아 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러려니’ 할 때, 그만큼은 따뜻해지고 말랑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려니 하며 살아봅시다!


문제의 고양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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