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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노

by 신서안

누가 이 불의의 시대를 덮으랴

누가 이 부패한 권세를 감싸랴


부정한 자들의 심장마다 꽂히는 시퍼런 외침,


비비—

비비—


그 소리 따라 영노가 다시 깨어난다

구름을 뚫고, 어둠을 가르며 서늘한 이빨을 드러낸다

불길처럼 일어나 구불구불 관아를 감고

억눌린 백성의 한(恨)이 등줄기를 타고 솟구친다


나주목이 부채를 떨어뜨리며 허겁지겁 도망간다

저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보아라


영노야,

목덜미에 서릿발 이빨을 꽂고

부정한 벼슬아치의 검은 피를 흩뿌려라


아, 누가 저 비명을 듣는가

밤마다 산천을 뒤덮는

비비—

비비—


그 소리는 내 핏속에도 흐르고

내 어머니의 어머니 그 속에도 길게,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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