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불의의 시대를 덮으랴
누가 이 부패한 권세를 감싸랴
부정한 자들의 심장마다 꽂히는 시퍼런 외침,
비비—
비비—
그 소리 따라 영노가 다시 깨어난다
구름을 뚫고, 어둠을 가르며 서늘한 이빨을 드러낸다
불길처럼 일어나 구불구불 관아를 감고
억눌린 백성의 한(恨)이 등줄기를 타고 솟구친다
나주목이 부채를 떨어뜨리며 허겁지겁 도망간다
저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보아라
영노야,
목덜미에 서릿발 이빨을 꽂고
부정한 벼슬아치의 검은 피를 흩뿌려라
아, 누가 저 비명을 듣는가
밤마다 산천을 뒤덮는
비비—
비비—
그 소리는 내 핏속에도 흐르고
내 어머니의 어머니 그 속에도 길게, 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