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다시 산으로 올라갔어. 집으로 가기 위해 소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서였어. 소들은 여기 저기 흩어져서 풀을 뜯기도 하고, 새김질도 하면서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 ‘떙그랑, 땡그랑, 땡, 땡.’ 워낭소리가 정겹게 들려왔어. 새로 뽑힌 대장 소를 먼저 줄 세웠어. 대장이 된 큰집 소와 나머지 세 마리의 큰집 소를 먼저 줄 세우니 신기하게도 어떤 소들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어떤 소들은 총총한 걸음으로 몰려 들었어.
“다 왔나? 자기 소 있는지 확인해 봐라.”
그런데 소리가 없었어. 다른 소들은 다 있었는데 소리가 없었어.
“오빠야, 우리 소리가 없다. 도대체 어디 갔제?”
큰집 오빠는 대장 소와 다른 소들을 데리고 있고, 청아와 동네 아이들이 소리를 찾기로 했어. 나무숲을 헤치고 이산과 저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고, 꼭대기에서부터 산등성이를 훑어서 내려오면서 워낭소리가 들리는지 귀 기울여 보았지만 소리를 찾을 수가 없었어.
소리를 잃어버린 거야.
청아는 훌쩍거리기 시작했지. 소리를 데리고 소몰이를 온 첫날에 소리를 잃어버릴 줄은 생각하지 못했어. 어찌해야 할지 몰랐어. 다른 소들은 이제 집으로 가야 하는데 이 깊은 산 속에서, 그것도 혼자서 어떻게 소리를 찾아 낼 수가 있단 말인가? 혹시라도 소리에게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엄습해 왔지.
큰집 오빠가 말했어.
“괘않다. 우리도 다 소를 잃어 버렸다가 찾은 적이 한 번씩은 있다 아이가. 니는 우리랑 같이 동네로 가재이. 집에 가면서 내가 찾는 방법을 가르쳐 줄라니까. 훗닥 가재이.”
큰집오빠의 재촉에 청아는 참매미골에서 소리를 찾는 것은 포기하고, 함께 동네로 가기로 했어.
대장 소가 앞장서고, 모든 소들이 줄지어 비탈을 내리달려 신작로로 내려왔어. 일렬종대의 소들이 동네를 향했어. 다른 소들은 우리 소리가 있는지 없는지 상관없이 평화로이 줄지어 걸어갔어. 이토록 워낭소리가 서글프게 들린 적은 없었을꺼야.
큰집 오빠가 말했어.
“소는 어둑해지면 무덤가로 온대이. 참새미골에서 두고개 넘으면 공동묘지가 있거든. 소들이 전에도 공동묘지로 많이 넘어 갔다아이가. 소리도 거기 가면은 찾을 수 있을 기다. 처음에는 소들이 대장 소한테 안 붙어 있고, 혼자서 멀리 가는 기라. 우리 소도 그런 적이 있다 아이가.”
“공동묘지? 나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작은 아버지 산소 가는 길 있제. 그 길 따라서 쭉 올라가서 한 고개만 더 넘으면 공동묘지다 아이가. 그리 가면 된다.”
“알겠어.”
청아가 힘 없이 대답했어.
동네로 향하면서 청아의 마음에는 슬픔과 무서움이 차올랐지. 길을 가다가 멀리 보이는 그곳을 올려다보는 것도 무서워서 고개를 돌리던 공동묘지였어. 귀신이 드글드글한다는 소문도 있었고, 특히 흰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이 입에 칼을 물고, 입가에 핏물을 흘리면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한다는 소문도 있었거든. 아니면 무덤을 파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어. 시체의 간을 빼 먹는 모습을 전설의 고향에서 많이 봐 왔던 터라 몸서리가 쳐졌지.
드디어 동네 어귀에 이르렀어. 다들 자기 집으로 가기 바빴지. 그 누구도 청아와 공동묘지에 함께 가 주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어. 청아의 성격에 같이 가자고 떼쓰지도 않았지. 공동묘지를 향해 올라갔어. 여름 해가 늬엇늬엇 넘어가는 시간이었지. 산길은 더욱 어둑했어. 아마 간이 콩알만 해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을 거야. 소리를 찾겠다는 일념이 아니었다면 결코 가지 않았을 공동묘지였지. 아버지 산소 앞 길녘까지 왔어. 아직 한참 더 올라가야 했어. 그런데 저 멀리 처녀귀신이 왔다갔다 하는 거였어. ‘아악’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았지.
“도와주세요 . 도와주세요. 흑흑.”
청아는 눈물을 훔치면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처녀귀신을 이겨볼 요량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지. 한참을 걸어가니 하얀 비닐이 나무 가지에 걸려서 나풀대고 있었어. 공동묘지로 가는 길에 간간히 밭이 있었어. 처녀귀신이 아니라 그 밭들에서 날려 온 비닐이었던 거였어.
뒤골이 서늘해지면서 이번에는 귀신이 등에 타고 있는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어. 다리가 얼어 붙어서 땅에서 떨어지지 않고, 눈물이 찔끔찔금 나왔지. 그때였어.
‘땡그랑, 땡그랑, 땡, 땡.’
워낭 소리가 들려왔어. 소리였어. 두려움에 짓눌려서 천근만근하는 다리를 이끌고 걸음을 재촉해서 드디어 공동묘지에 도착했어. 소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풀을 뜯고 있었어. 청아는 소리의 배에 머리를 대고 울었어. 소리가 무사한 것이 기뻐서, 너무 기뻐서 울었어.
“엉엉엉. 으앙, 으앙.”
큰 소리로 울었지. 청아의 울음소리에 놀랐는지 소리는 가만히 서서 되새김질만 했어.
큰집 오빠 말이 맞았어. 소는 밤이 되면 무덤가로 오는 거였나봐. 공동묘지에 같이 와 주지 않은 동네 아이들에 대한 원망도 사르르 녹아내렸지. 같이 가자고 말 한마디 못했지만 내심 함께 공동묘지에 와 주기를 바랬었거든. 소리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길은 어두움이 더욱 짙어 있었어. 오르는 내내 그토록 두렵고 무서웠던 산길이었는데 소리와 함께 가벼운 걸음으로 뛰어서 내려올 수 있었어.
드디어 집에 도착했어.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청아는 축담에 털썩 주저 앉았어. 기다리던 언니가 소리를 외양간에 넣고, 고삐를 매어 주었지. 소리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듣고 걱정에 차 있던 엄마는 돌아온 청아를 보고 한숨 돌리셨지. 온가족이 저녁밥상에 둘러 앉았어. 청아는 소리를 찾아낸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들려주었어.
“아이고, 우리 청아 진짜 대단하대이. 역시 내 동생이야. 고생했어. 고생했어.”
늘 청아 편인 언니가 칭찬해 주었지.
방학 소몰이 첫날은 청아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