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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Apr 16. 2022

지겨운 일상에서 탈출하는 방법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는 바로 명탐정 코난이다. 처음 코난을 보게 된 건 8살 즈음.

그때 코난 주제가는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밤이 궁금해 오늘은 어떤 사건이 날 부를까?

 이 가사가 뇌리에 박혀서 이 만화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오늘은 어떤 사건이 날 부를까?"라고 말하는 코난처럼,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대신 "나도 매일 새롭고 신나는 일들로 가득한 하루를 보낼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면서 살아왔다.


 학생 때는 주체적이거나 주도적으로 선택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사회가, 학교가, 가정에서 정해준 대로 맞춰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또 모두가 그렇게 나에게 말해왔다.


 성인이 된 지금은 그때의 내가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살았다면 더 행복했지 않을까, 그리고 더 빨리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하루가 지겨워지고 지치게 되는 것 같다. 내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진짜 매일이 기다려지고 신나던 때가 크게 3번 정도 있었는데, 그때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공통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패션 블로그를 시작했던 것. 사실 이 때는 친구들도 모두 이름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대학에 플러스가 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는 상황이었고 선생님들도, 주변 어른들도 모두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나이었고 시기였다.


그럼에도 내가 공부 대신 블로그에 온 힘을 쏟았던 이유는 먼저 공부가 너무 하기가 싫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학교에서 배우는 국영수와 관계없는데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가 일단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을 다 잡아보려고 해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고, 난 잠이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이나 자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잠을 포기하며 새벽까지 즐겁게 공부를 하게 만든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패션 블로그다.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시작을 했는데, 그땐 내가 패션 디자이너가 꿈일 때라서 달마다 여러 잡지사의 잡지도 사고 매일 인터넷과 패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공부도 할 때라 열정 넘치게 블로그에 글을 썼었다.


 처음에는 같이 재밌게 블로그를 해나갔었는데, 어느 순간 친구와 나의 방향성에 차이가 생기게 되었고 그 이후로 친구랑은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혼자 하니까 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 당시 네이버 메인에도 자주 올라가면서 하루에 최대 몇십만 명이 들어오기도 했었다. 그때 네이버에서 패션 어플을 준비 중이었는데, 거기에 프리 유저로 참여하면서 어플 담당 관계자분들을 만난 적도 있었다.


 그때의 난 고3이었고 관계자분들께서는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었다. 나는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라서 패션디자인학과를 갈 생각이라고 말했고, 그분들께서는 자신들도 패션을 너무 좋아했지만 다른 전공을 하게 되었고 결국 네이버라는 회사를 들어오게 되었지만, 여기에서 자신들이 정말 좋아했던 패션이라는 분야로 일을 하게 되었으니 꼭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거나 그 학과를 가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미래에 대해서 천천히 생각해보라는 말을 해주셨다.


 내가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공부라는 걸 선택해서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다면 정말 불행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학생 잡지에서 인터뷰도 해보고 네이버 메인에도 올라가 보고 다양한 패션 뷰티 행사에 참여도 해보고, 수많은 서포터스 활동들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정말 즐거웠고 다음날이 기대되는 나날들을 보냈었다.


 두 번째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예상 밖의 업무를 하게 되었을 때다. 고등학생 때 열심히 했던 블로그는, 결국 사회의 시선과 압박에 못 이겨... 그리고 당장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입학하게 된 대학생활로 바빠지면서 소홀하게 되었고 점점 손에서 놓게 되었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생활도 나하고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게 되었고, 대신 알바를 하다가 직원이 되어 첫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첫 직장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다. 이 회사가 나중에 업종을 변경하게 되면서 1년 정도 백수 생활을 했었는데, 그러다가 발견하게 된 게 2번째 회사였다.


 2번째로 들어가게 된 회사는 블로그 경력과 첫 번째 회사에서의 바이럴 관리 경험을 살려서 마케팅팀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는데, 마케팅팀으로 근무한 지 1주일 만에 광고팀으로 팀 변동이 생겼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광고업무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내보내는 광고를 보고 물건을 열심히 구매하는 소비자에 불과했었다.


 처음에는 팀 상사분들께 업무를 배우면서 생전 처음 듣는 용어들에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웠다. 그래도 모르겠다고 하면 용어가 무슨 뜻인지 상세하게 알려주신 과장님 덕분에 빠르게 습득을 해나갔고, 광고를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광고라는 게 시간이 항상 부족하고 촉박하며 다양한 카피와 디자인을 통해서 빠르게 등록을 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입사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과장님께서 직접 하고 싶은 카피로 이미지를 골라서 광고를 해보라고 하셨는데, 그때 내가 광고했던 소재는 광고를 게재했던 플랫폼에서 우수 광고 소재로 뽑혀서 소개될 정도로 엄청난 성과를 냈다.


 내가 쓴 글로 돈을 벌어들이는 그 광경을 바로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광고라는 분야는 너무 새로웠고 뿌듯했고 재미있었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내가 맡은 직무를 해나가는 거지만 그냥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공부를 하고 체험을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일이 끝나고 퇴근해서 집에 가면 인터넷과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고 다음날 회사에 가면 공부했던 내용으로 계획을 세우고 테스트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너무 즐거웠다. 그래서 매일 오늘은 내가 올린 광고로 얼마를 벌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클릭을 하게 될까 기대하면서 설레는 기분으로 회사를 다녔었다.


 세 번째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다. 2번째로 들어가게 된 회사의 직무는 나와 잘 맞아서 정말 재미있게 회사를 다닌 건 맞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바깥활동이나 여행을 강제로 못 가게 되니까 회사와 집이라는 같은 사이클을 계속 반복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삶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었고 돈을 벌어야 하니까 회사를 다니긴 하지만 이 사이클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경험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세가 좋지 못했던 나는 측만증이 있었고 우연히 보게 된 인스타그램 광고에서 필라테스라는 걸 발견해서 그날 바로 수업을 등록하러 집 근처 필라테스 센터에 갔다. 예전부터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과연 이번에 이 운동은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지금 1년이 넘도록 다니고 있고 교정 효과도 확실히 있었는지 키도 커졌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위해서 헬스 피티도 끊고 복싱센터도 등록했는데, 처음으로 배워보는 것들이라서 힘들지만 오히려 한동안은 일상에 더 활력이 생겼었다.


 그리고 또 도전했던 것들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브이로그를 편집해서 올리는 것과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그려서 올리는 인스타 툰, 이모티콘을 그려서 플랫폼에 제출해보는 것 등이 있었는데 이것들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또 잠도 안 자고 새벽까지 작업들을 하면서 다음날은 어떻게 해볼까라는 생각들로 설레었다. 다시금 일상의 무료함과 무기력함 속에서 싸우고 있는 지금,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참 좋은 설렘과 에너지를 가져다준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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