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같지 않은 미술관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 건물들이 정말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쩌다 떠나게 된 베트남 호찌민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거리를 걷다 보면 노후되고 걷기 쉽지 않은 곳들도 꽤 많았지만 그렇게 걷다가 만나게 된 호찌민 시 미술관은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이나 예뻤다. 베트남은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였기에 프랑스의 건축 양식이 적용된 건물들이 참 많다. 동양에서 만나는 작은 파리의 모습이랄까.
호찌민의 미술관은 가기 전에 찾아본 후기들 사진에서부터 베트남 보다는 유럽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기대했던 곳이다. 오전 일찍부터 미술관을 가기 위해 숙소에서부터 꽤 걸어왔는데 푹푹 찌는 더위에 공기 가득한 습기에 땀을 뻘뻘 흘리고 지쳤지만 미술관에 도착하고 건물을 마주한 순간에는 이 더위로 생긴 짜증도 날려버릴 만큼 너무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더위를 정말 많이 타는 스타일이라, 조금만 더워도 불쾌지수가 급속도로 상승하는데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공간들이 주는 힘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힘들고 지친 순간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 봐왔던 미술관들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미술관 같지 않은 미술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고 봐왔던 미술관은 미술 작품을 위한 미술관이었는데 베트남 호찌민에서 만난 미술관은 작품을 위한 건물이 아닌 건물 자체가 작품이 되었다.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너무도 아름다웠지만 호찌민 미술관은 계단을 오르는 순간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계단에서 바라본 건물들이 모여 생긴 또 하나의 공간, 계단을 올라가 바라본 큰 창과 창 사이로 보이는 풍경, 내리쬐는 햇살까지 모든 것들이 하나로 모여 이것도 작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