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 번째 회사를 그만두었던 이야기.
1년 9개월. 2년 가까이 일했던 세 번째 회사.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회사였는데, ㅈ... 소 기업에 체계라곤 없는, 전에 쓴 글을 읽으신 분은 아실 테지만 이제 들어온 직원이 업무에 대해 질문했을 때 상사가 초록창에 검색해 보라고 말하던 그 회사다. 제일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에 중고 신입을 뽑았는데 완전히 경력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완전 똑같은 직무는 아니었고 겹치는 직무가 있어서 조금은 아는 일이었지만, 아무리 경력이라고 회사에 들어가도 그전에 일하던 회사와 새로운 회사의 업무 방식이나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완전히 똑같지 않기 때문에 새롭게 배우고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나에게 업무를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고, 심지어 회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을 해주는 사람도 없어서 스스로 화장실이 어딘지, 탕비실이 어딘지 전부 찾아다니며 알아내야 했다.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하거나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하고 끝까지 안 알려주던...
가장 중요한 일을 맡겨놓고, 다들 사람 뽑았으니 이제 뽑힌 네가 알아서 다 해결하고 해내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며 급하니까 빨리하라고 닦달만 할 뿐 제대로 아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던 곳. 결국은 혼자서 모든 걸 알아내고 찾고 공부하고 해결해야 했던 곳. 나는 이 회사에 들어온 뒤로 3개월 동안 밤 11시가 넘어 간신히 퇴근하는 일상을 지냈다. 매일매일 피곤하고 힘들고 지치고 눈물 나는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힘들고 아파도 회사에서 죽으라는 상사 밑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며 버티고 또 버텨냈다.
이런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해야 할 일은 넘쳐나는데 사람이 항상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존 인원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인데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얼마나 버틸 것인가. 계속해서 사람을 뽑았지만 뽑는 만큼 또 그만두는 상황이 내가 일하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반복됐다. 2년 넘도록 다닌 나도 적응이 안 될 정도로 매일 거지 같은 일과 사건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상사라는 사람들은 일은 안 하고 흡연과 수다로 하루를 다 보내는 사람들이었고 책임감이라고 할만한 것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일하는 사람과 노는 사람이 정해져 있었고 노는 사람들이 오히려 돈도 더 받고 인정받는 아주 이상한 관습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업무는 점점 늘어나는데 사람은 채워지지 않아서 더 이상 기존 인원들로도 메꿀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렇게 되자 부장님이 직접 일을 하기 시작하셨다. 그 중간에 있던 관리자들은 여전히 일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부장님은 이유를 묻기 시작했고 그들이 말한 이유의 대부분이 회사의 분위기와 사람들 때문이었다. 부장님은 사실상 거의 막내에 가까웠던 나에게 회사의 분위기를 살려줄 것을 부탁하셨고 회사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마다 축하파티를 준비한다던가 간단한 이벤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많이 딱딱했던 회사의 분위기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관리자이자 빌런인 그들은 이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자신이 왕이 되어 휘어잡는 걸 즐거워하던 사람들이라 서로 잘 지내고 부드러워진 분위기를 싫어했다. 그때부터 그들의 횡포가 시작되었다. 더욱 사람들을 막대하며 막말이 심해졌다.
다른 사람의 죽음마저 자신의 이익으로 바라보며 다행이라 하던 그의 말을 끝으로 나는 이 회사도 그만두게 되었다. 그동안 작은 이벤트들을 하며 노력했던 나의 모습에 감동했던 여러 직원분들이 아쉬워하시면서 선물도 주시고 밥도 사주셔서 그래도 이 회사에서의 마지막을 준비해 가는 과정에는 행복하고 즐겁기도 했다. 마지막 출근 날이자 퇴사하는 날에 회사를 나설 때에도 그 빌런들은 나의 인사도 무시했다. 꽤나 잘 지냈던 같은 팀 팀원분과 부장님께서 회사 정문까지 배웅을 해주셨다. 그들은 문 너머에서 인사를 했고, 그들이 넘지 못하는 그 선을 넘어 나는 이 거지 같은 회사에서의 탈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