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 보행 인간

by eunice 유니스

직립 보행 인간

길을 걸었다.


때로는 뛰기로 하고, 때로는 천천히 걷기도 했다.


더러는 자동차를 타고 편히 가는 그 길을

두 발로 오롯이 걸어가려니

발이 아프고 숨이 차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잠시만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

너무 오래 쉬어버렸다.


내가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새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며

원망만 하고 있던 어느 날,


지나가던 행인이

말을 걸어온다.


가고 싶으면 일어나 걸어가라고...


머리에 번개가 내리친 것 같았다.


그리곤 내가 걸을 수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이 기억났다.


굳어진 관절 마디 마디를 움직여본다.


삐그덕 삐그덕...


퇴화된 근육들이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며

다시금 나로 하여금

직립 보행 인간으로

우뚝 서게 한다.


이제는 뛰어 갈 수는 없지만

천천히

다시 앞을 향하여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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