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회복

by eunice 유니스

상처와 회복


어느 겨울 아침,

아이들 마실 코코아와 내 커피를 타려고

커피포트에 물을 끊이다가

팔에 꽤 넓게 화상을 입었다.


병원에 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약국에서 화상 약을 사서 바르고 자가 치료를 하고 있었다.


이를 본 친정 엄마가

빨리 나으라며

물집을 확 뜯어내고

독한 소독약을 부어버리셨다.


얼마나 아팠던지

상처부위가 벌게지면서 화끈거렸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화상 치료 시 물집을 절대 뜯어내면 안 되고

심할 경우엔 주사침으로 물집을 빼낸 후

연고를 바르라고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감염의 위험이 있어서

그제서야 병원에 가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느꼈던 것은...


개인의 아픔이든,

공동체의 아픔이든,

큰 아픔과 상처에 대처하는 자세는

‘기다림’이라는 깨달음이었다.

빨리 나아야한다며

상처부위를 들추어서

독한 소독약을 부으면

다친 상처보다 더 고통스럽고,

2차 감염으로 더 상태가 심해질 수 있으며,

흉터도 오래 남는다.


우리 주변에

마음의 상처와

현실의 여러 고통의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이

그들 자신의 고통에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그것을 토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한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힘든지도 안다.


고통을 당한 사람도 힘들겠지만

그를 사랑으로 기다려주는 주변사람들도

그 기다림의 시간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기다려주자.


죽은 세포가 떨어져나가고

상처에 새 살이 돋을 때까지

기다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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