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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할아버지 May 09. 2022

당신의 기억이 머무는 동안

매일 보는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을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이 앞선다

기억의 저편에선


여기 당신의 기억이 머무는 동안

난 더 많은 기억을 당신에게 드리려고 합니다

얼핏 지나치는 작은 몸짓에도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가는 듯 아려오고

점점 기억을 잃는듯한 당신의 모습에

찢어지는 아픔만이 가득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내 남은 생이 얼만큼인지는 몰라도

당신의 기억과 바꾸어주고 싶습니다

불현듯 스치는 다가올 날들에 대한 두려움

그냥 나만의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또 새로운 날이 오고

반복되는 또 같은 일상이지만

언제나 기억하던 모든 것들은
산산이 흩어져 버리고

이것저것 슬금슬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갑니다

우리가 우리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기억의 저편에선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까?

숱한 의문들이 꼬리를 물지만

그래도 오늘은 괜찮다고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고

공허한 메아리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언젠가부터 생긴 또 하나의 버릇

퀭한 가슴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오열

이런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것은 아닐 텐데

그렇게 수없이 되뇌어 보며

순간순간 복받쳐오는 눈물을 삼켜냅니다

당신이 있어 갈등도 많았지만

당신이 있어 행복함도 많았습니다

우리의 내일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당신이 있고

또 내가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복 받히는 슬픔은 삼키고

웃음을 보일 수 있습니다.


기억의 저편엔

잃어버린 추억이라는 것도 있을 테고

기억의 저편엔

알 수 없는 우리들의 모든 것들이 있겠지요

그곳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한 얼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치듯 지나치더라도

엷은 미소를 보여 줄 수 있는
그런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만나 지나온 그 많은 시간들

돌이켜보면 어제나 오늘이나

순식간에 모두를 지나온 것 같은 
삼십 년 세월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들은 얼마나 남았을까?

이런 걱정들로 어리석음만이 가득하고

오늘도 기억의 저편엔

무엇이 있을까를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이젠

가슴이 먹먹해져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당신을 위해 무언가는 해야 될 것 같아

창고를 수리하고

당신이 좋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생각들로 가득합니다

당신이 웃으면 웃는 만큼
당신의 기억을 잡아 둘 수 있을 것 같고

당신이 즐거우면 즐거운 만큼
당신의 기억들을 잡아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쓸쓸한 표정에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당신의 기쁜 표정은

한없이 환희에 가득 차게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당신의 기억을
영원히 붙잡아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이 날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기억에서 나를 지워내면

당신에게는 이미 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당신의 기억을 붙잡아야 하는
그 많은 이유들 중에

나를 당신의 기억에서 지워 낸다는 것이

당신에게는 첫 번째 아쉬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이 아리도록 슬픔이 가득한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내일도 오늘 같고

그다음 날도 오늘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내 기억 속엔 당신이 있고

당신의 기억 속엔 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억 저편에서 만날 때

왠지 어색하지 않은 우리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012년 8월 17일

문득 매일 보는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을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이 앞선다.

사람은 모든 것을 잊으며 살아 가지만 그래도 때로는 아니었으면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 그리고 마음이 미어지도록 측은한 사람. 당신은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들을 더 소중하게 기억하게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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