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는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을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이 앞선다
기억의 저편에선
여기 당신의 기억이 머무는 동안
난 더 많은 기억을 당신에게 드리려고 합니다
얼핏 지나치는 작은 몸짓에도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가는 듯 아려오고
점점 기억을 잃는듯한 당신의 모습에
찢어지는 아픔만이 가득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내 남은 생이 얼만큼인지는 몰라도
당신의 기억과 바꾸어주고 싶습니다
불현듯 스치는 다가올 날들에 대한 두려움
그냥 나만의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또 새로운 날이 오고
반복되는 또 같은 일상이지만
언제나 기억하던 모든 것들은
산산이 흩어져 버리고
이것저것 슬금슬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갑니다
우리가 우리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기억의 저편에선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까?
숱한 의문들이 꼬리를 물지만
그래도 오늘은 괜찮다고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고
공허한 메아리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언젠가부터 생긴 또 하나의 버릇
퀭한 가슴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오열
이런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것은 아닐 텐데
그렇게 수없이 되뇌어 보며
순간순간 복받쳐오는 눈물을 삼켜냅니다
당신이 있어 갈등도 많았지만
당신이 있어 행복함도 많았습니다
우리의 내일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당신이 있고
또 내가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복 받히는 슬픔은 삼키고
웃음을 보일 수 있습니다.
기억의 저편엔
잃어버린 추억이라는 것도 있을 테고
기억의 저편엔
알 수 없는 우리들의 모든 것들이 있겠지요
그곳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한 얼굴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치듯 지나치더라도
엷은 미소를 보여 줄 수 있는
그런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만나 지나온 그 많은 시간들
돌이켜보면 어제나 오늘이나
순식간에 모두를 지나온 것 같은
삼십 년 세월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들은 얼마나 남았을까?
이런 걱정들로 어리석음만이 가득하고
오늘도 기억의 저편엔
무엇이 있을까를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이젠
가슴이 먹먹해져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당신을 위해 무언가는 해야 될 것 같아
창고를 수리하고
당신이 좋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생각들로 가득합니다
당신이 웃으면 웃는 만큼
당신의 기억을 잡아 둘 수 있을 것 같고
당신이 즐거우면 즐거운 만큼
당신의 기억들을 잡아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쓸쓸한 표정에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당신의 기쁜 표정은
한없이 환희에 가득 차게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당신의 기억을
영원히 붙잡아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이 날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기억에서 나를 지워내면
당신에게는 이미 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당신의 기억을 붙잡아야 하는
그 많은 이유들 중에
나를 당신의 기억에서 지워 낸다는 것이
당신에게는 첫 번째 아쉬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이 아리도록 슬픔이 가득한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내일도 오늘 같고
그다음 날도 오늘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내 기억 속엔 당신이 있고
당신의 기억 속엔 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억 저편에서 만날 때
왠지 어색하지 않은 우리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012년 8월 17일
문득 매일 보는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을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이 앞선다.
사람은 모든 것을 잊으며 살아 가지만 그래도 때로는 아니었으면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 그리고 마음이 미어지도록 측은한 사람. 당신은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들을 더 소중하게 기억하게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