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물보라를 보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항상 바라만 보던 당신
일이 있어 외출한다는 말에
순간, 갑자기 어두워진 당신의 표정
삼십 년 세월을 살면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짐짓 모르는 척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저녁에 돌아와 보니
머리가 깨어지듯 아프다는 당신
말려둔 비단풀로 차 한잔 내려주고
내가 없어 그러냐는 말에
긍정도 부정도 아닌 긍정
머리 한 번 만져주니 다 나았단다
이젠 혼자 있으면 불안해하는 당신
어찌해야 할지 매우 혼란스럽다
그저 흐르는 세월에
모든 것을 맡겼지만
왠지 애처로움이 소름처럼 돋아난다
부딪쳐 깨어지는 저 물보라처럼
온몸을 부딪쳐 산산이 흩어져 보지만
물끄러미 응시하는 당신의 시선이
오늘도 나를 망가트릴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되어 다가온다.
2012년 8월 19일
비가 많이 오던 날 팔당댐을 보고 싶다는 당신, 부서지는 물보라를 보는 무표정한 당신의 얼굴에서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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