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집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이 무서웠다.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공부를 더 하고 더 좋은 직장을 같기 위한 핑계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은 대학생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교수와의 잦은 교류와 더 깊은 학업뿐이었다.
사회보다는 쉽겠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다. 그것은 사무적인 관계의 확장이었다. 평소에 얕은 관계보다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편이었기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첫 학기 때 나와 다른 사람들이 대하는 나가 일치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런 이유인지 그걸 알고 난 후부터는 사무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노력은 빛이 바랬었다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근데 그때부터였다. 계속해서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은.
그래서 사람을 더욱 자주 만났다. 무작위로 사람을 선별해서 연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에 빠지게 되었다. 하룻밤을 자주 보내고 그다음 날 연락처와 제대로 된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지는 그런 관계 말이다.
그때는 한창 성욕이 왕성한 때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사람이라는 익명을 쓰는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관계를 나누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약간의 감정교류도 원해 보였다. 같이 식사하고 무서움에 떨며 손을 잡으며 즐기고 늦은 밤 술에 취해 거리를 산책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이유였다.
막대기만 남은 채 입에 물고 있던 막대기를 어느 가로등 아래에 있는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었다. 그녀도 똑같이 행동했고 우리는 담배꽁초가 수북한 거리에서 담배를 태웠다. 그녀는 담배를 물고 박하 향 나는 캡슐을 깬 후에 불을 붙였다. 담배가 빨리고 그녀의 손에 들어있을 때는 진한 분홍색 틴트가 묻어나왔다.
우리는 담배를 피우면서 어느 숙소로 갈 것인지 얘기했다. 나는 최대한 가성비를 따지며 이곳저곳을 보여주었지만, 그녀는 거절하기 일쑤였다. 그녀는 자기가 직접 찾아본다며 하고 오 성급 호텔을 내게 들이밀었다. 돌리지 않고 내가 직접 물었다.
“돈은?”
사실상 이때부터는 작별이 예고되었다고 생각했다. 되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내가 부담하라거나 여기 아니면 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예상을 깬 것 그녀였다.
“내가 가자고 했으니까, 내가 내야지.”
나는 그저 이 상황에 신이 나 있었다. 의사의 손이 가지 않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이목구비와 골반 모양새가 딱 드러나는 청바지를 입은 여자와 하룻밤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돈도 얼마 없었는데 이런 고급 호텔에 묵을 기회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었다.
체크인을 하자 생전 처음 보는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밖에 있는 테라스에 두 명이 들어갈 만한 욕조가 있었고 침대는 킹사이즈로 보였다. 딱 봐도 최신형인 얇은 TV와 환영 음식과 음료수까지 있었다.
최대한 경박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몸에 밴 그저 놀기를 좋아하는 평범함이 묻어있었는지 그녀는 내게 이곳의 규칙 따위를 하나하나 짚으며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기 시작했다.
따뜻한 열기가 차가운 겨울의 바람과 만나 김이 피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모든 옷을 벗고 욕조에 들어갔다. 어리숙해 보이는 내가 그녀를 따라 옷을 벗고 들어가자, 그녀는 귀엽다는 듯이 내 눈을 응시했다.
욕조에 들어가자, 그녀는 손에 든 배스 밤을 풀어냈다. 곧이어 아리따운 형형의 색깔이 물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물속이 보이지 않을 때가 되자 내 옆에 착 달라붙듯이 안겼다. 욕조의 물보다 따뜻한 온기가 내 가슴에 닿았다.
입은 점점 가까워지고 자연스러운 달빛에 의해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고 욕조의 물이 파도처럼 넘칠 듯이 격렬하게 관계를 나누었다. 그 관계는 나의 흥분감이 완전히 올라갔는지 세 번을 하고 난 후 그녀가 지치면서 끝이 났다. 서로 뜨거운 기운에 휘말려 녹초가 되었을 때 더 가까워지고 싶었는지 나도 모르게 실명을 꺼냈다.
“전 이훈섭이라고 합니다.”
대답 대신 담배를 한 대 물려주고 자기 입에도 가져다 댔다. 불을 붙이고 나서 그녀는 연기를 내뿜었다. 따뜻한 몸에 비해 차가운 냉기 때문에 유독 연기가 짙게 뿜어져 나왔다. 무언가 만족하기라도 하듯이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냥. 익명으로. 사람으로 불러주세요.”
예상과는 달리 관계의 진전을 원하지 않는 문장이었다. 여태까지 보였던 행동과는 맞지 않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내가 거기서 더 물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남자랍시고 있는 약간의 자존심이 문제였다. 거의 모든 것을 결제한 그녀에게 추잡한 뒷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말이 진심이었나 싶을 정도로 서로 침대에 나체로 눕고 껴안고 잠이 들었다. 이해하기가 힘든 사람이었다. 차가운 현실에 지쳐 잠시 도피처로 나를 선택한 것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침이 되고 눈을 뜨자마자 어젯밤이라는 어둠에 살짝 가린 그녀의 민낯이 드러났다. 화장을 전부 지웠음에도 긴 속눈썹과 가냘픈 턱선이 청순미를 더했다. 마음속으로 감탄하며 계속 바라보던 와중에 눈을 뜬 그녀는 나에게 바로 입을 맞추었다.
진한 키스가 아닌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아침의 상쾌한 시작을 알리는 고운 새소리와도 같았다. 하얀 이불을 덮은 채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먼저 일어나더니 속옷 위에 외투를 입으며 테라스로 향했다. 가던 중에 나는 왜 오지 않느냐는 눈으로 뒤를 돌아 쳐다봤다. 급하게 옷을 입고 그녀를 따라 나갔다.
테라스 탁자 위에는 담배와 라이터가 각각 두 개씩 놓여 있었다. 서로의 담배를 확인한 후 불을 붙여 태우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아무 말 하지 않던 그녀를 놓치기 싫어 내가 입을 열었다.
“이제 가는 건가요? 사람님?”
정중하게 존댓말로 물어봤다. 그녀는 허공에 연기를 한 번 뱉은 후 말했다.
“반말로 해 줘.”
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 말을 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 관한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명백히 알았다.
“알았어. 사람아.”
“그래. 보기 좋네.”
“이제 갈 거야?”
“가야지.”
대답은 여기서 일회성을 끝나자는 말이었고 그게 아쉬웠다. 이런 경험이 많아 보였고 대다수의 남자가 나와 비슷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구차하고 빌고 싶지는 않았다.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그래.”
“이제 나가야지. 이훈섭이라고 했나? 너 먼저 나가.”
담배를 하나 더 꺼내 피우며 말했다.
“이것만 피우고.”
사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꺼내든 담배였다. 하지만, 담배는 야속하게도 빨리 닳았다. 테라스에서 의자를 끌며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 순간마저도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는 그녀의 가녀린 육체가 지닌 선에 시선을 놓지 못했다.
밖으로 나와 기숙사로 향했다. 텅 빈 방이 방금 있었던 일을 망각하게끔 공허했다. 원래 이런 적이 없었다. 그저 하룻밤을 지내는 관계에서 만족했는데. 평소와는 다른 그러니까, 맞이하지 못했었던 온기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일어났을 때는 핸드폰에 계속해서 알람이 울렸을 때였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과정을 같이 보내는 동기의 연락이었다. 저녁을 같이 먹으며 술 한잔하자고 연락이 와 있었다. 시간과 장소를 물어보고 곧바로 샤워했다. 내리치는 물줄기가 차갑지 않음에도 피부가 아려왔다.
약속 장소로 나가자, 그가 손을 흔들며 자신이 여기 있음을 나타냈다. 그와 만나 고깃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고기향을 뚫고 들어오는 향기가 코에 찌릿하게 맴돌았다. 맡아본 적 있는 향이었다. 곧바로 고개를 돌려 지나가는 한 여자의 어깨를 잡았다. 뒤돌아본 여자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같이 있던 사람이었다. 내가 말했다.
“안녕.”
“여기서 다 만나네.”
“그러게.”
“뭐 할 말 있어?”
얼어붙은 건 나였다. 그녀의 친구가 나의 친구가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무슨 말을 해야 더 함께할 수 있는지 고민하던 찰나 그녀가 다시 말했다.
“핸드폰 줘 봐.”
본능처럼 주머니에서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지문인식을 하고 그녀에게 건넸다. 몇 번 핸드폰을 두드리더니 다시 나에게 건넸다. 그 화면에는 전화번호가 찍혀있었다. 본명을 알고 싶은 마음인지 아니면 더 말을 걸고 싶었는지 내가 물었다.
“뭐라고 저장할까?”
“사람. 난 갈 게.”
길었으면 좋은 짧은 시간이 지나가고 친구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는 이번에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사람이냐고 물었다. 나는 맞음에도 아니라고 부정했다. 부정한 이유는 그녀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친구는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어디서, 어떻게, 왜 만났는지를 크게 궁금해했다. 나는 얼버무리며 다른 주제 거리를 계속해서 꺼내며 말을 이었다. 두 명이 함께 소주 네 병을 비우자, 취기가 얼얼하게 올라와 볼에 홍조가 띠었다.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고 정신을 차릴 때는 그와 말다툼하고 있었다. 그도 언성을 높이며 욕설과 함께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으로 무언가를 말했다. 술이 조금이라도 먼저 깬 내가 가게 직원에게 사과하며 그를 밖으로 끌고 나왔다. 그러나, 계속해서 주사를 부렸고 결국, 혼자 기숙사에 먼저 들어가 버렸다. 사람이라는 그녀를 만나고서부터 일이 틀어지는 것 같았다.
샤워 후 침대에 눕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혹여라도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나 싶어 핸드폰을 확인했다. 알람 하나 오지 않았고 그대로 충전시킨 후 잠이 들었다.
이번에도 일어났을 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친구의 사과나 어제의 끊긴 기억에 관한 내용일 거로 짐작했지만, 그녀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말했다.
“연락이 없네?”
마치 내 연락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한 말투였다. 정신이 확 깼고 아픈 두통은 뒤로한 채 답했다.
“아. 친구랑 좀 일이 있어서.”
“내일 만날래?”
그제야 밖을 쳐다봤다. 여전히 검은색 하늘에 만연한 보름달이 떠 있었다. 새벽 두 시였고 감정에 이성이 잡아먹히기 쉬운 시간대였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었다.
“그래. 그러자. 언제가 편해?”
그녀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였던 것 같다.
“내일. 체크인 시간 되자마자 여기로 와.”
내용을 읽지도 않았다. 아니, 못했다. 대답하는 게 급선무였다.
“알았어.”
보낸 연락을 보자 이번에도 고급 호텔이었다. 이런 곳에만 다니는 재벌 집 딸이라고 생각할 무렵 그러면 왜 어제저녁 그런 고깃집에서 마주쳤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옷을 더 차려입게 되었다. 검은색 슬랙스와 하얀 셔츠 그리고 그 위에 크림색 니트를 입었다. 머리를 포마드로 넘기고 구두를 신었다. 거울을 보며 계속해서 옷과 내가 잘 어울리는지 대조해 보았다.
오후 두 시에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보낸 호텔은 대학가에서 꽤 떨어져 있었기에 지하철을 타고 열 정거장 이상을 이동해야 했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시간 덕분에 앉아서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원래대로라면 담배를 피웠겠지만, 향수를 뿌렸기에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녀에게 기억될 수 있는 조그마한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로비가 있는 층에 내린 후 그녀에게 메신저로 현재 위치를 보고하듯이 보냈다.
그녀는 읽었음에도 답장하지 않았다. 초조한 것은 내 몫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저번과 머리 모양이 달랐다. 퇴폐미가 느껴질 정도로 긴 생머리를 늘어뜨렸었는데 이번에는 포니테일로 묶어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을 남겼다. 드러난 하얀 목덜미가 유독 눈에 밟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옷을 벗었다. 다만, 그것은 관계를 나누자는 의미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두꺼운 외투를 다시 입었기 때문이다. 속옷 차림과 포니테일은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테라스로 나가 담배를 피우면서 간단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친구를 따라 고깃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아마 친구가 아니었으면 바로 그곳에서 나왔을 거라고 했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얘기를 나누다 중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말 대신 고개를 약간 까딱이는 것으로 나가보라고 지시했다. 급하게 옷을 입고 문을 열자 값비싸 보이는 위스키 한 병과 치즈, 크래커, 과일 안주가 가지런히 접시에 담겨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뒤돌아봤다. 이번에도 고개를 까딱거리며 웃음을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짧은 인생은 아니지만, 많은 여자를 거치면서 이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묶은 머리를 풀자 다시 퇴폐미 넘치는 모습으로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잔에다가 얼음을 넣고 위스키를 따라 조금 마셨다. 나에게 그것을 권했다. 싸구려 위스키는 많이 마셔봤기에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하면서 한 모금을 들이켰다. 알코올 향이 나지 않으며 진한 바닐라와 나무 향이 동시에 코에 훅 들어왔다. 긴장한 모습이 보였던 나인지 그녀가 말했다.
“마시고 좀 긴장 좀 풀어. 누가 보면 내가 잡아먹는 줄 알겠다.”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술잔을 부딪쳤다. 마시고 집어먹고 얘기를 나누고 담배를 태우러 가고의 반복이었다. 저번과 다르게 우리는 조금 느슨해진 분위기를 유지했다. 서로 웃기도 하고 약간의 신체접촉을 하는 그런 연인처럼 말이다.
이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술에 취하지 않았다. 위스키 750밀리리터 한 병을 비웠음에도 나는 멀쩡했다. 그녀는 취기가 오르자 여태껏 봤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말끝을 약간 흩트리며 애교를 부렸고 입꼬리는 계속해서 올라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가 내게 안겼다. 술기운 때문인지 체온이 높아 더울 정도였다. 그리고 입을 맞췄다. 입술에는 달콤한 바닐라 향과 담배의 박하 향이 덮여 있었다. 내가 느끼는 것을 그녀도 느낄 거로 생각했다.
또 한 번의 관계를 나누었다. 저번과 다르게 계속해서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했다. 실제로 내가 느끼는 감정보다 일단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귓가에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관계가 끝난 후 나는 그것에 관해 일절 묻지 않았다.
열렬한 관계로 인해 몸이 흠뻑 젖었다. 땀을 식히기 위해서 샤워 후 에어컨을 틀었다. 이불에 들어가 저번과같이 나체 상태로 몸을 가까이 붙였다. 나의 팔을 베게 삼아 내 품으로 그녀가 파고들었다. 그리고 머리를 맞대고 약간의 미소를 띠며 서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그녀의 마음을 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명조차도 모르기에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정립하기도 모호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가 말했다.
“고윤주. 윤주라고 불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