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딴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by 집안의 불청객

죽는 생각만이 떠올랐다. 머리가 멍하면 곧장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고 싶었다.


동시에 무서웠다. 죽어도 과연 무슨 꼬리표가 나를 따라다닐지 몰랐기 때문이다.


다른 생각으로 돌려보려고, 전환하려고도 해봤지만, 생각의 종착지는 언제나 똑같았다.


그래서 만취한 상태로 차에 치이려 도로 한가운데에서 걸었다. 미친놈이라며 욕을 먹으며 차들은 나를 다 피해 갔다.


무엇을 바랐던 걸까. 과연 내가 죽고 싶은 건 맞을까. 아니면 살고 싶은 걸까.


둘 다 아니었다. 그냥 편해지고 싶었던 것뿐이다. 죄책감을 없애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조차 힘들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 적은 없었기에 타인에 관한 죄책감은 아니었다.


자책감이었다. 많은 실패 덕분에 성공은 내 인생에 없구나라는 걸 일찍 느꼈다.


부모님 앞에서 소리 지르며 내가 죄인이고 빨리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아버지는 생전 입에도 대지 않던 술을 한 병이 나 드셨고 엄마는 그 모습을 수시로 관찰했다.


나 하나 때문에 풍비박산 나는 집안의 광경을 보았다. 위법하지만 않았지 이미 도덕적인 윤리를 어긋나게 했다.


딴생각은 예전부터 내게 사치였다. 공상도 망상도 그것에 포함된다.




열아홉 때 대학을 갔다가 반수를 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고 말할 자신이 있을 만큼.


그때 수능이라는 실패는 내게 가장 타격이 컸다. 어떻게든 노력해도 한계점만이 보이던 그 시절을 다시 상상하기도 싫다.


공부 생각만 해야 했고 하루에 열여덟 시간 동안을 했다. 말라리아 초기 증세를 보여도 수액만 맞고 학원으로 향했다.


다른 이들이 좋은 성적 가지고 좋아할 때 나는 나락을 경험해야만 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과거는 잊자는 마음에 딴생각을 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했고 동기들과 어울려 다녔다.


하지만, 내면에 잠재된 어둠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 어둠은 일 년을 버티지 못하고 찾아왔다.



결국, 다른 생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것을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 이후로 불안이 생겼다. 나 자신을 위한 길을 걷지 않으면 쓸모없어진다는 불안 말이다.


그것은 아직도 나를 옥죄고 있다. 내 꿈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브런치스토리를 스물여섯 번을 떨어지고 합격했을 때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작가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등단한다 해도 그로 인해 어떤 명예나 돈을 벌어도 과연 내가 만족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이것은 욕심이 아니다. 나에 대한 자책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디까지 가야 내가 만족하고 휴식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올라가는 상승곡선을 그리면 언제 떨어질지 무서워하며 두려움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그러면 내게 성공한 인생이라는 게 찾아오긴 하는 걸까. 계속된 실패는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커피 한 잔의 여유, 눈을 감고 노래를 듣는 감상, 그 이외의 문화생활을 마음 편히 즐기고 싶다.


마음속의 불편함은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지 않다. 언제나 당당하게 내 앞을 마주 보고 있다.


베개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그만이라고 요새 자주 말한다. 과연 생각의 그만인지 아니면 고통의 그만인지 스스로도 헷갈린다.


초조함, 급박함에 시달려야 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다시 열아홉 살 때로 돌아간 것 같다.


무엇을 해도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없다는 걸 깨달을 때 나는 너무나도 비참해진다.

잠시 딴생각을 하고 싶다. 내 미래, 진로, 방향에 관한 게 아닌 휴식 그 자체를.


딴생각해도 마음이 편하고 싶다. 과연 그런 시기가 올 지는 미지수다.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다. 아니, 이 상태로라면 불가능이 맞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누군가는 읽어야 해, 누군가는 내 글을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오로지 이것만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을 때 나는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나도 딴생각하며 휴식을 취하고 싶다. 하루에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그 시간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