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주머니 디카시인을 꿈꾸며

by 내면여행자 은쇼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우리는 늘 마음의 짐을 안고 있다. 그 짐에 집착하여 놓지 못하면 힘이 든다. 가끔은 내려놓기도 해야 한다. 나에게는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안식처가 필요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었다. 책을 덮고 올려다본 하늘, 발끝에 닿은 바닷물, 우연히 마주친 문장.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나를 살아있게 만들었다. 내 삶을 지탱하는 건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작은 기쁨이었다.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사진을 찍고, 짧은 감상을 덧붙였다. 그것이 나의 안식처가 되었다.


디카시. 디지털 카메라와 시를 결합한 장르다. 사진과 시를 함께 배치해 시각적, 문학적 감동을 동시에 전하는 형태다. 하지만 기존 디카시는 대부분 큰 판형의 사진집이나 전시 형태였다. 아름답지만 일상에서 수시로 꺼내보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독립출판의 세계를 만났다. 일반적인 판형이 아닌 특이한 책들의 향연을 보며 깨달았다. 디카시를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앙증맞은 크기의 시집으로 만들면 어떨까? 버스를 기다리는 5분, 점심시간의 10분, 잠들기 전 침대에서. 이런 자투리 시간에 꺼내볼 수 있는 앨범으로. 그렇게 주머니 디카시가 탄생했다. 검색해보니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형태였다. 그래서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여봤다.


현재 브런치북으로 연재 중인 '영혼의 안식처'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사진으로 담은 순간과 그때의 마음을 함께 펼쳐놓았다. 아무 곳이나 펼쳐봐도 좋다. 순서도 없고 정답도 없다. 오늘 우연히 만나는 그 페이지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던 안식처일 테니까.


브런치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이 가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해준 플랫폼이다. 거창한 자기계발서나 소설을 쓰지 못한다고 해서 작가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작은 글도 충분히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브런치에서 배웠다.


10주년 팝업 전시는 내게 꿈의 시작점이다. 혼자 만들어온 주머니 디카시집을 실제로 사람들에게 보여줄 첫 기회. 전시장에서 누군가 내 작은 앨범을 손으로 만지고, 페이지를 넘기며 미소 짓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면, 주머니 디카시라는 새로운 형태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각자의 안식처를 찾고 기록하는 문화가 퍼져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나는 주머니에 카메라를 넣고 거리로 나간다. 작은 순간들을 포착하기 위해, 그리고 그 순간들을 누군가의 안식처로 전달하기 위해. 주머니 속 작은 우주는 계속 확장될 것이다. 한 사람, 한 순간씩 더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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