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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Dec 05. 2023

물건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는 법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곤도 마리에가 해맑은 이유

중고서점에서 책 한 권을 샀습니다. 제목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입니다. 정리와 절약에 대한 책이었어요.


엉망이던 집이 어떻게 깔끔하게 변했는지 이야기하는데 곤도 마리에가 나옵니다. 김승호 회장의 돈의 속성에서도 언급됐던 일본사람. 처음으로 검색해서 찾아봤는데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있네요.


나이가 지긋하고 꼼꼼한 아주머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 예고편을 보니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작고 귀여운 여성분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Ng2ePQTRRQ

새로운 넷플릭스 시리즈 '기쁨을 찾아라' 예고편




당장 신랑에게 넷플릭스를 한 달만 쓰자고 했어요. 곤도 마리에 시리즈를 보고 싶다고 말이죠. 그리고 밀리의 서재에서 그녀의 책 '정리의 힘'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과 넷플릭스 시리즈를 번갈아 보니 곤도 마리에가 우리 집에 와서 정리 컨설팅을 해주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책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넷플릭스에서 직접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고요. 옷 개는 방법은 유튜브에 친절히 안내가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곤도마리에 방법으로 정리를 시작했어요! (그건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뤄볼 예정입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복할까?


곤도 마리에를 보자마자 의문이 들었습니다. 마치 세상에 좋은 것만 있는 느낌이랄까? 나쁜 일이라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았어요. 그녀가 행복한 이유는 바로 물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때문입니다.


단지 마음속으로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물건에게 말을 겁니다. 옷에게는 "나를 잘 보호해 주고 예쁘게 입혀주어서 고마워." 식탁에게는 "우리 가족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내팽개쳐두었던 물건에는 "그동안 내가 너에게 소홀해서 미안해."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의뢰인에 집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에게 인사를 하는 일인데요. 무릎을 꿇고 거실 바닥에 앉아서 눈을 감고 기도하듯 인사를 나눕니다.


집과 인사하는 곤도 마리에

처음에는 웃었어요. 저게 뭐 하는 거야.


마리에가 오랫동안 읽지 않은 책들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려요. "일단 책들을 좀 깨울게요."라고 말하면서요. 우와 특이한 사람인건 분명하다. 보통사람은 저런 행동을 하지 잖아요. 그런데 바로 거기에 행복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포인트는 물건에 감사를 표현하는 것


그동안 단 한 번도 물건에 고마움을 표현한 적이 없어요. 물건은 물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쓰고 버리는 것. 자꾸 어질러지는 것. 저에게 물건은 딱 그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내가 그동안 집을 너무 소홀이 대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구석에 쌓아뒀던 옷에게 무심했다는 생각도 들고 미안했어요.


"설거지는 맨날 해도 또 쌓여. 식세기가 있어도 힘들다. 언제 끝나지." 이런 생각만 했었거든요. 설거지를 하면서 그릇에게 감사하기를 해 봤어요.


"그릇아, 오늘도 덕분에 맛있는 식사를 했어 고마워. 내가 깨끗이 씻어줄게." 그러니 그릇을 놓을 때도 마구 부딪히지 않게 조심히 놓게 돼요.




감사의 최고봉은 물건에 대한 감사


가장 쉬운 건 나를 도와준 어떤 사람에 대한 감사 같아요. 대상이 분명한 사람이니까요. 그다음은 나를 둘러싼 자연에 대한 감사예요. 햇빛, 빗소리, 나무, 그늘, 하늘 이런 것들 말이죠. 저는 딱 거기까지만 알았는데 마리에가 하나를 더 알려주었어요.


바로 물건에 대한 감사.


왜 그동안 물건을 하찮게 생각했을까요? 춤추는 나무들만 멋지다고 생각하고 우뚝 솟은 아파트는 답답하다고 여겼을까요. 아파트가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켜주고 있는데 말이죠.


산책을 하는데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좋아하던 저는 처음으로 보도블록에게 감사 인사를 했어요.



"보도블록아 너도 참 대단하구나. 항상 이 자리에서 조금씩 달아가면서 꿋꿋이 자리를 지켜내고 있구나. "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 세상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온 세상이 그녀를 위해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거죠. 감사하게도 말이에요.  


잘 준비를 하며 흩어진 장난감을 정리할 때 한숨이 나오는 날이 많았는데요. 오늘은 대신 이렇게 말했어요.


"오늘도 같이 놀아준 장난감아 고마워 이제 재워줄게 잘 자." 그러니 장난감이 진짜 자러 간 것 같아요.


정리가 다 끝나면 우리 집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설레는 물건들 사이에서 살 수 있을까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벌써 기대가 됩니다.





*사진 넷플릭스 시리즈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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