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Dec 12. 2023

옷장이 터져나가는데 왜 입을 옷이 없니?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1단계는 바로 옷!

곤도 마리에 영상을 보고 집을 정리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쓰레기봉투를 구매하는 것. 5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10장 구매하고, 황색 쓰레기봉투도 60리터짜리로 하나 샀습니다. 인생 처음으로 쓰레기봉투 사는데 한 번에 19000원을 소비했습니다.




곤도 마리에 정리법을 책으로 읽고 넷플릭스로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리에 뛰어들었습니다. 티브이 쇼프로에 나간다고 생각을 하고 정말 제대로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정리의 시작은 바로 '옷'입니다.


집에 있는 모든 옷을 싹 다 꺼내서 거실에 쌓아봅니다. 나중에 나오는 옷이 있으면 모조리 버린다고 생각하고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옷들을 모아봅니다. 제가 꺼낸 옷은 이 정도입니다. 옷이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무릎 높이는 쉽게 넘습니다.




그다음은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분류하는데, 기준은 '설레는가', '나에게 기쁨을 주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기준을 지키기가 쉬웠습니다. 왜냐하면 설레지는 않는데 옷이 멀쩡해서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수유할 때 입었던 옷들, 임신하고 배가 나와서 산 임부복들. 너무 깨끗해서 여태 못 버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설레지 않으니 버려봅니다.


그 외에도 대학생 때 입었던 짧은 원피스, 처음으로 실습을 나갈 때 사주셨던 고급 정장 재킷, 첫 발령받고 열심히 입었던 치마들을 모조리 버렸습니다.


옷을 직접 두 손으로 만지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버리기 어려웠던 것은 사진으로 찍어 남겼습니다. 첫 정장 재킷과, 아기 낳으러 갈 때 입었던 니트 원피스입니다.


첫 정장 재킷, 동동이 낳으러 갈 때 입었던 원피스


옷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봤습니다. 


옷아 고마워. 그때 나와 함께 떨리는 첫 실습을 했었던 옷이구나. 유도분만을 하러 산부인과에 입원하러 갈 때 참 추운 겨울이었는데 니트 원피스가 얼마나 포근했는지 몰라.


그리고 고등학교 때 입었던 교복. 하복 한 세트를 추억 삼아서 가지고 있었거든요. 서랍 속에서 관리가 안돼서 완전히 망가져 버렸습니다. 반질반질하게 닳은 치마와 손바닥 만해서 들어가지 않는 블라우스를 가슴에 안았습니다.


고마워. 여름에 참 작고 불편했던 교복인데. 그래도 너를 입고 내가 고등학교 3년 동안 참 열심히 살았구나. 


교복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봉투에 넣었습니다.





정리는 과거를 놓아주는 과정이라는 것을 옷을 버리며 알게 되었습니다. 놓지 못한 과거가 참 많았더군요. 이제는 입지 않는 옷들을 놓아주니 옷장이 이렇게나 깔끔하게 변했습니다.



물론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아서 의류함에 가져갔다가 다시 가지고 돌아온 옷도 있습니다. 분홍색 코트는 다시 꺼내볼까 하는 생각에 저녁에 나갔는데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영영 가버린 뒤였어요.


설레는 옷이라면 온통 새것 예쁜 옷만 남는 거 아닌가 걱정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편안한 옷들을 나에게 편안함을 줘서 설렌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해요. 


버리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는데 그래서 남은 옷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특히 이제 남은 옷이 얼마 없어서 흘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동동이 옷들도 싹 꺼내서 정리를 했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면 겨울옷 여름옷 상관없이 개어서 서랍에 넣는데요. 옷 개는 방법은 유튜브에 올라와 있으니 참고하시면 돼요.


https://youtu.be/IjkmqbJTLBM?si=-5zoBpDthhl-krVz


옷을 개어서 세로로 세우는 게 포인트인데, 원래 동동이 옷은 계속 세워서 보관했거든요. 그런데도 항상 서랍이 엉망이었어요. 곤도 마리에의 옷개기에서 중요한 것은 옷을 손으로 "쓰다듬는" 거예요. 쓰다듬으면서 좋은 손의 기운을 느끼게 하면 옷이 차분해지고 부드러워집니다. 진짜예요. ^^


그래서 탈바꿈한 서랍.



옷을 개기 싫어서 항상 소파에 쌓아두고 도저히 안 될 때까지 미뤘거든요. 옷을 버리니 일단 빨래가 줄어서 금방 갤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옷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면서 빨래를 개면 금방 갤 수 있답니다.


정리한 지 일주일쯤 지난 지금도 그대로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어요. 정리 리바운드(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가 되지 않는다는 곤도 마리에 정리법. 아직 정리가 다 끝나지 않아서.. 혹시나 리바운드 될까 두렵기는 합니다만 계속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바로 책입니다. 책은 다음 편에 올려볼게요!



*사진: UnsplashHannah Morgan

이전 01화 물건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는 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