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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Oct 20. 2024

아, 나 뭐 하니 진짜?

자발적 노동의 이유


오늘은 토요일. 토요일 밤은 좀 쉬어도 되는데 이상한 짓을 시작했습니다. 베개를 열어서 솜을 꺼내기 시작한 거죠.



이것은 저의 오랜 숙원사업입니다. 베개 솜이 오래되어서 새것을 샀는데. 쓰던 베개는 경추베개더라고요. 새로 온 베갯속에는 경추라인이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쓰지도 않고 굴러다니는 새 베개가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방치한 지 1년째?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경추 라인을 넣으려고 다이소에서 반짇고리를 사 왔습니다. 그래요. 바느질로 딱 한 줄만 넣으면 경추 베개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거... 쉬운 일이 아니네요?


베게 하나에서 나온 솜의 양


일단 솜이 들어있는 양이 어마무시 합니다. 베개 하나에서 꺼낸 솜이 이만큼입니다. 그 와중에 동동이는 자기도 해 보겠다면서 솜을 꺼내 바닥을 엉망으로 만들고요.


보송보송 솜사탕 같은 솜을 구름빵이라면서 먹는 척도 합니다. 그 와중에 저는 왜 또 까만 바지를 입고 있는 걸까요?


으아... 떼고싶다.


으악.. 솜을 다 꺼내고 드디어 바느질 시작입니다. 실과 시간에 배웠던 박음질로 튼튼하게 박아봅시다. 연필로 대충 시침선도 그었으니 반듯하게 박읍시다.


달밤에 바느질을 하고 있으니 이게 왜 사서 고생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멀쩡한 새 베개를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1년이나 보관했겠지요.




요즘 1학년 2학기 약속 교과서에서 지구를 지키는 방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생각 없이 살 때는 쓰레기를 버려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공부하다 보니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쓰레기 중에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두 태우거나 매립합니다. 헌 옷이나 분리수거 쓰레기는 해외로 수출되어서 황무지에 쌓아놓거나 방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바다에 버린 쓰레기는 이 되고, 황무지에 쌓아 올린 헌 옷 더미는 위성사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워버린 쓰레기는 미세먼지와 대기 오염으로 돌아오죠.


결국 쓰레기는 모두 우리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그래서 바느질을 합니다.


바느질을 하다 보니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할머니는 가끔 바늘을 꺼내 무엇인가 기우고 계셨습니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느질은 안 한지 오래됐고요. 그냥 버리고 새로 삽니다. 왜냐하면 가격이 비싸지 않거든요.


베개를 뭐 하러 꿰매고 있어 그럴 시간에 그냥 하나 더 사!


그래요. 그렇게 말하고도 남습니다. 하나 더 사면 얼마나 편한가요. 심지어 새벽에 배달까지 해 주는 걸요.


바느질로 만든 경추 베게

그래도 오늘의 미션을 끝까지 마무리해 봅니다. 바느질을 끝내고 솜을 빵빵하게 넣어서 베개 커버를 씌웁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해낸 나 자신에게 박수!


완성된 모습!


오늘도 쓰레기 하나를 줄였습니다. ^^



*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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