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공인중개사가 되다.
신혼집으로 첫 아파트 매매를 할 때도 전 공인중개사이셨던 시어머니와 함께 부동산에 갔다. 보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시어머니가 어떻게 집을 사는지 지켜봤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시어머니에게 의지해서 부동산을 사고팔 수는 없으니, 부동산 독립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나는 아직 부동산이 멀고도 험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기왕에 이렇게 된 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어머님은 아이 둘을 낳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공부해 따셨다. 개업도 하고 공인중개사 지역 회장님도 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신 분이다. 시어머니가 하셨으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공인중개사가 되는 거야. 그러면 부동산에 들어가는 게 무섭지 않겠지?"
그렇게 무작정 도전했다. 스스로 아파트를 고르고 살 수 있으려면 적어도 시어머니와 같은 레벨의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그래야 가족들을 설득할 때도 잘 먹힐 것 같았다.
당시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한 인강 사이트는 지금은 사라지고만 '무크랜드'였다. 공인중개사 전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어서 교재만 구입했다. 1,2차를 1년 안에 합격하면 그마저도 환급을 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이 있었다.
무료 강의라고 하긴 했지만 강사 선생님들이 정말 열심히셨다. 아직까지도 강사님들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일 년에 딱 한번뿐이다. 올해는 10월 25일 토요일이 시험일이다.
1차 시험과 2차 시험으로 나뉘는데,
* 1차 과목 : 부동산학개론, 민법
* 2차 과목 : 중개사법, 부동산 공법, 부동산 공시법 및 세법
합격기준은 과목당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이 되어야 한다.
시험 접수기간은 8월 초로 이미 끝났지만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동안 추가 접수가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하면서 1,2차 동차 합격을 노렸지만, 1차 과목을 공부한 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자격증을 따기 위해 2년 동안 공부를 했다.
1차 합격 후 유예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아서.. 2차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각보다 컸다. 개인적으로는 2차 과목이 세세하게 외울 것도 많고 훨씬 복잡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객관식으로 찍을 수가 있다!
2차 시험을 볼 때는 지문도 너무 길고 맞는지 틀리는지 몰라서 많이 찍었는데, 어감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운을 가지고 찍었더니 찍은 문제가 맞아서 시험에 붙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나의 공인중개사 자격증!
자격증을 가지면 좋은 점은, 나와 같은 공부를 한 중개사님이 부동산에 계시니 동종 업자로써 부동산 사장님을 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공인중개사가 되기 전에는 부동산 사장님이 몰래 돈을 더 받지는 않을까, 나쁜 짓을 하지는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이 많았다면, 지금은 뭐든 법대로 정해진 것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본에 맞게 진행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부동산 사장님들도 열심히 일하고 좋은 분들이 많다는 것도!
부동산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필수는 아니다.
투자 강의를 하는 분들 중에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에 대해 철저히 알아보고 싶고 책으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공인중개사 시험을 강력 추천 드린다.
6년쯤 시간이 지나자 다른 시험과 마찬가지로 외웠던 지식은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개업 공인중개사가 될 수 있다. 저기 앉아 있는 분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 대화를 할 수가 있다.
또 모르지, 나중에 정말 개업을 할지도. 그러니 일단 자격증을 따 놓으면 뭐 하나 해냈다는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마음이 들썩들썩하신다면 내년에는 한번 도전해 보시길!
* unsplash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