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은 살림 밑천
서울 생활을 하는 동안 정말 잘한 것은 '서울 부동산'에 대한 기본 강의를 듣게 된 것이다.
2018년 '부동탁의 내 집마련 아카데미'를 성수에서 들었는데, 강의를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 강의 가격도 저렴하고 간식도 챙겨주셨다. 그 강의가 부동산의 개념원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집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 때에 괜찮은 집을 산다면 손해 보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상승과 하락 사이클을 그리며 반복되지만 중요한 것은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물론, 집도 시간이 흐르면 낡고 가치가 떨어지지만 위치가 좋은 부동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가 상승률만큼 오르게 되어있다!
여기에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만의 해답을 얻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돈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게 되면 그다음은 어렵지 않다.
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니 (인플레이션, 물가가 상승) 돈을 가치있는 무언가로 바꿔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우리가 종이로 또는 핸드폰 속의 숫자로 주고받는 '돈'이 무엇인지 제대로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시리즈를 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이제 막 결혼을 한 신혼부부에게 목돈을 가치 있는 재산으로 바꾸어 놓기 참 좋은 것이 바로 '신혼집'이다.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재테크 책을 접하게 되었고 그중에 한 권이 부동산에 관련된 책이었다.
책은 일종의 재테크 성공 사례집이었다. 집을 산 사람들은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 몇 천에서 시작된 자금이 억대를 넘어서게 된다. 하지만 맨 마지막 사례만큼은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몇천에서 끝나고 말았다.
앞서 나온 사례와 맨 마지막 사례의 차이점은 딱 한 가지였다. 집을 샀느냐, 안 샀느냐!
2018년, 폭등장이 오기 직전이었다.
나와 신랑이 가진 돈은 축의금까지 싹싹 긁어모아도 1억이 될까 말까 했다. 강의가 끝날 즈음 강사님은 당시 성복역 근처에 아파트를 추천하며 직접 임장까지 가는 소그룹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인천으로 갈 예정이었고, 잘 알지도 못하는 동네에 무작정 강사 말을 듣고 투자를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강의를 앞두고 물어봤다.
"투자가 아니라 집을 사서 실거주하는 건 어떤가요?"
"집 값이 많이 오르지 않더라도 실거주하는 동안 집의 이익을 계속 누리시는 거니까요. 실거주하는 것도 좋습니다."
예산은 대출을 바짝 댕겨서 3억.
3억으로 살 수 있는 서울 아파트를 우선 찾아봤지만, 강서구 신월 시영 아파트는 비행기 소음과 이중주차 문제로 한 바퀴 돌고 부동산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요즘은 재건축이 진행 중이라더라.)
신림동에 있는 금호 2 아파트는 직접 가서 부동산에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부동산 사장님이 가격이 상승 중이고 매물이 잠겨서 볼 수 있는 집이 없다고 했다. 여기는 4억쯤 되었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시선을 인천으로 돌렸다.
인천 지도를 바라보던 중 바둑판 모양의 신도시를 발견했다. 송도가 아니고 '청라'였다. 청라에 가서 밥이라도 먹어보려고 드라이브를 갔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살기 좋단 말이야?
해물칼국수는 맛있었고, 서쪽으로 지는 노을은 환상적이었다. 게다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에 잘 정돈된 아파트 단지들이 그야말로 계획적으로 지어져 있었다.
청라의 24평대 아파트 가격이 3억이었다.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 집을 살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여전히 '서울'위주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에도 도심이 있고, 공공기관이 있지만 서울과의 연결, 서울과의 교통수단이 잘 되어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당시 시어머니는 인천 도심 쪽에 있는 신축 아파트 단지를 추천했었다. 하지만 인천 안쪽으로 들어가면 서울까지 연결되는 교통이 매우 좋지 않다.
청라는 공항철도가 연결되어 있어 서울역까지 곧장 닿을 수 있고, 신월동 목동으로 이어져 여의도까지 가는 도로가 있어서 차를 타도 30분이면 서울에 닿을 수 있다.
집을 살 때 예산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꼭 따져 봐야 하는 것이 '가성비'이다.
같은 3억이라는 돈을 가지고 어디에서 가성비를 최대로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중주차의 오래된 서울 아파트를 포기하고 지은 지 10년 차 지하주차장과 초등학교 건너편이라는 이점을 가진 청라 아파트를 선택했다. 누리고 살 환경까지 가성비에 포함된다.
집을 고를 때 가성비를 얻을 수 있는 간단한 법칙은 이거다.
1. 가장 좋은 동네에서 가장 싼 물건을 찾는다.
2. 가장 싼 물건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는다.
청라 아파트는 3억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 중 가장 좋은 물건이었다.
- 가장 좋은 동네에서 가장 싼 물건 찾기
청라는 인천에서는 가장 좋은 동네에 속하는 신도시이다. 청라 안에서 우리가 정한 아파트는 24평대에서 가장 싼 물건이었다.
좋은 동네에서 가장 싼 물건을 찾는 것의 장점은 ! 싼 가격을 지불하고 같은 환경, 인프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싼 가격의 아파트는 그 동네로 진입을 원하는 사람에게 목표가 되기 때문에 나중에 팔 때도 원활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
-가장 싼 물건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기
우리 아파트에서 내가 구매한 집은 난방이 잘 되는 고층 C타입이었다. 거실에 기억자로 양창이 있고 시티뷰의 노을과 야경이 끝내줬다.
가장 싼 물건 중에서도 거꾸로 가장 좋은 물건을 찾아야 한다. 아파트를 정했으면 그 안에서 타입을 비교하면서 가장 좋은 타입과 층수를 선택해야 한다.
같은 아파트 안에서도 겨울만 되면 세탁실이 얼어붙는 타입이 있었다. 그 타입은 서비스 면적이 넓은데도 불구하고 겨울이면 난방비 폭탄을 맞기 일쑤였다.
2018년에 우리 부부가 결혼을 하면서 잘한 것은 내 집을 산 것이다.
당시 우리는 서울에 아파트를 사지 못했다. 청라보다 훨씬 투자 수익이 많은 지역에 집을 사지도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형편에 맞게 집을 사는 일이다!
당시 신혼부부인 우리에게 공인중개사 경력이 있는 시어머니는 전셋집에 들어가서 2년 살고 나와서 청약을 노려보면 어떠냐고 추천을 해 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내 집 마련에 꽂혀 있었다!
"어머님 집은 사야 해요!"
29살의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전셋집에 들어갔다면, 우리는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하고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재산이 늘어나는 기쁨도 느끼지 못했을 거다.
우리는 2019년에 들어간 신혼집에서 6년을 편안하게 살았다. 한 번도 외부로부터 이사의 압박을 받지 않았다. 하다못해 집수리를 할 때도 내 집인 만큼 편안하게 했다.
그렇게 6년을 산 우리 집. 서울도 아니고 강남과의 거리도 머나먼 우리 집. 그 집이 월급을 모아 저축한 것보다 훨씬 더 큰 폭의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누군가는 시기가 좋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한 번의 폭등장이 오고 다시 잠잠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알게 된 것은 이 흐름을 다음번에도 잘 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것 >
- 상승장에서 상투 잡고 집 사기
: 아무리 부동산이 우상향 한다고 해도 상승장에서 상투를 잡고 산 물건은 그 가격을 회복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되도록이면 가격이 떨어졌을 때 집을 사자.
- 무리한 대출
무리한 대출을 받아서 생활이 어렵게 되면, 게다가 금리까지 변동이 돼서 매달 값아야 할 돈이 불어난다면 부동산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된다.
부동산은 오랜 시간 팔지 않고 유지해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그러니 대출은 현명하게 받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낮게 잡는 것이 좋다.
이 두 가지만 하지 않는다면 부동산에서 집 값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 가치 있는 좋은 집을 골랐다면 시간이 지난 후에 가격은 알아서 조정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신혼부부여 집을 사자!
이상향에 딱 맞는 집이 아닐지라도 내 상황에서 감당할 수 있는 알맞은 집을 사자. 불장이 오기 전에 가격이 충분히 오르지 않았을 때 사자.
감을 알기 위해서는 공부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니 부동산을 공부하자!
* 사진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