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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Dec 07. 2022

개학은 연기됐지만 삼겹살은 먹어야 해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들

사고가 난 그해 2월, 개학은 일주일 연기되었지만 학교 앞 삼겹살집에서 전체 회식이 있었다. 올 한 해를 함께 할 동학년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눈 뒤 차가운 공기를 뚫고 슬슬 걸어서 식당으로 향했다. 작은 식당에 들어가자 안경에 김이 차올랐다. 


손님은 온통 우리 학교 직원들 뿐이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교장 선생님의 뜻이 들어간 일이라서 딱히 거부할 수도 없는 전체 회식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운영위원회 위원장님과 자리에 앉아계셨다. 그분의 임기가 끝나서 함께 회식한다나.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교장 선생님의 짧은 인사말이 끝나고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었다. 회식이 잦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여럿이 모여 앉아 젓가락질하는 회식을 반가워해야 하는지 정말로 알 수가 없었다. 신천지 발 코로나 감염이 시작되었을 때라서 인천에서도 종종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불판에서 지글지글 기름을 뿜으며 익어가는 고기를 쳐다보면서 이걸 마음껏 먹을 수도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으니 어쩌면 좋지 고민을 했다. 결국에는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이 마스크를 벗겼다. 고기를 접시에 담아 놓고 내 접시에서만 젓가락질하면 괜찮을 거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무슨 맛으로 고기를 주워 먹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마치 건강 염려증 환자처럼 선생님들 가운데 누군가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면 어쩌지 걱정하느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 와중에는 마스크를 벗고 신나게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결국에는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나는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마스크를 썼고 다른 선생님들도 곧 마스크를 썼다. 




그렇게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니 머리가 아팠다. 왠지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고 몸살이 오는 것 같기도 했다. 다음날 금세 괜찮아진 걸 보면 순전히 스트레스만으로도 몸이 아팠던 거였다. 그 문제의 삼겹살 회식에서 다행히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임신 계획이 있어서 특별히 몸조심을 하고 있었다. 임신을 준비하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았다. 미리 예방접종이 되어있는지 알아보고 빠진 것이 있으면 임신 전에 해야 했다. 수두, 풍진, A형 간염. 살면서 특별히 생각해보지도 않은 병들이 태아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임신 계획을 틀거나 하지는 않았다. 예전에 신종플루가 그랬던 것처럼 메르스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정도 퍼지다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확진자가 두 배로 늘기 시작했고 동선을 파악해서 사람들을 조사하던 것도 역부족이 되었다. 급기야는 전국의 모든 학교가 3월 개학을 미루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내가 학교에 처음 갔던 여덟 살 때부터 지금까지 개학이 대대적으로 연기된 것은 처음이었다. 개학은 일주일, 이주일 이렇게 찔끔찔끔 연기가 되었다. 그것도 학교에 미리 알려주지 않아 인터넷 뉴스를 보고 개학이 연기됐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아무런 기약도 없이 4월이 다가왔다. 벌써 날은 따뜻해졌는데 아직 학교에는 선생님들만 번갈아 나오고 있었다. 결국 4월 중순에 이르러 ‘온라인 개학’을 하기로 했다. 온라인 개학을 했다고 아이들이 예전처럼 학교로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수업일수 때문에 방학을 더 미룰 수도 없으니 일단 원격으로라도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었다. 


정말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와서 수업을 듣게 된 건 6월이었다. 전담교사였던 나는 아이들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1단원부터 3단원까지를 온라인으로만 진도를 나갔다. 먼 미래의 일일 줄 알았던 원격수업이 갑자기 2020년에 찾아올 줄은 몰랐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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