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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Dec 05. 2022

프롤로그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들 

프롤로그     


단 한순간에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오랜만에 한 외출에서 3년 전 글쓰기 스터디를 함께 했던 지인을 만났다. 나는 까먹은 지 오래였지만 지인은 나에게 육아일기를 썼냐고 물었다. 


작은 출판사를 하는 지인은 육아일기를 쓰면 책으로 내주겠다고 말했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이 한 권도 없는 작가 지망생에게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을 통째로 잊고 살아온 것이다. 


임신했을 때는 잠이 쏟아지고 체력이 부족해서 그냥 눕고만 싶었다. 점점 무거워지는 몸에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려서 하루 두 시간 앉아있는 것도 힘들었다. 아기가 나오고 나서는 말할 것도 없다.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아기가 자는 사이에 나도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나는 지인에게 글을 쓴 게 없다고 했다. 허탈하게 집에 돌아와서 내 지난날들을 생각하는 데 갑자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Photo by Suhyeon Choi on Unsplash


임신하는 순간부터 쭉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한 나날들이었다. 당시에는 모두가 새로운 삶에 적응해야 했기에 나도 그중 작은 부분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렵고 안갯속처럼 막막했다. 


코로나에 확진되어 구급차에서 아기를 낳은 사연도 뉴스로 보았고 또 고열에 시달리던 아기가 끝내 잘 못 되어 버렸을 때는 가슴이 무너지듯 아팠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은 편이고 더 힘들었을 엄마들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글을 쓰는 이유는 어떤 기록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아주 힘들고 처절했던 기억들마저 ‘그랬었나?’ 하는 정도의 기억으로 덮어버린다. 하지만 분명 아주 생생한 그 시간을 지나쳐 여기까지 왔다.      




코로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2022년 다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섰고 하루 확진자가 18만 명이나 나오기도 했다. 주변에는 재감염이 되는 사람도 있고 간신히 피해 갔던 지인들이 코로나에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와 공존의 시대를 사는 요즘 처음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처음 코로나가 닥쳐왔을 때 얼마나 무서워하고 걱정하고 떨었는지 그리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사회적 고립의 상황에서 육아하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아기를 봐줄 손길이 필요하다는 건 둘째 치더라도 엄마 자체가 고립되면서 사회적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만다. 같은 상황이라도 누군가 이야기하고 교류할 상대가 있다면 훨씬 더 쉬운 길을 갈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갓난쟁이 아기를 두고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이 바이러스 감염자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힘들었고 구렁텅이에 빠졌으며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지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때의 내가 아기와 함께 단둘이 집에 있으면서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일은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보는 것이었다. 


책에서도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 좋은 처방 약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완전한 사회적 고립상태에서 아기를 안고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나를 거기에서 꺼내 줬던 것은 인연의 끈으로 연결된 사람이었고 결국 정답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있었다. 


이제 갓 세상 밖으로 나온 초보 엄마들에게 당신은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기와 씨름하고 있을 엄마들이 홀로 힘들고 외롭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두려움과 걱정보다는 열린 마음과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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