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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 Dec 15. 2023

나도 어쩌면 '진상'일 수 있겠지만,

'식당에서 직원 얼굴에 그릇을 집어던진 손님'

'어린이 메뉴는 서비스로 줄 수 없냐며 당연한 권리인 양 요구하는 손님'

'제품을 사용해 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

직접 보지 않아도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상황들이지만 슬프게도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접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싶겠지만, 20여 년 동안 외식서비스업을 했던 경험으로 미루어 보자면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보다 상식적이지 않은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다. 물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잘못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손님이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더 다수였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가장 커다란 부분은 이상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부는 본인이 지불하는 음식값에 일하는 사람을 함부로 부려도 된다는 권리가 포함된 줄 안다는 것이다. 당신들이 내는 돈은 그냥 그 음식의 값어치가 전부일뿐인데 말이다.




나의 두 번째 매장이었던 여의도점은 KBS별관 옆의 알리안츠빌딩 지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당시엔 고가의 레스토랑이기도 했지만 위치도 위치였던 터라 매일 TV에서만 보던 유명인들이 하루에도 서너 팀 씩 매장을 찾곤 했다. 

난 지금도 세상에 유명하고 돈 많은데 착한(순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들 못됐다는 말이 아니라 유명세에 걸맞은 자기 방어적 자세와 적당한 과시가 오히려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물론 이 중에는 본인의 유명세를 '못됨'으로 드러내는 몇몇이 실제로 있기도 했다.

그리고 본래 연예인이라면 큰 관심이 없어서인지 전공을 살리려 몇 개월동안 지상파 방송국에서 일을 하던 시절에도 눈에 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예인인 게 딱 3일만 신기했다. (이후엔 힘듦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니 유명인들이 온다고 해도 나에겐 그냥 똑같은 고객일 뿐이었다.

물론 대다수의 유명인들도 이런 생각으로 매장을 방문하는 편이었으나 지금까지도 그때를 다시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몇몇이 있다.


1. 개그프로그램보다는 리포터 활동이 더 왕성했던 개그우먼 P.

늘 입구에서 가장 구석자리를 요청했다. 김혜수, 세븐, 이효리, 유진이 와도 안내하는 자리에 고맙다며 앉는데 늘 홀을 등질 수 있는 구석자리가 아니면 앉지 않았다. 혹시라도 바쁜 와중에 대기까지 있고 원하는 자리가 늦어지면 짜증은 덤이다. 잊을만하면 잊지 않고 찾아오던 그녀는 메뉴도 꼭 '치킨시저샐러드'를 주문했다. 말 그대로 구운 닭가슴살에 '시저드레싱'으로 버무려진 로메인이 제공되는 샐러드다. 하지만 그녀는 늘 시저샐러드를 주문하면서도 메뉴판에 있는 아홉 가지 드레싱을 전부 따로 담아 갖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한 가지만 먹는다... 늘 한결같던 이런저런 요구사항도 기억에 남지만 그녀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내내 변하지 않던 그 짜증스러운 말투 때문이다.


2.  출연이든, 제작이든 영화가 늘 내 취향은 아니었던 개그맨 S.

음식점 안에서도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이 나뉘어 있던 시절, '맛이 즐거운 곳'은 대부분의 매장이 'BAR' 구역만 흡연석으로 운영을 하고 있었다. 식사시간이 아닌 서너 시쯤에만 가끔 일행들과 매장을 방문하던 그는 직원들을 향해 늘 당연하듯 '반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 뭐 이것까진 이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니 그렇다 치고..

그러다 '진짜 예의 없는 사람이구나'를 느낀 결정적 하루가 있었으니,

그날도 서너 시쯤 매장을 찾았고, 매장의 정 한가운데 6인석 테이블을 원해서 그쪽으로 안내를 했다.

(참고로 BAR에도 6인석 원형테이블이 있었다)

그런데 음식이 나오기 전, 테이블 냅킨을 여러 장 겹치더니 물을 조금 묻혀 테이블 위에 놓고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바로 테이블 방문을 한 뒤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이 자리는 금연석이라 흡연은 BAR나 외부공간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했더니 한다는 소리가

"나는 괜찮아"

(이건 무슨 소리??) 하면서 마저 몇 모금을 더 태우고서는 본인이 만든 임시 재떨이(물에 젖은 냅킨에 그 재는 누가 치우란 소리니..)에 담배를 비벼 껐다. 결국 그 6인석의 'TABLECLOTH'에는 동그란 담배빵이 생겼다..


3.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동안의 대표 아이콘, 여배우 J.

당시 여러 팸레에서 많이 시행했던 대표적인 서비스 중에 'PUPPY DOG'이라는 게 있었다.

말 그대로 강아지처럼 테이블 중간에 구부리고 앉아 고객의 눈높이 아래에서 대화를 하는 서비스 매뉴얼인데 지금은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딸이 일하는 걸 보러 서울까지 왔던 엄마는 이 'PUPPY DOG' 자세에 충격을 받으시기도 했었다..)

지금도 많은 기부를 하며 좋은 이미지로 오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늘 아버지, 그리고 스텝 한 둘과 함께 매장을 찾곤 했다. 사실 그녀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불편함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희한하게 테이블 방문을 할 때마다 사람을 힘들게 만들었는데.. 예를 들면 담당서버로서 추천메뉴와 오늘의 수프를 소개하면 테이블 가운데 쭈그리고 앉은 서버를 거의 투명인간 취급하며, 본인의 불편함을 늘 맞은편에 앉은 아버지에게 표현하곤 하는 것이다.

"나, 오늘 클램차우더 수프 먹으러 온 거 몰라? 근데 감자수프만 있으면 나보고 어쩌라고!"

그럼 아버지는 담당서버에게 오늘은 감자수프밖에 없냐를 다시 확인하며 그녀에게 설명을 해준다.

메뉴를 주문하는 내내 이런 식인 셈이다. 당시엔 파스타 이상의 메인 메뉴에 수프나 샐러드를 함께 제공했으니 음료주문까지 다 받고 나면 이상하게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만족도 체크 때도 뭐 마찬가지..

이건 마치 부부싸움을 한 뒤 서로 한 공간에 있으면서 자녀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레스토랑에 모든 불만과 요구사항을 늘 이런 식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 뒤,

대전의 백화점 내 매장에서 점장을 하고 있을 때, 맞은편의 샤브가게 이모님이 부랴부랴 달려오시며,

"점장님~ 나 다이어트 콜라 한 잔만~ 아휴, 이거 아니면 밥 안 먹겠다고 어찌나 유난을 떠는지.."

하시며 텀블러에 가득 담아 드린 콜라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가시던 이모님 너머로 위층의 극장에서 무대인사를 마치고 내려와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은 역시 한결같은 법이다. 




이밖에도 기억나는 몇몇이 더 있긴 하지만......

사실은 별 게 아닌데 내 몇 번의 주기적인 경험으로 이들을 글의 제목과 같은 사람으로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의외였던 찰나의 감동적인 순간들로 기억되는 유명인들도 많이 있었다.

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해 주던 말투로 작은 것 하나에도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았던 여배우부터, 일하는 사람들의 기분까지도 유쾌하게 만들어 주었던 다수의 개그맨들까지..



가끔은 내 청춘을 다 쏟았던 이 일을 지금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며 상상해 보지만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사람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아닌, 끊임없이 만나는 다수에 포함된 아주 적은 몇몇의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그 가시는 몇 개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도 가끔은 아픈 걸 보면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상처가 역시 제일 깊은 게 아닐까..








<배경사진 출처-네이버 블로그 '헬스케어 미디어 소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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