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림자가 나를 버리고 도망쳐버리는 상상을 한다.
가끔은, 내 뒤를 졸졸 따라붙는 그림자를 바라본다. 늘 묵묵히 발치에 붙어 있지만, 언젠가 저것마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스친다.
나는 매일같이 물음표에 매달린다. ‘왜일까? 어떻게 해야 하지? 이게 맞을까?’ 끝없는 질문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동생은 점점 대답을 줄인다. “또 그 얘기야?” 하며 눈길을 피하는 순간, 나는 그제야 내가 얼마나 집요하게 질문만 던져왔는지 깨닫는다.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다. 질문이 사라지면 나도 함께 비워져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삶, 편안하게 웃는 얼굴들을 바라보면 부럽다가도, 곧 숨이 막힌다. 나는 그렇게는 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발밑의 그림자를 흘끗 본다. 그대로 거기 있는데도, 갑자기 낯설다. 그림자마저 내 곁을 떠난다면, 나는 텅 빈 공간에 홀로 서 있을 것이다. 순간, 손바닥에 식은땀이 번지고 숨이 가빠진다. 마치 그림자가 이제 막 등을 돌리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