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창문 2

어디에나 창문이 있다.

by 단비

어디에나 창문이 있다. 물길에 반들 해진 초록자갈에도, 발끝에 반짝이는 모래알에도.




그것들이 모두 유리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세상이 본래부터 창문투성이었던 것만 같다. 우리는 창문을 벽에 박아두고 그 앞에 서서 바깥을 내다본다. 마치 바깥세상을 유리 너머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창문은 더위와 추위, 빗물과 먼지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외부의 풍경을 고스란히 비춰낸다. 닫힌 세계와 열린 세계 사이, 안전과 위험의 경계에 유리가 서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리 앞에 서면 잠시 안도하면서도, 동시에 바깥으로 손을 뻗고 싶어지나 보다. 상처 입지 않고 관계 맺고 싶다는 마음, 벽 속에 숨어 있으면서도 외부를 갈망하는 마음. 창문은 그 모순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서 있다.


길을 걷다 보면 깨진 유리조각이 반짝일 때가 있다. 어제는 술병이었고 오늘은 강가의 자갈로 닳아진 그것이, 작은 창문처럼 햇빛을 반사한다. 모래사장은 어떠한가. 끝없이 펼쳐진 모래알 속에는 유리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 바람에 밀려, 파도에 휩쓸리며 흩날리는 그 수많은 알갱이들 또한 언젠가 불길 속에서 유리가 되고, 다시 창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세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셈이다.


결국 세상은 유리로 되어 있다. 세상은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창문 앞에 선 사람들의 시선과 갈망이 모여, 비로소 서로를 향해 열린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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