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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는 Sep 03. 2023

#24 성실함을 위한 일탈, 네잎클로버님의 서사

“서른, 얼마나 모아야 성실한 걸까요?”


고등학교 졸업 후 10년간 은행에 재직 중이에요. 

남자친구와 오랜 기간 만나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에 관해 어떻게 소통해 갈지 고민이에요. 

결혼을 생각할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서른, 고민의 변화

  일해 온 시간에 비해 모은 돈이 많지 않거든요. 절약은 하지 않았어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다 보니 집에 필요한 것 있으면 보태고, 여행 가고,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에 아끼지 않았어요.   


   

#고민의 이유, 성실도?

  모아온 돈이 살아온 삶의 성실도를 증명하는 것 같아서요. 사회적으로 소득이나 재테크 면에서 은행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요. 게다가 일도 오래 했으니 돈도 많이 모았을 거라 기대할 텐데 그렇지 않으니. 남자친구가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해요. 혼자만의 생각이지만요.



#꿈의 직장, 사회적 이미지

  은행이 적성에 잘 맞진 않았어요. 힘든 순간은 여전히 수시로 찾아오지만 당시엔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 게 많았죠. 사회적 이미지가 만든 부담도 있었고요. 배부른 투정으로 비칠까 혼자 삭힐 때가 많았어요. 은행을 꿈의 직장이라 칭하니까요. 심한 스트레스로 두통과 짜증이 잦아지고, 지쳐서 집에선 한 마디도 하기 싫던 시기도 있었죠. 그래도 퇴근 후 친구들 만나서 맛있는 것 먹고, 간간이 떠나는 여행으로 스트레스 풀었어요. 그렇게 10년간 버텼죠.      



#다름없는 스트레스

  3년 차쯤 됐을 땐 퇴사도 생각했어요. 내일이 오는 게 지옥이라 느낄 만큼 괴로웠어요. 사람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피곤했고, 부스 안에서 혼자 일하고 싶단 생각을 자주 했어요. 실시간으로 고객과 대면하니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손님을 앞에 두고 시간 내 처리해야 하는 압박감. 또,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손님도 많았어요. 일 년 전 일로 민원이 들어오기도 하고 실적 스트레스 등등 은행도 앉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스트레스가 많아요. 여느 직장이랑 똑같이요.     



#이직하지 않은 이유

  자신이 없었어요. 남들은 꿈의 직장이라 말하는데, 거기서도 못 버티면 다른 거라곤 잘할 수 있을까 싶었죠. 어렵게 취업해서 다시 도전하는 것도 힘들고. 그래서 주어진 것에 성실하려 했어요.          


               

#최소한의 일탈, 현실 도피처

  인생에 가장 끔찍했던 순간이 직장이라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여행이에요. 도피처는 퇴사밖에 없으니, 여행을 통해 최소한의 일탈을 했던 것 같아요. 직장에서 탈출해 힐링하고, 복귀하면 또 여행 가고 싶단 생각으로 참으며 버텼죠. 친구들과의 만남도 그렇고요. 그런데 이제 와 보니 성실하지 못했단 평가를 받을까 복잡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결과적으론 모은 돈이 적으니까요.     



#20대, 돌이킬 수 없는 가치

  후회는 없어요. 20대가 전부는 아니어도 20대의 경험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어릴 땐 호기심이 많아 특이한 여행지를 많이 갔어요. 후진국의 생활양식에서 일상의 소중함도 많이 느꼈죠. 지금 과연 똑같이 가라고 하면 갈 수 있을까 싶어요. 같은 곳을 간데도 느끼는 게 다를 것도 같고요. 그때그때 생각도 다르고 체력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니까요. 그만큼 가치 있는 경험이었죠. 인생은 한 번뿐이고 다시 돌아갈 수 없잖아요.      

#환산할 수 없는 경험

  직장 다니며 야간대학 가서 공부도 하고, 열심히 살았어요. 절약만 했다면 분명 그 과정에서 놓친 게 있을 거고,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또 그것에서 놓친 것이 있겠네요. 10년간 부모님 도움 하나 받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고 일해 온 자체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인 것 같아요. 





스스로를 칭찬해 줘야겠어요!     

여행을 좀 더 다니고, 맛있는 걸 먹고. 

돈을 적게 모은 게 

성실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긴 시간 성실함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일탈이었으니까요.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평범한 행복.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는 삶.









(인스타그램 @modun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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