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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KA Dec 26. 2022

I. 겟세마네 동산

4화

2부, 겟세마네 동산 (1)

내가 다니 던 회사에는 세 종류의 정신질환 환자들이 있었다.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그리고 사이코패스다.


하나만 있어도 삶이 피폐해질 판국에 종합 선물 세트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선두에 신입사장과 전무 그리고 그놈이 그 무리에 잘 포장되어 있었다.


한놈은 돈에 눈이 멀어있고, 한놈은 자리에 눈이 멀어 있으며, 한놈은 그냥 미친놈이다.


하는 행동들을 보면 셋이 한낮 한시에 모여 도원의 결의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코로나의 여파로 여기저기 줄도산 하는 기업이 늘어남에도 신묘한 기운이 그들을 보살피는지 역대 최다 매출을 기록하지만 입사장은 성에 차지 않는지 말도 안 되는 목표를 앞세워 직원들을 몰아붙이기 바빴다.


하지만,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의 비중이 높다 보니 벌린 일은 많고 각자 맡은 일의 양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신입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만을 외치고 나름 오른팔 자리에 앉은 전무는 앞뒤 안 보며 채찍질하기 바빴다.


운이 다한 걸까?


그놈이 전 회사에서 벌인 일이 터지며 그 여파가 우리 회사까지 불어 닥친다.


개 버릇 남 못준다고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그 스타일 그대로 살아왔을 것임은 분명할 것이고 이를 느꼈을 그 회사 사람들의 문화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 그놈 때문에 억울하게 횡령이란 누명을 쓰고 쫓겨난 입사한 지 6개월도 안된 신입 사원이 있었다.

분명 그놈의 수작질에 걸려들었음은 안 봐도 선하다.


그가 퇴사를 하고 다른 직장으로 옮겨 가지만 회사돈 횡령으로 내 쫓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는데 그 배후에는 그놈이 악의를 품고 옮겨 다니는 회사에 소문을 퍼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어떤 회사에서도 그를 받아주질 않게 된다.


그는 그놈 때문에 누명을 쓰고 쫓겨난 일도 억울하고 분통 터졌지만 옮겨 다닐 때마다 소문을 흘리는 것을 알게 되며 그놈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된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었던 그 회사의 비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그래도 머리는 있는지라 쫓겨나기 전 이중장부와 관련 자료들을 몰래 복사해 나온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자 회사의 비리가 가득한 자료들을 들이밀며 매몰차게 쫓아낸 사장을 찾아가 협박하며 돈을 뜯어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어디론가 홀연히 자취를 감춘 그놈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고 결국 지금 회사에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짧은 시간에 푼돈이라도 뜯어내던 그는 사장이 회피하기 시작하자 여러 언론사에 일부 내용을 보내며 만족할만한 금액을 제시하는 곳에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협상을 시작한다.


사회적 기업으로 명망을 떨치고 있던 그 회사의 비리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 방송사가 그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취재에 나서며 사회적 기업의 부도덕함이 방송으로 나가자 그 회사는 한순간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생산직 사원의 대다수가 장애인으로 구성되어 있던 그 회사는 궁여지책으로 전원 해고 하게 되고 한순간 직장을 잃은 장애인 중 한 명이 투신 소동을 빚게 되는데 이 사건이 여론을 들끓게 만들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놈은 그날도 사소한 것까지 불쌍해 보이려는지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컴퓨터가 고장 났다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 누구 하나 시끄럽다고 나서지 못하던 그때 그놈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오며 보다 평소 보다 더 심한 말더듬과 함께 그놈의 입이 굳게 닫힌다.


점시 무렵 어디론가 그놈이 자취를 감추고 사무실에는 평화가 찾아오나 싶었다.


오후 여러 명의 기자들이 그놈을 취재하러 왔다며 회사 입구에서 줄을 지어 서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직원들 또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상을 확인해보며 그놈과 연관된 일이란 걸 알게 된다.


그놈은 그날 검찰로 부터 출석 명령을 받아 조사를 받으러 갔었던 것이다.


당분간 안보이리라 생각했던 그놈이 다음날 버젓이 출근하며 각 부서 사람들을 애써 쫓아다니며 전 회사 사장의 비리와 악행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아니 이놈은 매스컴에서 쫓아 올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돼 가고 있는데 천연덕스럽게 회사에 나올 수 있지?'라는 생각과 함께 존경심마저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날도 여지없이 기자들이 찾아오게 되고 그놈은 결국 인터뷰까지 하게 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건지 사장과 전무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기자들의 눈을 피해 다니기 바빴다.


이때까지만 해도 닥쳐올 나의 앞날을 간과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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