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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에게 물렸어

2025년 4월

by 새벽바다

변종의 늑대,

진격의 늑대,

미지의 늑대를 아는가?


이 글은 '늑대작가'의 시리즈 3권을 읽고 쓴 나의 솔직한 감상문이다.




책의 제목이 모두 늑대로 일맥상통하니,

나 또한 늑대의 이미지로 책의 메시지를 곱씹어본다.


이 글에서 내가 말하는 '늑대'도 곧 '스타트업'이다.


누군가 나에게 "늑대? 그게 도대체 뭔데?."라고 질문했을 때

들이밀 수 있는 책이 변종의 늑대이다.


그다음 "늑대? 요즘 어쩌고 있는데?."라고 질문했을 때

들이밀 수 있는 책은 진격의 늑대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래서 늑대를 따라 어디로 가는데?"라고 질문한다면,

나는 미지의 늑대를 따라가라고

대답을 끝맺을 것이다.


보통 나는 책을 읽을 때 자동으로 온갖 상상과 비판과 감상 등이 구름처럼 떠오른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그 책 어땠어?'라고 물으면 머뭇거림 없이 말이 줄줄 쏟아져 나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3권을 통칭해 '늑대책'으로 표현하자면, 이 책을 읽을 때는 일말의 상상과 비판, 감상 등이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 있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이 글을 쓰는 순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하나의 '신뢰할 수 있는 교과서'처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100% 수용적인 태도로 모든 페이지를 넘겼다.

습관처럼 일어나는 모든 나의 상상력은 일시 차단 시켜놓았다.


책을 덮은 후 소감을 한 줄로 쓴다면

마치 우물 안 개구리를 늑대가 슬쩍 입에 물고서 바깥 구경을 휘리릭- 시켜주고

다시 우물가에 내려준 상태와 같다.


"자, 이제 우물에 다시 들어갈래? 나올래?"


결론부터 말하면

개구리는 다시 우물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사실 우물 안은 너무 어둡고, 축축하며 좁았다.


우물에 함께 들어앉아 살고 있던 다른 개구리들이 뱉어내는 바깥세상에 대한 공포와 불안과 사건사고들 이야기에 왠지 지쳐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저마다 보는 하늘만이 진짜라며

시끄럽게 떠들어대니 그 모든 것에 진절머리가 나고 답답해진 때였다.


그래서 개구리는 자신을 슬쩍 물어서 우물 밖을 구경시켜 준 늑대가 고마웠다.


개인적으로 책 속에서 알게 된 세계 국가의 혁신적인 스타트업 사례들 중에서

첫 번째로 새겨진 부분은 프랑스의 스타트업 정책이었다.


내가 해외에 나간 경험은 2009년 겨울.

12월부터 2월까지 영국 런던에 있었던 것뿐이다.


그 기간 동안 가까운 프랑스를 구경하자고 3박 4일 일정으로 니스라는 도시를 관광하고 온 게 전부인데, 마침 그 기간 동안 남프랑스의 날씨는 따뜻했다.


영국이나 프랑스나 지하철은 꽤나 더러웠던 기억이 난다.

음식도 더럽게 맛이 없고, 홈스테이 하는 집은 추웠고,백인들은 황인종을 신기해하거나 무시했다.


그 후부턴 나도 속으로 프랑스를 꽤나 무시했다.


누군가 표현하길 '서양의 중국'이라 했으니.

에펠탑은 별 느낌 없이 거대하기만 했고,

영어로 길을 묻는 나에게 그들은 불어로만 대답했다.


2020년 초반까지도 서방은 저러다 곧 망하겠거니.. 하고 외면하고 살았다.


하지만 프랑스의 젊은 대통령은 많이 부러웠다.

'저 나라는 어떻게 저런 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게 가능하지?'

부러움과 의문이었다.


그때부터 다시 눈에 들어왔다.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프랑스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였다.


역시 모든 것을 편협된 시각으로 보면 나만 손해인 것이다.


어떤 국가든 보아하니 장단점이 있고 프랑스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 기세를 이어나가는 힘은 역시 혁신적인 지도자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정말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자면 그 지도자를 뽑는 사람들이 먼저 똑똑해져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두 번째로 미지의 늑대에서 부러움이 들 정도로 놀랍고,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국가는

'싱가포르'였다.


글로벌 경쟁력 1위이며 국가 자체가 스타트업이라는 타이틀도 부럽지만

리콴유와 리센륭을 잇는 장기집권 체제 하에서 어쨌든 안정적인 방향으로

경제 발전을 이뤄왔기에 거둬들인 성과이기에 특히나 대단하고 놀라웠다.


국민들 자체가 정부의 강력한 개입에 거부감이 없다니.

누군가는 그러면 안 된다고, 수동적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 한 명으로 생각해 보자면,

방향이 확실한 리더의 안정감과 추진력과 혁신성을 국민들이 잘 수용했기에

얻게 된 멋진 성과가 아닌가!


5년에 한 번씩 지도자가 바뀌는 대한민국에서 경제에 관한 굵은 맥락과 중점 사항은

누가 와도 일관성 있게 진행되길 바랄 뿐이다.


급변하는 우주적 변화에 맞춰 발전하고 살아가는 것을 마치 자연에 반하는 파괴자 혹은 물질주의자로 인식하고, 인공지능 AI를 마치 인류를 소멸시킬 거대한 외계인의 공격처럼 받아들이는 무지함을 탈피하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미지의 늑대에서 마지막에 가장 중요하게 언급한 것이 왜 '교육'인지

절실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더 이상은 과거의 악몽 같은 이데올로기적 주입 교육과 사고방식을 따르면 안 될 것이다.


변화에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그저 지금의 현상을 유지하자는 것은

내 우물에서 보이는 하늘만 지켜지길 바라는 무지함으로 느껴진다.


스타트업 회사에 들어왔으니 이제야 스타트업에 본질적인 관심을 가지는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미래의 핵심 키포인트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생각한다.


책의 뒷부분에 2022~24 유니콘 기업 아이템 분석 리스트를 볼 때는 입이 떡 벌어졌다.


나의 현실에서 아직까지 전부를 체감하진 못하지만,

엄청나게 획기적인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의 인류가 걱정하는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전쟁과 생로병사에 관한 그 모든 것들이 스타트업이라는 수많은 씨앗에서부터

뭔가가 터져 나와

이 모든 문제들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책을 덮은 후에야

나는 잠시 차단해 두었던 상상력을 다시 가동할 수 있었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만큼

스타트업에 대한 기초 지식이 들어간 후에야

나는 내가 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지 상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 타운이 올해 개관한다.


우리 팀원이 함께 일주일에 5일을 지내고,

수많은 늑대의 모험길에 오른 스타트업 대표들이 잘하면 주 7일을 머무를 수도 있는 그 공간은 각자의 독립적인 집과 같은 안정감, 카페나 펍 같은 프레시함, 놀이동산 같은 액티브한 곳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지만, 최대한 조화롭게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디에서 뭘 하든 내가 하는 것은 세상에 없는 어떤 것이면 좋겠다는 꿈이 있다.


세상에 없는 어떤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지만, 이 표현이 누구에게나 체감될 만큼의 특별하고 신선한 것을 말한다.


나뿐만 아닌 전 세계의 스타트업 늑대들이 최종적으로 꿈꾸는 것도 그런 것이라 믿는다.


특히 한국의 스타트업을 이끌어 갈 인재들도 세상에 없었던 꿈을 꾸면 좋겠다.


인공지능을 통솔할 창의력과 사고력도 그러한 혁신적인 인풋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니 정말 교육은 중요하고,

그러기에 홈페이지와 책을 통해 알게 된 '넥스트챌린지스쿨'이 거대한 바람이 되어

모든 것을 싹 쓸어내고 새 판을 깔아주길 기대하게 되었다.


비판적인 시선이지만,

작년에 농림부 사업을 진행하는 곳에서 하는 농업 관련 창업 프로그램에 참관하러 간 적이 있었다.


저마다 제주의 특산물과 관광 아이템을 이용해 특별한 것을 만들고 어떻게 홍보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그때 느낀 감정은 '황당함'이었다.


제주의 감귤과 밭작물을 이용해 창업을 하려는 그들이 스스로 참신하다 생각해 발표한 아이디어- 그것은 명품 스타일의 포장 디자인을 연구한 것이었다.


정말 솔직하게 나는 황당하다 못해 화가 났다.


제주 감귤 포장지를 에르메스 명품 포장 콘셉트로 감싸서 홍보하고 '특별한 감귤'로 팔아보겠다 하는 것이 요즘 창업자들의 마인드인가?라는 생각에 허탈했던 기억이 난다.


사담이지만 과거에 나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크게 뻗칠 수 있는 '영화'의 길을 선택했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시에 퍼질 수 있고 그들의 시선을 붙잡고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힘 있는 매체.


하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을 마지막까지 이어가지 않고 포기한 결과에 대한 핑계는

겉으로는 '현실과 돈'이었고, 안으로는 '뜬 구름, 가짜'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문화예술에서 '예술'은 그 자체만으로 보고 아름다움을 논하든 메시지를 논하든 해야 함에도 지금의 예술은 누가 만들어 놓은 작품인지는 모르지만 과도하게 이 세상에 왜곡된 렌즈를 장착시키고 있다.


사람의 마음과 감정은 분명 중요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고 컨트롤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의 예술은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이용해 결국은 이념적 사고를 붙박이로 강요한다.


왜곡된 렌즈, 강요된 감정, 수단화되는 예술.


대단한 의미부여와 포장지를 씌우지만,

결국 크든 작든 명예와 권력을 얻고 싶은 예술가들.


그 욕망이 나쁜 것은 절대 아니지만 너무 선한 얼굴의 가면을 쓴다는 게 문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모든 것들에 일종의 환멸을 느낀 것 같다.


추상적 인류애와 공동체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로 꾸며진 예술 세계나 문학을 접하면

일부분 '위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예술을 버렸다고 변명한다면,

나는 이제 현실에 뛰어든 것이다.


살아 있고, 실체가 있고,

내 삶과 인생에 즉각적인 뭔가를 보여주고,

실질적으로 누군가의 삶을 더 낳아지게 할 수 있는 스타트업 업계의 사람들을 서포트하는 일이라면 내가 원했던 '영향력'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글의 끝무렵이지만

문득 '아세안'을 모르고 계속 '동남아'라고 칭하며 필리핀 혹은 베트남 사람들을

은근히 무시하던 오랜 내 감정의 뿌리에 대해서 많은 반성을 했다.


아직 그들의 나라는 가난하고, 비위생적이고,

일부 무지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 분야에서 만큼은

지금 이정돚 아는 척하는 나보다 훨씬 전 세계와 자국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며, 더 똑똑하고, 행동으로 앞서 나가는 젊은이들이 진을 치고 있을 수도 있다.


늑대의 입에 물려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는

더 알아 나가고, 배워나가야 할 것이 많다.


그러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상하고 시도해 봐야 할 것이다.


뜬 구름이 아닌

눈앞에 만져지는 구름을 구경시켜 준 '늑대'시리즈의 저자분께 감사드린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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