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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바다 Oct 14. 2024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연극일까

                                  

       

기묘한 기시감과 함께 연극이 시작되었다.                                                            

연극의 배경은 꾸며진 세트장이 아니라

하얀 천을 늘어뜨린 스크린에서 까만 그림자로 펼쳐졌다.


그리고 양쪽 스피커에선 마치 실제상황처럼

생생하게 실감 나는 배경사운드가 흘러나왔다.


연극의 첫 무대는

노을이 지는 시간을 표현한 짙은 주황빛 하이라이트 조명과 함께

스피커에선 조용히 일렁이는 강물과 바람 소리가 들리고

나룻배 형태의 그림자가 하얀 스크린에 떠올랐다.

그림자 배경 앞으로 세 명의 배우가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온다.


남자 배우는 누가 봐도 검은 한복차림에 눈 아래 파란 아이섀도로 다크서클을 그린

저승사자였고,

여자 배우는 검은 정장바지에 흰 셔츠를 입은 단정한 분위기의 30대 중반정도로 보였다.

나룻배 그림자 앞에는

나무로 만든 노를 들고 무명천으로 만든 노랗고 낡은 한복을 입은

뱃사공 할아버지 배우가 멈춰 선다.


뱃사공:  “무영사자! 거 왜 이리 늦었는가~! 배 떠났어!”



무영: “아유.. 요즘 배가 너무 일찍 뜨는 거 아닙니까?”



뱃사공: "허허! 염라대왕 뜻이니 난들 어쩌나?

오늘도 그냥 ~  망자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부러..

이미 죽었는데 이 배 타기가 그리 무섭다고 ~ 서글프다고 ~

어찌나 야단들인지.."



무영: "그러게요..  인간살이가 참 아이러니하죠..

다른 누군가에겐 그토록 간절한 목숨을

누군가는 그리 쉽게 던져버리죠."


여배우는 무영과 뱃사공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는데 혼란스러워한다. 


뱃사공:"다음 배가 올 때까지..

거기로 갈 거 아니요? 같이 갑시다. "


-


그림자 세트가 바뀌고 나룻배가 사라진다.

스크린에는 어떤 감옥의 창살이 나타나고

스크린 앞에는 '한' 찻집(망자 임시 숙소)이라는 팻말이 세워진다.

그리고 조명이 꺼졌다 다시 켜지니

무대 위에 나무 테이블과 의자 3개, 테이블 위엔 탁주 한 병과 막걸리잔 3개가 놓여있다.


뱃사공: "거 아가씨. 망자라도 요새는 저승 찻집에서 술 한잔 마실 수 있으니... 앉아서 한잔 하시오!

생전에 이름은 뭐였소?"


저승사자와 뱃사공은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 잔에 술을 따른다.

그 말을 들은 여배우도 엉거주춤 의자에 앉는다.


은수: "박은수요."


무영,

얼떨떨하게 앉은 은수에게 술을 한잔 따라준 후  

주머니에서 무슨 열쇠를 하나 꺼내어 준다.


, "망자 박은수, 열쇠 받아!

(손가락으로 멀리 보이는 방문을 가리키며)

망자 임시 숙소인데..

오늘 하루 묶기에.. 부족함은 없을 거야.

이승에서 느껴보지 못한 숙면을 취하길..!"


세명의 배우는 자살한 망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술을 몇 잔 기울이더니 조명이 천천히 꺼진다.


-


그림자로 이어지던 하얀 스크린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스텝들이 재빠르게 스크린을 거둬 사라지고

무대 가운데엔 방문이 하나 세워져 있다.


은수, 그 문에 서서 조심스레 열쇠로 문을 연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자

바닥에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퍼져 나온다.


문 건너편에는

구석에서 피가 잔뜩 묻은 허름한 거지꼴을 한 7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있다.

하얀 백발 머리는 마구 헝클어져 있고 뭔가 고통스러운 듯 기이한 소리를 낸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그에게 향한다.


뒷모습만 보이는 그의 등짝에는 채찍 자국에 따라 새어 나온 피로 얼룩진 듯 보였다.

밧줄로 묶인 발에는 '중죄인'이라는 붉은 글씨가 적힌 나무명패가 묵직하게 달려있다.  


중죄인: “꺼어억... 꺼억... 억..... 살려줘.....”



그 순간

사색이 되어 나타나는 무영.


놀라서 멍한 은수에게

"그 문 아니야!  (주머니에서 다른 열쇠를 꺼내주며) 여기 아니고...  다른 방이다.

네가 묶을 방은."   



은수, 당황한 얼굴로 열쇠를 받아 든다.

"저...  저 사람은... 왜 저러고 있어요?

저 팻말에.. 중죄인...  무슨 죄를 지으면 저렇게 되는 거죠?"


무영우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한번 쉬더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말 그대중 죄 인.

처음엔 작은 죄를 지었고,

그다음 생애는 조금 더 큰 죄를 지었다.

그다음 생애는 심각한 죄를 지었고

그다음 생에는 사람을 죽이고,

그다음생에는 그것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또...  저리 되었지."


-


N은 이 연극을 보러 오기로 결정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기묘한 기시감과 무대 위 배우들에게서 느껴지는 도망치고 싶은 불안함. 그리고 불쾌함.

원인을 알 수 없는 긴장감.


이어지는 불편한 연극에서

은수가 마주한 건... 중죄인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이었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

은수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고 엄마는 정신병원에 입원당했다.

은수는 아버지에게 저항을 하다가 병원 옥상에서 실수로 아버지를 밀어버렸다.

아버지는 죄가 너무 많아 영원한 지옥에 갇힐 중죄인이 되었고  

은수는 저승에서 심판을 받은 후 다음 생에 미물로 태어나 수백 번의 생애를 쉽게 죽은 후

공덕에 따라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중죄인의 얼굴은 연극의 마지막 순간에 공개되었다.


N은 그 불편한 연극의 마지막 그 장면을 숨죽이며 지켜봐야만 했다.


중죄인이 괴물같이 일그러지는 신음 소리를 내며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왠지 모든 본능이 거부하는 듯

보고 싶않았던 그 장면.


N은 그 중죄인의 얼굴에서

아빠의 얼굴을 발견했다.

시꺼메진 피부에 흉측하게 뒤틀리고

일그러진 얼굴이지만

절대 잊히지 않는 그 얼굴.

분명 오래전 헤어진 N의 아빠가 분명하다.


"꺄악-!!!"


악몽 같던 그 순간 N은 객석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대체

왜 N의 아빠가 저 무대 위에서 저런 끔찍한 연기를 하고 있다는 말인가.


N은 문득 오랜 세월 덮어둔 판도라의 상자처럼

심장에서 오래 묵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중죄인이 끝까지 어떤 망언을 내뱉는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실패했어.

나는 실패했지.

니 엄마가 너를 갖지만 않았어도. 크크큭..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N...! "


그 중죄인이 그 가짜 연극에서라도

스스로의 잘못을 참회하고

은수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면

객석에 앉아있던 N의 분노도 계속 드러나지 않고

영원히 심해 속에 묻힐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런 가정은 이미 쓸모없는 것이었다.


분노한 N은 다른 관객사이를 밀치고 뛰어서

무대 위로 달려간다.

쿵쾅 쿵쾅. 무대 위로 오르는 꽤 높은 13칸의 계단을 밝고

뛰어 올라가서 중죄인을 마주한다.

빠진 이빨 사이에서도 피가 흐르며 끽끽거리는 소름 끼치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


".... 용서 못 해.."


무대의 모든 조명이 켜졌다.

사고였다.

스텝들이 달려 나와 N을 제지하려 붙잡는다.


N은 소리친다.


"전부 당신 때문이야!! 그 모든 것들의 시작점이... 전부 당신 때문이라고!!!"


스텝들은 발악하는 N을 더욱 열렬히 밀쳐냈다.


그때 무대 키라이트 조명이 중죄인의 얼굴을 비췄다.


-


아빠가 아니었다.


벌어진 사고에 당혹감을 금치 못하는 나이 많은 남자배우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N을 바라보고 있었다.


N은 순간 정신이 들었다.

'이게.. 뭐야...?'


모두가 자신을 미친 원숭이를 보듯 혐오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N은 수치심이 밀려왔다.

도망치고 싶었다.

천천히 뒷걸음질을 하는데

발이 허공에 닿은 후

무대에서 추락한다.  


"꺄악!"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연극은 막을 내려야 했다.


-


N은 자신의 운명이 참으로 기구하다고 생각했다.

누가 이렇게 수시로 죽음과 교제를 하며

어딘가에 떨어지거나 추락을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발목을 세게 접질렸고

다행히 높지 않은 무대였기에 심하게 다친 곳은 없었다.

정신도 멀쩡했다.

소식을 듣고 나타난 건 집주인이었다.

혐오가 아닌 연민을 품은 채 N을 부축해서 병원으로 데려갔다.

며칠 깁스를 해야 했다.

집주인은 이미 극단 사람들에게 전후사정을 들었을 테고

N에게 뭔가를 따져 묻지는 않았다.

그저 세상살이 그럴 수도 있다고 다분히 위로를 건네는 묵언이었다.


N은 스스로 환각을 본 건지 뇌에 문제가 생긴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악몽이길 바랐다.

하지만 지지리도 차갑게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었다.

우선 영문도 모른 채 날벼락을 맞은 극단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과일 바구니와 함께

극단을 다시 찾은 건 그로부터 2주 정도 흐른 후였다.

집주인은 개인이 품고 있던 그 깊은 죄책감과 어두운 기억과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그들을 미리 설득해 놓은 건지.

N의 예상을 벗어난 태도로 극단 사람들은 N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어떤 소소한 친절은 사람을 죄에서 풀어주었다.

중죄인 역할을 맡은 나이 지긋한 배우가 N에게 다가와

연극의 대본을 건네주었다.

표지에 <누군가 조용히 창문을 두드리다 간 밤>이라 써져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마치 N의 지옥을 다시 들춰내는 듯해서 그토록 불편했던

이 연극의 결말은 어떤 것일까.


-


방으로 돌아온 N은 천천히 대본을 읽었다.



[은수는 중죄인이 아버지인 것을 모른 채

망자 임시 숙소에서 잠을 청한다.

그런데 그 숙소의 커다란 유리창 바깥에

교복을 입은 왠 어린 소녀가 방안의 은수를 바라본다.

소녀는 조용히 창문을 두드리지만

은수는 밖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버지를 죽인 자신이 받을 끔찍한 벌에 몸서리치듯 두려워하며

독처럼 퍼지는 가슴의 죄책감으로 밤새 고통스러워했다.

창 밖의 소녀는 방안의 은수를 향해 창문을 계속 두드린다.

그리고는 은수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말한다.


<용서해... 은수야... 스스로를 용서해... 부디 너 스스로를 용서해 줘...>


연극의 절정 부분에서 은수는 결국 중죄인이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은수는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거라고 한다.

무현은 은수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준다.


첫 번째 선택지는

저승에 넘어가기 전 지금 이 중간단계인 공간에서

아버지의 원혼이 자유롭게 도망치도록 하는 것.


두 번째 선택지는  

이대로 아버지가 중죄인으로 심판을 받고 길고 긴 불지옥에서 고통받은 후 언젠가

다시 윤회를 하여 무언 인가로 태어나는 것.


다만 모두 조건이 있었다.


첫 번째를 선택하면 -

아버지의 원혼은 구천을 떠돌며 살기 가득한 마가 되어

인간세계에 파고들어 인간의 어두운 마음을 이용해 끝도 없이 죄를 짓다닐 것이다.

그러다 어느 때가 되면 정말 천벌을 받아 영원히 소멸될 수도 있다.

은수는 원혼을 달아나게 한 죄가 가중되어

최소 천 번의 생애동안 지독한 그리움으로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두 번째를 선택하면 -

아버지는 중죄인으로 저승의 벌을 받고 불지옥에서 뼈와 살이 타들어가는 길고 긴 고통을 당한 후

언젠가는 다시 윤회를 해서 새로운 생명을 얻어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죄가 깊어 사람은 되기 힘들고 자유가 없는 길거리의 풀이되거나

벌레가 되어 숱하게 밝혀 죽겠지만.. 모든 기억을 잃고 태어나니 스스로는 본성에 따라 그저 살아가며

자유롭다고 할 수도 있겠지.

은수는 아버지를 미필적고의로 죽게 한 죄로, 인간의 시간으로 천년동안 인간이 아닌 저승의 사자가 되어

원한에 사무친 원귀를 잡으러 다니고 자살한 망자를 데리러 가는 저승 교도관으로서의 생을 살아야 한다.


이 연극 속에서 은수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가 미물일지라도 다시 태어나길, 자유롭길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첫 번째 선택지의 길을 걷기로 한다.


그렇게 거대한 세계가 또 한 번 얽히게 되었다.

은수는 아버지가 갇힌 방문을 열었고

그는 달아났다.

마가 되어 이 세계를 떠돌며 인간의 어두운 마을을 파고들어 숱한 살육을 향하며 다니겠지.


연극 속의 은수는 미처 알지 못했다.

매 생애 지독한 그리움으로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말 알지 못했던 것 같다.


-


N은 부엌의 가스레인지 불을 켜서

대본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화장실 바닥에서 다 태워버린다.

시꺼먼 잿물이 하수구로 흘러내려간다.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

하늘에 북극성이 반짝거렸다.

별이 그렇게 잘 보였던 적은 처음이었다.


N은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여전히 N의 머릿속에 , 심장에, 피부에

수많은 장면으로, 따스한 온기로, 뜨거운 열정으로

달빛 도사가 새겨져 있었다.


그가 N의 기억을 지우지 않은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N은 이제 두 발로 밝고 선 눈앞의 이 세계에서

앞으로 펼쳐질 다음 세계의 운명을 바꾸어야 했다.

아니 치유해야만 했다.


-


이틀이 흐른 후

N은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고

극단으로 다시 찾아갔다.


N은 집주인이자 극단의 대표인 그 인자한 여성에게

간곡히 부탁을 한다.

N의 손에는 밤새 한숨도 자지 않고 이틀밤을 꼬박 새워서

새롭게 쓴 연극의 대본이 들려있다.


그것을 대표와 단원들에게 보여준다.


<누군가 간절히 창문을 두드리다 간 밤>

제목도 바뀌었고 무엇보다 결말이 바뀌었다.


연극 속에서 은수는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를 선택한다.


대표는 차분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렇군요... 결말을 바꾸어 왔다고요?

음.. 은수가 선택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N

"은수를 찾아온 소녀가 창문을 두드렸죠.

조용히가 아니라 온 마음을 담아 간절하고 또 간절하게 두드렸어요.

창문은 깨어졌고

은수는 소녀와 마주할 수 있었죠.

소녀는 은수에게 용서하라고 해요.

아버지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은수 스스로를 용서하라고요.

은수는.. 소녀의 말을 듣기로 했어요.

소녀는 바로 은수 자신의 과거이자, 다른 세계의 은수 그 자체였으니까.

은수는 스스로를 용서하기로 했어요.

스스로를 용서하면... 다른 그 무엇일지라도.. 결국 용서하지 못할 게 없어지거든요.

타인은 용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에요.

용서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스스로일 뿐이에요.

그리고 타인은.. 놓아주는 거죠. 마음에서 영원히 놓아버리는 거예요.

그게... 스스로 만든 죄책감과 분노의 지옥에서 스스로를 용서하고 꺼내주는 유일한 길이거든요.

은수는 알지 못했지만 소녀는 알고 있었죠.

그래서 선택을 바꾸었어요.

대표님.. 연극은 바뀌어야 합니다.

부탁드려요.."


-


한 달 후

은하수 극장에는 새로운 연극의 막이 오른다.


<누군가 간절히 창문을 두드리다 간 밤>


-

연극이 끝난 후

N의 세계는 천지가 뒤집힌 듯

새롭게 뒤바뀌어 있었다.

아니, 치유되어 있었다.


N은 연극을 보고 돌아온 후 간 밤에 긴 꿈을 꾼다.

 

[자신이 저승의 사자가 되어

검은색 도포를 두르고 검은 갓을 쓰고 있는데

어떤 세계에서 한 소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호기심에 내려다보니

작고 노란 병아리가 인간의 발에 밟혀 죽어있고

소녀는 병아리를 보고 꺼이꺼이 울고있었다. 

죽은 병아리 시체에서 어떤 흐릿한 영혼이 스르륵 빠져나오는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죄 많은 남자의 혼이었다.

사자의 눈으로 보니 수천번 미물로 태어나 짧게 살다 죽는 벌을 받는 중이다.


N은 왠지 그 소녀가 자꾸 눈에 밝혔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자였지만 소녀의 운명이 거칠고 험난한 것이 보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특별히 염라대왕의 허락을 얻어 사자가 아닌

특별한 존재로 변신해 소녀를 찾아간다.

그렇게    

간절히 소원을 비는 그 소녀가 좋아하는 노란 꽃나무에서  

N이 검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등장한다.


"안녕, 소녀야. 

너의 운명을 치유해줘." ]






- 끝 -


-16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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