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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쓸고 간 어느 여름길

by 새벽바다

처음 당신을 바라봤을때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다.


뿌연 안개처럼 비밀스럽고, 어딘가 멀리 있는 사람.

그래서 점점 더 알고 싶었고,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안개속에서 나는 자꾸 길을 잃었다.


눈 앞에서 자꾸 사라지는 사람.

손 끝에 닿아놓고 이내 차갑게 흩어지는 사람.


당신은 결국 당신이었고

나는 끝내 닿을 수 없었다.


비밀스럽던 안개가 살을 아리듯 서늘함을 알았을때

그제야 나는 안개속에서 도망치려했다.


시작도 끝도 흐릿한 관계는 뜨거운 청춘에서나 추억이다.


깊이 익어야 할 열매는 미지근할때 썩는다.


그 후 나는

미지근한 온도의 누군가는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그 안개 속에 들어가지 않으리 - .




실체 없는 감정의 윤곽을 그려

흘러가는 눈빛 대신 붙잡히는 몸짓을 껴안아

서늘한 안갯길 보다 태풍 쓸고간 어느 여름길을 걸어.


여름길.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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