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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조용히 숨쉬는 신이 되리

기꺼이 조울증이라도

by 새벽바다

새벽 하늘의 그레이빛을 보며 주말을 기다렸다.


나 아닌 너의 눈빛 하나에, 내 세계는 '깜박' 정전이 되고,
그대의 한숨 한 줄기에 내 심장은 북을 두드린다.


두르르르 - 쿵!


번개보다 빠르게 고장 나는 마음을 어쩌리.
너라는 전류가 흐르면 나는 매순간 무방비 상태.


"그레이 티셔츠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좋아요."


그 후

당신의 그레이 티셔츠에 밴 흐린 땀 냄새가
공기를 뚫고 밀려오면
나는 꼭 여름 장마 사이 햇살을 맡은 소녀처럼
아련하고도 설레는 표정으로 안겼다.


*나는

매일 규칙의 바닷속으로 떨궈진

모험심 가득한 조약돌 하나.


출근의 파도를 타고 바다를 맴돌다,

퇴근의 물가에 밀려

다시, 또 다시 주말의 모래밭에 닿는다.


파도의 새하얀 잔거품을 모아

금요일 밤 초승달을 향해 잔을 치켜들고선

그대의 눈빛을 향해 "Cheers!"


늦잠을 허락하는 금요일의 빛은

한껏 달떠있다.


*토요일 아침 햇살은

그대의 그레이 티셔츠에 밴 체취처럼 포근하니,

나는 바다 속 잠수부처럼 오래 참은 숨을 '퓨휴우-' 하고 내뱉는다.


다시, 또 다시 나는 분홍 잠옷을 입은 주말의 여신이 되리.


그대의 전류가 흐르면 나는 찡그리고, 까르르 터트리고,

눈을 삐죽 흘기고, 눈물이 그렁 하다가도, 다시 웃으며

찰싹찰싹 그대를 때려본다.


*사랑은,

언제나 내가 따라가지 못한 채 밀려드는 파도.


머리는 두려움에 브레이크를 밟아도

가슴은 먼저 엑셀을 밟았으니,
어찌할 수 없이 달려나가고, 급히 멈추고, 재빨리 부르릉~!


그 뒤로

그대 또한 늦을새라 엉거주춤 헤엄치며 뒤따르니,

달리는 도로에서 꿈을 깨면 다시 푸르른 바다.


"어머? 이제 그레이 티셔츠에 바다가 물들어 버렸네?"


- 그러니 나는
그대의 전류에 옮아 저릿하고 짜릿한 심장의 조울증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리.


기꺼이, 당신이라는 배에 올라
심장에 번개가 치든, 눈물 한 파도가 휘몰아 치든,
주말 밤하늘 초승달을 향해 조용히 손을 뻗으리.



* 만약, 내게 이름 대신 제목이 지어진다면 —
조용한 주말의 여신이라 할까,
숨쉬는 새벽의 여신이라 할까.


그래!

그레이빛 하늘 위에서

기꺼이 조용히 숨 쉬는 神이라 해도 좋겠다.


바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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