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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재밌는 우리 회사

비행기를 신은 남자

by 새벽바다

우리 대표님은 비행기를 신는다.

그러니까,

비행기를 매우 자주 탄다.


그의 신발은 공항 바닥에 익숙하고,
그의 시간은 베트남과 한국, 서울과 제주, 3도를 가로지른다.


겨우 한번이었지만

내가 공항에 그를 마중 나갔던 때에

아주 세심한 미션을 부여받았다.


아침 먹을 여유따위 없이 비행기에 오르는 그의 건강을 위한

간편 저당 아침 대용식 준비!


그는 디테일한 사람이기에

나는 상상속에서 Three★ 브런치 쉐프가 된다.


통밀빵 vs 호밀빵
저당 요거트 vs 견과류 요거트
사과즙 vs 케일즙


과연, 합격은 어느 쪽일까요!


처음 그의 마중날

나는 옆자리의 그를

살뜰히 챙겨주지 못했다.


카리스마의 그가 왠지 뾰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아~ 참..N대리, 이럴 거야? 나 힘들오.."


나는 마트에 들를 때마다

매의 눈으로 건강식을 취재하고 다녔다.


그러나 그 후

더 바빠진 일정 속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그는

결국 동행 비서를 고용했다.


휴우- 왠지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묘한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트에서의 난 Three ★브런치 쉐프다.


준비되어 있는 자에게 기회가 오는 것.


"대표님, 당신의 건강이 곧 나의 튼튼한 미래 아니겠어요?"



1. K의 반전


대표님의 경력은 단짠단짠한 그의 즙을 쫘악- 짜내어 나온

귀한 100년 산삼 진액 같다.


그런데 입맛은 완전한 서민이었다.


뭐랄까?

투박한 동네 아저ㅆ... 아니, 오빠 같다.


최애는 해물라면.

그는 늘 제주를 떠나기 전, 해물라면을 찾는다.


'대표님 간은 녹즙을 찾을텐데...'


그리하여 나는 가끔 건강식 아침 브런치를 풀 코스로 싸갈 도시락 통을 구경한다.


언젠가 그가 “이거 뭐야?” 하고 물으면
“대표님, 저 마음속에 도시락 많아요.” 하고 꺼내줄 준비 완료!


그날을 위해 메뉴는 매일 신선 재료로 업데이트된다.


아, 물론 마음으로만.


라면.png



2.하하하 재밌는 그녀들


우리 회사의 직장 동료들은 여성이 더 많다.

그 중에 나도 N대리,

요즘.. 사무실의 단 하나뿐인 ‘목격자’가 되어 버렸다.


(1). 봄바람 A매니저 = 회계 담당 병원 러버.


A매니저는 회계 담당이다.
말하자면, 숫자 담당.


하지만 주말에 그녀는 부지런한 병원 러버.


“이번 주말엔 어느 과로~?”


피부과, 안과, 치과, 내과, 약국과...


내가 이불 속에서 책을 베개 삼아 잠들때
그녀는 멀쩡히 동글동글한 눈알을 검사하고,

잡티를 체포할 피부과를 순례하며

새로 나온 최고급 율무 팩을 약국에서 쇼핑한다.


그녀의 잡티 제거와 안티에이징 집념은

엑셀 수식보다 정교할 것이다.


나는 그녀를 이렇게 부른다.
‘병원 러버’ A매니저.


그녀의 피부가 정성을 배신하지 않길..


(2). B 삽살개 매니저 = 카드뉴스 담당 회유의 여왕


B매니저는 카드뉴스 제작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그녀의 뒤엔 살랑대는 꼬리가 하나 있어 보인다.

여우 아닌... 뭔가 삽살개랄까?


사근사근, 부드럽게, 침투력 있다.


“대리님~ 대리님은 주말에 뭐해용? 우리 근처 포구 가서 회 한 사발 어때요?”


문제는 매우 진심이라는 것이다.


나는 대답한다.


"하하하! 황금 주말에.. B매니저랑 데이트라... 하하하"


게다가 그녀는 멀쩡한 남자친구가 있다.


삽살개같이 친근한 B매니저를 보며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둘이 나간 포구 횟집에서, 돌아올 땐 전 직원이 있을 것 같은 모습.


이거 회유인가, 회식인가.


삽살개처럼 쫄랑거리며 다가오는 그녀가 늘 귀엽다.



(3) 레이더 매니저 = 근무연차 만렙 + 대리님 소환 저승사자


C매니저는 우리 팀에서 가장 오래된 직원이다.


그녀의 눈은 매의 눈, 손은 스캐너.


“대리님, 대리님, 대리님! 대 리 님~!!”


두 번은 예고편, 세 번은 본편이다.


귀에 딱지가 앉을 때쯤, 그녀의 스캔은 종료된다.


업무는 누적되지만, 체크는 확실하다.


귀에 쌓인 '대리님' 딱지를 파며, 나는 중복 체크에 들어간다.


'살려줘..'


내가 그녀에게 가장 환한 웃음을 지을 때는

딱 한 순간이다.


"대리님, 대리님, 대리님~! 퇴근 시간이에요~!"


"하하하! 퇴근이다~!"



(4). 전투 식량


공동 커뮤니티 어플에 사진이 띠링! 하며 올라온다.

먹음직스런 과일 파이, 아이스크림 등 등.


챗: 다들 간식 드세요~!!


직전까지 MSoffice씨와 상씨름을 벌이던 나는
마우스 한 마리를 공중에 던지며 튀어나간다.


"끄핫-!"


아니다.

그건 간식이 아니다.

전투 식량이다.



★사무실 시트콤


K대표님: (매끼 저녁마다 라면 면치기를 하며)
“후루룩 쭈압쭈압- 그래도 아침만 건강하게 먹으면 되잖아!”


A매니저: (바스락 바스락 약봉지 꺼내며)
“대리님, 어제 병원에서 샀어요..이 약 좋데요.. 비타민 D도 챙겨야죠..”


B매니저: (파마머리 팔랑거리며)
“대리님~ 우리 같이 주말에 방어회랑 쏘주 한 잔 어때용! 포구에서 콜?”


C매니저: (블랙 정장을 입고 프린터기 옆에서)
“대리님! 대리님! 대리니임~! 엑셀 시트 누가 다 봐야 해요? 나요, 나!”


그리고,

N대리: (마음으로만)
‘... 오늘 왜 금요일 아니야?’



_하하하 재밌는 우리 회사 이야기는 다른 편에서 또..

대리님 투 비 컨디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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