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도록이면 봄/가을 인터뷰로 잡아주세요
비자인터뷰 날짜 01월 29일 오후 12:30.
날씨는 바람 불고 쌀쌀했다. 출발할 때 혹시 몰라 (평소 잘 입지 않는) 나의 외투와 둘째 목도리를 챙겼는데 신의 한 수였다. 오들오들 덜덜덜
우리 집에서부터 주한미국대사관까지는 거리가 있어 느긋하진 않게 준비해서 이동했다. 근처에 도착하니 오후 11:30. 인터뷰가 얼마나 걸릴지 몰라 점심요기를 하기로 했다. 주차한 건물 일층에 큰 스타벅스가 있어 여기로 정했다.
남편은 긴장하기 시작했는지 커피 한잔, 빵 세입만 먹고는 준비해 온 스크립트를 읽고 또 읽었다. 세 살, 다섯 살 남매는 먹고 싶은 것만 골라먹으며 주변 구경하느라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 나만 너무 배가 고파 열심히 먹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이렇게 먹어두길 잘했다 싶다. 아가들과 함께 하는 긴장되는 분위기 속 조용한 공간은 1분이 1시간처럼 흐른다)
12:20. 주한미국대사관으로 출발
12:30 도착
적당한 시간에 도착했다고 생각했지만 일층 입구부터 줄이 길었다. 우리 앞에 일곱 팀은 있었나.. 칼바람이었던 탓에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렸다. 첫째는 루돌프 코가 되어서는 너무 춥다고 투덜투덜. 둘째는 루돌프 코지만 엄마의 잔소리가 재미있어 까르르. 인터뷰 날짜가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봄이나 가을에 잡아주면 좋겠다. 영유아 동반 팀에게 한여름이나 겨울은 비추 비추.
폰 한 개 빼고 나머지는 보관함에 맡겼다. 그 한 개 마저 전원을 꺼야 한다. 짐작 가실 텐데 영상 노출이 심한 영유아라면 최대 3시간까지 영상 금지이니 각오하고 들어가야 될 것이다.
이민비자 신청자는 2층. 살짝 높은 계단으로 올라가니 우리가 거의 꼴찌였다. 앞에 일곱 팀이 아니라 열몇 팀이 있어 보였다. 나는 아이들을 봐야 했기에 남편 혼자 ’Start here'줄에 섰다. 1차 서류 검토 장소인 듯. 거기서만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나는 나름 아이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과자 1 봉지, 비타민 사탕 4개, 물, 플랩북 2권, 애착인형 2개를 챙겨 왔다. 이것만 해도 백팩이 꽉 찬다. 처음 1시간은 이것들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1시간 반.. 2시간.. 점점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가고 둘째는 내 집 마냥 바닥에 토끼인형이랑 누워버렸다. 잠깐은 옆 누나 덕분에 자석놀이를 할 수 있었다. 거기도 우리 같은 남매였는데 동생은 물감놀이를 했다. 그쪽 엄마의 가방을 보니 온갖 놀잇감들이 담겨 있었다. 아이클레이(손에 안 묻는 지점토)도 잠깐 꺼내졌다가 들어갔다. 인터뷰 순서가 되기 전 마지막 30분은 아예 한쪽 구석 가서 빙글빙글 놀이를 했다(우리가 거의 마지막이었어서 관리자분도 별말씀 없이 그냥 웃고만 계셨다)
그래서 혹시 영유아 동반 비자인터뷰를 가시는 가족이 있으시다면, 아이 성향 생각해서 꼭 과한 놀잇감 준비가 필수라고 조언드리고 싶다. 간식의 경우엔 부스러기가 없는 종류가 좋을 것 같다. 두부과자로 가져갔더니 바닥에 계속 떨어지고 밟히고 조각나고...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고 다른 분들이 같은 의자에 앉기도 하는데 더러워진 바닥 때문에 내심 죄송했다. 인형도 한두 개 정도 준비하면 인형극 놀이라도 할 수 있어 유용하다.
남편이 서류 준비를 꼼꼼히 한 덕에 1차 심사는 한 번에 패스. 2차 인터뷰가 관문이긴 했지만 준비한
대로 대답했고 웃으며 비자 승인받았다. 우리가 짐 챙기고 나오니 불이 다 꺼짐. 휴우 아슬아슬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 조금만 놀다가 또 힘내서 준비해 봅시다 남편? ^-^
_WE CAN DO IT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