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여행이 끝날 때마다 마음이 묘하게 가라앉곤 한다. 떠날 때의 들뜸과 설렘은 언제나 빠르게 식어버리고,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봐도 그 안에서 이미 이별의 냄새에 잠식되어 버렸다. 매번 그랬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되면 함께 하던 친구들과 습관처럼 같은 말을 나눴다. “돌아가기 싫다.” “왜 벌써 시간이 다 지난 거야?”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늘 그렇게 말하며 웃었지만, 웃음 끝에는 늘 같은 공기가 있었다.
어쩐지 그 말들이 너무 진심 같아서, 농담처럼 던지고도 마음 한켠이 시렸다. 그때의 나는 진심으로 믿었다. 여행이 끝나면 모든 게 끝난다고. 지금의 기분, 지금의 공기, 지금의 나, 이 모든 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그 믿음은 더 단단해졌다. 지상의 불빛이 점점 멀어질수록 마음은 서서히 현실로 끌려왔다.
공항에 도착하면 몸이 먼저 일상을 기억해내곤 해서 자동으로 휴대폰을 켜고, 메신저를 확인하고, 익숙한 언어로 대답했다. 그렇게 여행의 끝은 내가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일처럼 느껴졌다. 며칠 동안은 몸이 현실에 있지만 마음은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눈을 감으면, 그곳의 바람 냄새나 저녁의 소음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때마다 이 모든 게 너무 멀게 느껴져서 서글펐다.
그래서 여행 중에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란 적도 많다. 여행의 끝은 곧 현실의 시작, 그리고 현실은 언제나 반복되는 재미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무게가 조금씩 달라졌다. 여행이 끝났는데도, 끝나지 않은 일들이 있었던 것이다.
새벽의 공기를 맡을 때, 노르웨이의 차가운 오후가 스쳤다. 길을 걷다 불어온 바람이 문득 크로아티아의 바다 냄새 같을 때가 있었고, 카페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오래전 스위스의 기차 안에서 들었던 리듬과 닮아 있을 때가 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깨달았다. 여행은 끝나도, 그 시간은 내 안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는 걸. 그 여정은 장소를 떠나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여행이 끝난다는 말을 예전처럼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행에서 멀어진 자리에 일상이 다시 돌아오면, 그 일상은 조금 더 다른 결로 반짝인다. 일상이 또다른 여행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깨달음을 알려주었던 여행지인, 덴마크와 헝가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