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가족
가정경제의 큰 지주인 목장의 소들 먹이로 배합사료와 여름 청초 일부와 건초가 있다. 하지만 긴 겨우내 보관과 식이가 용이한 것은 바로 벼농사 후에 남는 짚이다.
그 짚을 쟁여놓으려면 봄부터 벼농사를 짓고 가을 타작 후에 말린 다음 눈비를 피해 보관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모두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엔 그 일이 가장 큰 숙제였다. 마당에서 볏단을 모아놓고 하던 것을 나중에는 기계를 옮겨가며 들에서 했다. 그런 뒤에 두고 온 짚은 시간 날 때 틈틈 가져왔다.
그 짚은 비나 눈이 올 때가 문제였다. 타작하기 전에도 말리기 위해 뒤집어야 했지만 묶여있는 짚단은 그냥 그대로 썩을 확률이 높다.
낮은 낮대로 일하고 밤이 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늘을 보면서 살피거나 일기예보를 들으며 그 짚을 집안으로 다 거둬들여야 마음을 놓았다.
초겨울 서리가 내리고 눈이 올 때까지 가족들은 낮에는 다른 동네들에서 도시락을 먹고 밤은 마을 내에서 짚단과 씨름했다.
어른들의 생활모습을 본 아이들도 당연한 듯 수저를 놓고 나면 밤 나들이 삼아 멋도 모르고 따라나섰다.
그 일은 벼가 선채로 타작할 기계가 나와 온들을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줄어 들어갔다.
손이 덜 가는 기계들이 하나 둘 생기고 아이들도 집을 떠나니 그 모든 일들이 남편 전담이 되어 버렸다. 다른 가족들은 어쩌다 가끔 손을 넣긴 하지만 목장주는 여전히 힘든 작업임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