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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 아래 첫 집 13

거짓이라도 좋아

by 하리

시끌시끌 우당탕 하는 중에도 가끔 마음 모아 일 치르던 아이들이 한 해 두 해 학년이 올라가고 있었다.

호기심 많은 큰애는 초등 1년을 지나면서 세상 보는 눈이 또래들보다 빨리 열렸다. 그것이 곧 공부와도 연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호기심의 폭만 더 넓어져가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야 손을 뗐다.

아래 동생들은 한술 더 뜨서 아예 시험 친 걸 보여주지도 않았다. 혼자 속만 태우던 중에 도서관에서 독서지도사 과정이 무료로 개설된 것을 알게 되었다. 첫날부터 배운 것은 곧장 아이들과 함께 복습을 하던 중에 한 번은 백지를 들고 마주 앉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 뭐 하면 즐거울지 써볼까?"

그렇게 해서 한 번에 꼼꼼하게 다 쓴 아이는 막내였다. 결미가' 마지막까지 열심히 살고 죽을 때도 웃으며 죽을 것이다'라고 쓰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로 둘이는 마지못해 쓴 흔적이 역력했다. 개발새발 아무렇게나 큰 글씨로 몇 자 써서 종이만 채운 것이다.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 앉혀놓고 말했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하고픈 것과 되고 싶은 대로 동생처럼 빼곡히 채워보라고 말이다.

그렇게 두 번째로 써 놓은 것은 그야말로 거짓말 같고 생뚱한 다짐 같았지만 전개는 나이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 글쓰기의 답은 그해 가을에 벌써 하나둘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모든 것이 답답하다 싶던 내 마음도 아이들이 글로 스스로에게 다짐한 후에는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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