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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Aug 11. 2024

텅빈거리에서 : 015B, 1990

공중전화에 줄 서본 나의 컨템퍼러리들에게

컨템퍼러리(contemporary)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특별한 공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낯설게 만난 사람이 알고 보니 동년배일 때, 같은 시간을 관통해 온 사람과 공유하는 연대감은 언제나 반갑다.


나의 라떼는 80년대일까, 90년대일까.

그 시절엔 낭만이라는 게 현실에 있었다.

아날로그의 불편함을 꼭 낭만이라고 해야 해? 싶을 수도 있겠지만, 우린 종이에 손 편지를 썼고, 편지를 건네주려 집 앞을 찾아갔고, 긴 망설임 끝에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거기 00 집이죠? 저는 00이 친구 XX입니다. 00 집에 있나요? "

그 긴 과정 끝에야 이루어지는 만남이 어찌 요즘의 편리한 소통과 같을 수 있겠는가.


015B가 불렀던 텅 빈 거리에서의 가삿말을 공감하는 사람은 나의 컨템퍼러리이다.


-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뿐 -


전화를 자주 하고 싶은 상대를 마음 속에 품은 사람이라면, 항상 주머니가 묵직해야했다.

짤그랑 동전을 항상 주머니에 지니고 다녀야했지.

동전의 무거움이나 불편함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동전이 곧 소통의 수단이었기 때문이고,

지금처럼 동전이 찬밥 신세가 아니었단 말이다.

시간이 지나며 딸깍 딸깍 동전을 먹어대는 공중전화기에 계속 동전을 밀어넣어야만 들을 수 있던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텅빈거리에서 바로 듣기


텅빈거리에서   5:07


내곁에 머물러줘요 말을 했지만

수많은 아픔만을 남긴채 떠나간 그대를

잊을수는 없어요 기나긴 세월이 흘러도

싸늘한 밤 바람속에

그대 그리워 수화기를 들어보지만

또다시 끊어버리는 여린 가슴을

그댄 이젠 알수 있나요

유리창 사이로 비치는 초라한 모습은

오늘도 변함없지만 오늘은 꼭 듣고만 싶어

그대의 목소리 나에게 다짐을 하며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뿐

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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