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전국에 노래방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후죽순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건물 하나 건너 하나씩 노래방이 생기고
사람들은 모여서 밥을 먹어도 술을 먹어도 의례 노래방으로 줄지어 갔다.
우리가 이렇게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민족이었나?
강의가 연달아 비는 시간이 생기면 대낮에 우리도 노래방이나 갈까? 말했다.
대학가 노래방에는 우리 말고도 낮부터 노래하는 사람들이 방마다 가득했다.
그야말로 노래방 전성시대였다.
그 시절엔, 왠만치 아는 친구나 아는 사이라면 함께 노래방에 갔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조금만 친해져도 노래방에 가볼 수밖에 없던 시절이니까.
평소에 그냥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의외의 노래 실력을 알고 나면 급 치솟는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노래 잘하는 사람, 춤추고 잘 노는 사람, 흥이 많은 사람, 끼 많은 사람. 음치. 박치.
각자의 성향을 노래방에서 커밍 아웃했다.
1994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마음이 부유하고 있었다.
스물두 살.
돌이켜보면 어리기만 한 그 나이가,
그때는 어른이 다 된 나이라고 착각했던 바보였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서른은 아직 저~ 멀리 있다고 생각하던 철 모르는 청춘.
김광석이 부르는 '서른 즈음에'에는,
먼저 나이 든 사람이 말해주는 서른의 슬픔 같은 게 느껴졌다.
어린애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던 마음이랄까.
우수에 젖은 척 노래방에서 그 노래를 불렀다.
(사실 서른도 아직 푸른 청춘인데 말이다!)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그 후렴구를 특별히 좋아한 것 같다.
20대는 그랬다.
30세. 라는 단어는 뭔가 특별해 보였다.
서른이 되면 세상과의 경계가 선명하게 달라질 것만 같았다.
막상 30세가 되고 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40이 되어, 50이 넘어.
어른이 된다고 다 어른이 아니구나.
어른답게 살기란 쉽지가 않구나... 생각했다.
김광석 (Kim Kwang Seok) - 서른 즈음에
서른즈음에 4:42